인터넷 쇼핑몰 싼값 휴대폰 유혹
돈만 받고 물건은 안보내줘 말썽
부산에 사는 직장인 K 모씨는 지난달 중순 휴대폰을 시중보다 20만원 싸게 판다는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카메라폰을 주문했다. 주문 즉시 업체에서 확인 전화가 왔고 김 씨는 16만원을 입금했다.
한 달이 지난 후에도 휴대폰이 도착하지 않자 김 씨는 업체에 전화를 걸었으나 자동응답기만 작동하고 업체 직원과 통화를 할 수 없었다. 답답해진 김 씨가 쇼핑몰 게시판에 환불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지만 삭제됐고 해당 업체는 묵묵부답이었다.
김 씨는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도 가장 싼 곳이라 네티즌에게 인기 있는 쇼핑몰”이라며 “구매자는 물건을 못 받고 있는데 사이트는 여전히 정상 운영 중이어서 이상하다”고 말했다.
하프플라자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최근 시중보다 훨씬 싸게 휴대폰 등을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에 입금 후 물품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속출해 ‘제2의 하프플라자’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www.cacpk.org)을 비롯한 소비자단체에는 최근 이 같은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의 불만 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며 정보통신부 산하 통신위원회에서도 휴대폰 관련 민원 예보를 발령해 놓은 상태다.
소비자 모임에 따르면 이달 들어 S사, W사 등 휴대폰 할인판매 쇼핑 사이트의 이벤트에 참가했던 소비자들 중에 물건을 받지 못했다는 고발 사례가 수십 건에 달하고 있다는 것.
올 초 인터넷 쇼핑몰 분양으로 물의를 빚었던 B사는 아직도 사이트가 버젓이 운영되고 있고 피해자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는 등 전자상거래 피해가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 모임 김정자 부장은 “주문 후 배달까지 일정 기간 기다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많은 추가 피해 소비자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며 “물건 가격이 지나치게 낮은데다 입금 후 업체와 연락이 안된다는 점 등이 전형적인 인터넷 쇼핑몰 피해 사례”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전자상거래 부문은 정부 단속이 미치지 못하는 법적 사각지대가 많아 하프플라자 사태처럼 소비자가 직접 고발하지 않으면 피해를 고스란히 안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프플라자 사태는 올 초 반값 할인을 내건 인터넷 사이트가 회원 가입 후 물품을 보내주지 않아 9만여명의 소비자가 470여억원의 피해를 본 사기 사건. 이 사건은 소비자들의 고발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같이 전자상거래 피해가 급증하고 있지만 최근 관련 법안 개정이 무산돼 소비자 구제 장치는 전무한 상태다.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전자상거래시 매매계약 이행 보장장치 및 업체의 피해보상보험 가입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개정이 ‘과잉규제’라는 이유로 무산됐다.
/노향란 기자 ranhr@daily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