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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서태지 프로튜싱 1호 록밴드 ‘넬’

 


“서태지 아닌 스물세살 감성을 담았죠”




서태지가 처음 프로듀싱을 맡은 록밴드 ‘넬’에게 물었다. “서태지 프리미엄으로 언더밴드가 일약 유명해졌다. 그게 기분 나쁘지 않은가.” 이들이 대답했다. “우리 음악이 라디오헤드와 느낌이 비슷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서태지가 아니라 라디오헤드 프리미엄이다.”

김종완(보컬)·이재경(기타)·이정훈(베이스)·정재원(드럼)으로 이뤄진 ‘넬’은 1998년 수능시험을 친 스물세 살 동갑 친구들이다. 그 이듬해 3월 팀을 구성한 이들은 재작년 1월과 9월 각각 데뷔앨범과 2집을 내놓았다. 그 전까지는 ‘1주일에 7일간’ 클럽 무대에 섰다.

이들이 긍정하든 않든 ‘넬’은 명백히 ‘서태지 효과’를 보고 있다. 서태지가 전국 언더 밴드 200여팀 중 ‘낙점’했다는 이들은 최근 새 앨범 ‘렛 잇 레인(Let It Rain)’을 내놓았고, 이 음반은 서태지 팬뿐 아니라 록 팬들의 전반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오는 7월 12일 메사팝콘홀에서 열릴 공연은 단 하루 만에 700석이 매진됐다.

“계속 우리 음악을 해왔는데 너무 ‘서태지’ 이야기가 많으니까 처음엔 싫었어요. 그렇지만 우리 음악에 태지형만큼 아낌없는 지원을 해줄 곳은 아무 데도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태지형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원래 우리 팬들도 오랫동안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넬’은 작년 서태지가 서울에서 연 ‘ETP페스트’에서 서태지를 만나고 11월에 계약을 맺었다. 이후 지금까지 계속 인터넷으로 도쿄에 있는 서태지와 작업을 해왔다. 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우상’이었던 서태지에 대해 “음악적으로 징그러울 정도로 꼼꼼하고 예민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넬의 새 음반을 다 듣고 2집 ‘스피치리스(Speechless)’와 비교해서 다시 들어보았다. 그룹 라디오헤드나 콜드플레이, 또는 블러를 연상케 하는, 조금은 우울한 느낌의 멜로디와 보컬, 간질이듯 흥얼거리다가 폭발하는 기타. 모든 곡을 직접 쓰는 보컬 김종완은 여성 보컬 전성시대를 맞은 한국 록에서 주목받을 자격이 있다.

새 음반의 ‘믿어선 안 될 말’은 모던록을 ‘하늘하늘한 팝―록’으로 한참 오해시키고 있는 몇몇 밴드에 대한 경고로 들리는 곡. ‘인어의 별’은 이들의 작·편곡과 연주력, 김종완의 보컬이 어느 수준인지 단번에 확인시켜주는 곡이다. 이에 비해 타이틀곡 ‘스테이(Stay)’는 ‘넬’을 만만한 밴드로 보게 할 수도 있는 ‘가장 편한 곡’이다.

서태지가 노하우와 시간을 들인 후반작업 덕에 분명히 이들의 사운드는 비약적으로 좋아졌다. 2집 음악이 무쇠솥에서 지어낸 맨밥이라면, 새 음반은 참기름과 참깨를 적당히 뿌려놓은 김밥이다. 이들도 “이번 음반은 우리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과 실제 결과물의 오차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어떤 사람은 음반을 내면서 ‘곡수를 채운다’고 하잖아요. 우린 그런 걱정이 없어요. 지금도 쌓여있는 곡이 수십 곡이나 됩니다. 행복한 고민이죠.”

‘넬’은 너바나와 펄잼을 듣고 음악에 빠진 세대다. 핑크플로이드와 레드제플린을 숭배했던 세대와는 분명 다른 음악을 한다. 이들도 “2003년 현재 스물세 살의 감성을 담은 록 음악”이라고 했다. 회춘(回春)을 꿈꾸는 올드록 팬들이여, ‘넬’의 CD를 집어드시길. ‘넬’은 조디 포스터가 주연했던 영화 제목. “영화의 질감과 톤이 우리 음악과 비슷했다”는 얘기다.

(한현우기자 hwhan@chosun.com )

출처 : 조선일보

브레인공작
2003-06-26 23: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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