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 정부 관계자나 기업인 세 사람 중 두 사람가량이 한국 정부가 부패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부패방지위원회(위원장 이남주)는 25일 신라호텔에서 주한상공회의소 대표들을 초청해 '외국경제단체 반부패협의회'를 열었다.
이남주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해 주한 외국 상공회의소와 대사관직원 150명, 그리고 지난달 2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공개하며 응답자의 63.3%는 '한국 정부가 부패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응답자의 50%는 '한국 정부가 부패방지 노력을 하고 있다'는 데 수긍했지만 '부패방지를 위해 법을 엄격하게 집행하고있다'는 데는 5.5%만 동의했다.
가장 부패한 분야는 67%가 지목한 '정치'로 꼽혔고, 15%는 공무원을 직접 접대한 경험이 있었으며, 가장 많이 접촉한 행정부처는 재정경제부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72%는 부방위가 부패방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기대했다.
한편 주한 미상공회의소(AMCHAM) 등 4개 주요 외국 경제단체 회장단은한국 기업문화에 이해하지 못할 점이 많으며 법ㆍ제도가 비현실적으로기준이 높아 도리어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주로 지적했다.
조 데이 유럽상공회의소(EUCCK) 부회장은 "법과 규범이 너무 강력하게작용하고 복잡하다"며 "한국 기업들은 이 법망을 어떻게 빠져나가는지파악하고 있으나 외국 기업에는 어렵다"며 "현행 법과 규범은 현실성이떨어지므로 모든 기업이 지킬 수 있는 실천 가능한 법제로 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테미 오버비 미상공회의소 수석 부회장도 "한국 법률은 기준이 높으나미국 법률은 기준이 낮은 대신 지키지 못하면 처벌하는 시스템"이라며실천력 있는 법을 주장하고 "누구도 법 위에는 군림하지 못하되 법이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에선 건강한 상태의 제약회사 8~10개가 경쟁하는데 한국에선600개 제약회사가 경쟁하면서 연구ㆍ개발(R&D) 파트 없이 단지 제품을생산해 가격을 낮추려고 한다"며 "대형 대학병원들이 건물을 지을 때제약회사에 암묵적으로 기부금을 요구한다(threaten)"며 불공정 비즈니스의 실태를 예시했다.
마르코스 고메즈 유럽상공회의소 회장은 "한국과 외국 기업간 문화적차이가 너무 커 대책이 필요하다"며 "단지 돈이 아니라 돈과 얽힌 다양한 종류의 부패를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카스키 노부야 서울재팬클럽 이사장은 "일본 기업은 윤리강령을 제정해 이를 어긴 직원을 강력히 징계하는데 한국도 이런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부방위는 이 협의회를 앞으로 6개월마다 한 번씩 열어 반부패 활동에외국기업들의 의견을 반영할 예정이다.
매일경제 2003.6.26(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