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과 한국HP가 최근 발표된 전세계 슈퍼컴퓨터 상위 500위 리스트(TOP500.org)를 놓고 서로 우위를 주장하며 옥신각신하고 있다.

23일 발표된 TOP500에 따르면 HP와 IBM 각각 159대와 158대를 순위에 올리며 31.8%와 31.6%의 점유율을 차지해 슈퍼컴 분야의 양강체제를 확고히 했다. TOP500은 매년 6월과 11월 두차례에 걸쳐 전세계 상위 500대 슈퍼컴의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단 1대의 차이로 인해 두 회사의 명암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HP는 불과 0.2%의 차이로 IBM을 누르고 제조사별 점유율 순위에서 선두자리를 고수한 반면, 2년전만해도 슈퍼컴 분야에서 경쟁자를 찾을 수 없었던 IBM은 이번에도 정상탈환에 실패한 것.

한국HP는 이번 조사결과와 관련, "HP가 2001년 6월 조사에서 처음으로 IBM을 누르고 제조사별 점유율 선두에 올라선 이후 세차례 연속으로 정상을 차지하며 슈퍼컴 분야의 새로운 맹주로 부상하게 됐다"고 한껏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HP는 특히 상위 500위에 오른 국내 슈퍼컴 12대 가운데 9대가 자사 시스템이라는 데 크게 고무되어 있다.

이에 맞서 한국IBM은 "IBM이 상위 100위에 포함되는 슈퍼컴의 50%를 공급한 반면 HP는 불과 12%를 공급했을 뿐"이라며 "진정한 슈퍼컴으로 부를 수 있는 초강력 슈퍼컴 분야에선 여전히 IBM이 부동의 1위"라고 주장했다. 또 "IBM은 초당 1조회 이상의 연산처리 능력을 갖고 있는 테라플롭스급 슈퍼컴을 31대나 보유하고 있는 반면, HP는 7대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최근들어 프로세서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슈퍼컴의 연산능력이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고 있을 뿐 아니라 데이터베이스ㆍ전사적자원관리(ERP) 등을 운용하기 위한 상용 슈퍼컴이 전체 TOP5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며 "따라서 슈퍼컴에 대한 정의가 과거와는 달라지면서 업체간 우위 논쟁이 벌어질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송정렬 songjr@dt.co.kr2003/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