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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연재] 그럴듯한 변명 - 처음

 


"송 대리. 이제 퇴근하지."
오늘따라 부장님은 약간 까진 머리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서둘러 나가라고 하신다.

"부장님. 오늘은 월급날인데 회식 한판 해야죠." 서글서글한 윤양이 말한다.

여자가 술마시는 걸 좋아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윤양은 내 앞에서 몸으로 보여준다.

술이 꽤 쌔서 아무리 마셔도 자기 말로는 항상 제정신이란다.

"안돼, 카드에 구멍이 나서 봉급 차압이야. 한 4개월쯤 월급을 한 푼도 못 받을지 모르겠어."

"어머머, 정말요? 그러면 그동안 어떻게 사시려고요?"

괜히 미안해진 윤양이 호들갑을 떨면서 물어본다.

"뭐, 4살짜리 아들 명의로 된 통장이 있는데 거기에 비상금을 넣어놨어. 카드사 직원도 그건 눈치를 못 채더라구. 하긴 개인 정보가 중요해져서 카드사도 그런 거 조사하려면 눈치가 많이 보이겠지."

"그러면 회식하실 분은 없으세요? 전 대리님은?"
윤양의 화살은 나에게 날아왔다.

"마누라님이 있는 몸이 외간 여자와 술을 먹을 수 있겠습니까? 이번에는 패스입니다."
윤양은 포기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물어봤지만 부장님이 없는 술자리를 다 피하는 분위기다. 그럴 수밖에...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우리 부서에 부장님과 윤양밖에 없으니... 둘이서 술판을 벌이면 적어도 새벽 1시쯤 붙잡혀 있어야 된다. 그냥 앉아있으면 될 것도 같지만 권해주는 술을 넘길 만큼 얼굴이 두껍지 못해 계속 마시게 된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나는 이 말을 남기고 회사를 나갔다.


나는 아직 차가 없다. 요즘 웬만한 사람은 회사에 취직하자마자 중고차라도 하나 뽑는 것이다. 어떨 때는 부럽지만 나는 아직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내가 맡은 일이 사무직 중에서도 책상에 붙어있는 일이 많은 것이어서인지 모르겠다. 그동안 대학교에 다니면서 따놓은 운전면허증은 집에 있는 서랍에 박혀있다.

정거장에서 몇분정도 기다리면 집으로 가는 버스가 올 것이다. 주위에는 학원으로 향하는 학생들도 몇몇 있다. 내가 예전에 학교를 다닐 때는 학생이고, 학생이 입는 교복을 입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처음 보는 녀석들과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학생들은 많이 다르다. 연신 휴대폰의 작디작은 화면을 들여다보며 혼자서 낄낄거리거나 귀를 이어폰으로 막고 멍한 눈으로 먼 산을 바라보고 있다. 주변에는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 나도 그렇다. 나도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을 따분해하며 사람구경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생각을 한다.

아버지라면 지금 어떻게 했을까? 어떤 행동을 했을까? 저기 서 있는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던졌을까?

아버지는 빚이 재산보다 10배는 많으신 분이셨다. 아버지는 항상 생각하셨다. 어떤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그것을 자신의 손에 오롯이 놓이게 할 수 있는지. 그 생각만 하셨다. 덕분에 지금 내가 사회 생활을 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다 넓은 발을 가지신 아버지의 흔적인 것이다. 취업도 아버지의 발의 흔적이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완벽함을 추구하던 아버지. 하지만 그분이 생각하던 완벽함과는 괴리되게 그분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다. 불행한 일이다. 그분은 내가 결혼하기 1년전에 돌아가셨다.

그러나 그분이 생각하던 완벽함은 내 머리에 확실히 박혀서 지금도 빠지지 않고 남아있다. 그것이 그분의 생각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모든 것은 항상 시원스럽게 되어야 한다. 집 안에서 부터 자신이 하는 일까지...
이윽고 내가 갈 방향 쪽으로 움직이는 버스가 왔다.
나는 버스에 탄다. 이미 앉을 자리는 없다. 그냥 서 있을 수밖에 도리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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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모르고 있었는데.. 비팍에 소설연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군요. ㅡㅡa
허접한 글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있었는데, 잘 되었습니다.
한번 올려보겠습니다. 많은 비평.... 이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너무 허접하여 모든 분들이 무시해 버리면..... 미버할꼬얌. BC인들 모드 미버할꼬얌...
아무튼. 브레이크 고장난 무뇌충 머리처럼 계속 굴러가겠습니다.

2003-07-17 18:08:22
853 번 읽음
  총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1. 송병훈 '03.7.17 6:17 PM 신고
    추천! +20점! ↓댓글에댓글
  2. 2. 현종민 '03.7.17 7:50 PM 신고
    :-D*추천! +50점! ↓댓글에댓글
  3. 3. 우윤진 '03.7.17 7:56 PM 신고
    추천! +20점! ↓댓글에댓글
  4. 4. 이병탁 '03.7.19 8:19 PM 신고
    추천! +60점! ↓댓글에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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