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경, 당시에 최고 인기 게임은 바로 '스트리트 파이터 2(이하 스파2)'였다.
캡콤에서 제작한 스파2는 대인전(對人戰)이라는 개념을 확립하며 명실상부한 아케이드 게임 지존이 되었고,
자타가 공인하는 많은 격투가들이 원정까지 와서 동네를 정복하고 고수를 찾아다니던 그런 전국시대를 열었다.
스파2가 대히트를 친후, 제작사들은 너도나도 격투게임을 제작하기 시작하였고,
넘쳐나는 격투게임 속에 익숙하지 못한 게이머들이 하나둘씩 도태되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격투게임의 범람으로 다른 장르는 보기조차 힘들어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
하지만 이런 혼란 시대에 당당히 오락실 한켠을 주름잡던 게임이 있었다.
그것도 당대 주류라고 보기는 어려웠던 장르인 '스포츠',
바로 '세이부 컵 사커(Seibu Cup Soccer)' 통칭 '세이부 축구'라고 불리던 그것이었다.
세이부 축구는 당시로서는 대단히 부드러운 동작과 깨끗한 그래픽, 파격적인 연출로 무장하여
게이머들을 단숨에 사로 잡았다.
게다가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시스템, 단순명쾌한 조작성이 결합되어 완성도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고,
스포츠로의 대전 게임을 처음으로 열어간 기념비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세이부 축구 (세이부)
아직도 가동중인 오락실이 있을만큼, 상당히 '재미'있는 게임.
(참고로 세이부 축구의 출시년도는 1991년. 11년 된 게임이 아직도 가동중이란 것은...)
필자도 어느 오락실을 가던지, 이 게임이 있으면 꼭 플레이한다.
이 게임은 사실 '대전게임'의 요소를 갖추고 있는데서 그 근원적인 재미가 있다.
심플한 조작으로 보여줄건 다 보여주면서 은근히 불타오르는 재미라고나 할까?
다인대전(多人對戰)이 특히 재밌었던 게임.
어딘지 모르게 정돈되어 보이는 시스템으로 인해 공식처럼 짜여진 플레이가 성행했고,
그 덕에 대 CPU전의 얍삽이나 각종 비기, 버그 등도 대단히 많이 발견되었다
세이부 축구의 매력
심플한 조작성
어떤 게임 초보라도 이 게임만큼은 쉽게 할만큼 간편하다.
사용하는 것은 버튼 단 두개와, 레버(8방향).
이것만으로 거의 모든 동작이 표현 가능하다. 대단하지 않은가?
기본적으로 두개의 버튼은 각각 슈팅, 로빙에 대응하며, 로빙볼은 짧게 눌러주면 땅볼 패스로 바뀐다.
공을 소지하지 않고 있을시엔 슈팅 버튼은 태클, 로빙 버튼은 헤딩에 대응한다.
이게 전부다. 간단하지 아니한가?
경파, 엽기, 폭력...
가장 눈돌아가게 만드는 특성이 바로 이것.
이 게임엔 반칙이 없다(!). 백태클을 하든, 날라까기를 하든, 지 맘이란 소리다. (심판이 있긴 한데... 그냥 폼이다. -_-)
이것이 바로 최대 매력이자 불타오르게 만드는 싸나이의 정렬!
이 특성은 팀플레이에 그 빛을 찬란하게 밝히게 되는데, 바로 전대미문의 '엄호태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_-
플레이어가 공을 드리블하면 팀메이트는 열심히 주변에 오는 녀석들에게 엄호사격! 아니 태클...
그야말로 경파한 장면이로다.
이것으로 우정을 돈독히 할 수도 있고, 게임에서도 이기고, 기분도 상쾌하니 일석삼조가 아닌가!
물론 쾌감을 위해서 날라까기를 뒤통수에 찍어준다든지, 상대에게 냅다 공을 걷어차 버리든지 하는 일도 가능했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시스템상 골키퍼는 구타에 완전 무적이라는 것. 정말 아쉬운 일이다. -_-
다이너마이트 슛
이 게임만의 개성적인 시스템 중 하나.
골을 넣은 선수가 공을 잡으면 게이지가 올라가는데 게이지가 모일 때까지 끝까지 드리블을 하게 되면,
필살 '다이너마이트 슛'이 가능해진다.
슛 시전시엔 공중제비를 하면서 공을 차는데, 모든 선수를 뚫고 화면 끝까지 날아가는 똥파워를 자랑한다..
물론 파해법은 있었다. 슛을 시전하는 순간, 그 앞에서 날라까기를 하던가, 아니면 화면의 레이더를 잘 보고
방향을 잡는것. 정면슛이면 골키퍼가 잡을수 있었고, 엔드 라인까지 몰고와서 쏘는 슛은 방어 불능이었다.
날아라, 주장!
역시 특이한 시스템. 화면을 잘보면 어딘지 다르게 생긴 선수가 있다.
예를 들면 다 갈색머리인데 혼자 금발이라거나 웬 양동근 머리를 하고 있다거나 하는(마라도나다. -_-)...
이 녀석들이 바로 '주장'이다.
골을 넣으면 세레모니 화면에 나오는 그들이 바로 이들!
(한국엔 김주성 형아가 나온다! 그 '야생마' 시절의 김주성이 형아다! 우와아아아! 멋지다!)
당연히 그냥 주장이라고 폼만 재는건 아니다. 이 녀석들은 몇가지 특성이 있는데
일단, 남들이 발리킥 할때, 이들은 오버헤드킥을 시전한다. (사실 별 의미는...)
또 하나, 이들은 다이너마이트 슛 게이지가 빨리 찬다.
이것을 이용하면 3초 역전도 꿈은 아니다. (엄호태클을 잘 써라! 남자라면 백태클이다!)
이 게임엔 루즈타임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을 이용한 전술도 생각해 볼수 있었다.
CPU의 경우 주장의 황당함은 더 했는데, 스테이지가 갈수록 이들의 능력치는 인간의 한계를 초월해간다.
몸싸움은 꿈도 못꾸게 되고, 스피드는 욕나오는 수준.
우리편 진영에서 넘어뜨리고 따돌려도 어느새 쫓아와서 옆에 붙는다.
(당시 친구들 사이에서는 '수퍼맨'으로 불리웠다. -_-)
팀플이다, 팀플!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게임인 만큼, 당시엔 들여놓은 기계도 많아서 4인 대전이 가능한 곳도 적지 않았다.
역시 매력은 바로 이 팀플레이에 있다. 규칙이라곤 없는 게임이니까 온갖 사파짓이 다 나온다.
역시 가장 경파했던 것은 루즈볼을 놓고 벌이던 태클대전!
공과 상관없이 인간만을 노리고 무조건 걸고, 까다보면 어느새 누구 공인지도 햇갈릴 정도.
사실 어느 게임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이 게임은 팀메이트와 조합시에 더욱 강해질 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
(필자도 공탱씨와의 팀플이 혼자하는 것보다 쉽다고 느껴진다. 물론... 어려울 때도 많지만... -_-)
(엄청나게 주관적인) 팀 분석
세이부 축구의 8개 팀을 내 마음대로 분석해 보았다.
잉글랜드
가장 쉬웠던 팀. 이상하게도 첫스테이지 상대로 선택되는 확률이 높았다.
게임은 실제와 다르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엄청 약했다.
브라질
역시 쓰레기팀. 대인전시 절대로 선택되는 일이 없었다.
대 CPU전도 게임 내에 존재하는 모든 얍삽이가 통용되던 엄청난(안 좋은 의미로) 팀.
아르헨티나
브라질과 포메이션이 비슷하다. (남미 아니랄까봐...) 당연히 대인전시 절대 외면 당했다.
단, 대 CPU전의 날라다니는 마라도나는 가히 공포스럽다.
미국
그냥 그저 그런 팀이랄까. 이상하게도 몸싸움이 강한 듯한 느낌이 들었던 팀.
대 CPU전의 주장의 폭주모드가 가장 무서웠던 팀. 요주의!
한국
멋지다! 공을 따라 우르르 몰려다니던 그 알고리즘이 멋지고, 야생마 주성이 형도 멋지다!
필자&곰탱씨의 주 선택 팀. 한국이다. 써라!
일본
X발... 역시 쪽바리들이 만든 게임이라 뭔가 다르다. 강하다!
초반 스테이지에 이 팀이 상대로 선택되길 바랄 정도...
독일
왜인지는 몰라도 원정의 녹색 유니폼을 입고 나온다.
공수 양면 탄탄한 팀. 가장 많이 선택되던 팀이다.
이탈리아
역시 강하다. 독일에 가려서 그다지 잘 선택받지는 못하던 팀.
팀이 지고 있을시 갑자기 폭주하던 CPU 주장을 보면 정말...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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