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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미셀 리오의 소설에 나오는 종교에 대한 대목

 


아래는 미셀 리오의 중편 소설 '불확정성의 원리'에 있는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겁니다. 프랑스 소설인데 기독교가 거의 망해가는 유럽 작가 작품 답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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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상학자의 신은 질문에서 생겨나 불안, 일종의 자유로 이끌고, 종교인의 신은 해답에서 생겨나 확신과 노예상태로 이끌지요. 나는 질문을 존중하고 따라서 신과 동기 없는 자연이라는 양자택일적 두 항을 존중하며 - 둘 중 후자에 더 기울어지는 편이기는 하지만..... - 독단적 해답, 즉 계시는 존중하지 않습니다"
"영혼의 관찰자라는 입장에 선 당신이 종교에 대해서는 추호도 관심이 없단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적어도 진리의 추구라는 관점에서는 그렇죠. 종교에 대해선 역사학자의 입장이라 해둡시다. 아니 과거의 천지창조설을 현대라는 맥락 속에서는 일종의 민담 정도로 간주하니까 인류학자적 입장이라 할 수 있겠지요. 이성과 별다른 불화 없이 공존하는 문명세계의 종교란 것이 내게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애니미즘이나 원시종교, 혹은 피타고라스의 생기론 보다 한층 토속적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세계에 대한 은유적 설명이라고 한다면 종교와 형이상학의 유사성은 더욱 명백해지지요. 어린아이나 지능지수가 낮은 사람들에게 단순하고 구체적인 그림을 이용해서 물리학을 설명하는 과학의 세속화와 유사하다고나 할까. 뿐만 아니라 당신은 작가이니 그런 은유에 대해 틀림없이 흥미를 느낄 겁니다. 종교는 시의 거대한 원천이니까요. 그러고 보니 종교와 문학은 그리 동떨어진 것은 아니군요"
"해리슨 씨, 당신은 이단자군요. 계시란 결코 은유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도그마 체계입니다. 종교인을 포함한 많은 사상가들이 신앙과 이성, 혹은 합리성 간의 타협점을 찾아 조화를 이뤄보자고 시도했지만 탄압과 배척을 받았고, 심지어 화형대에 오르기도 했지요. 어떤 의미에선 그들이 무고한 것만은 아닌 게, 그들의 시도 역시 도그마만큼이나 비이성적인 짓이었으니까요. 신앙행위를 이성적으로 설명한다는 것은 절대적 모순이며, 가장 기본적인 어휘 정도를 정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업적을 나열한 수백만 페이지의 역사책이야말로 철저한 종이 낭비였지요. 그에 부수된 또 다른 종이 낭비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문학입니다. 하지만 문학은 적어도 도그마는 아니지요. 그것이 문학이 용서받을 수 있는 유일한 변명일 겁니다"

유빛돌
2003-07-22 19:16:23
736 번 읽음
  총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1. 하늘 '03.7.24 5:42 PM 신고
    :)*제가 생각하는 종교의 강점은 비판의 여지가 없다는 겁니다....
    신은 너무나 완벽하여, 도저히 거부되거나 진상이 드러날 일이 없다는 거지요...
    그냥 무조건 믿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무조건 해결됩니다.....
    그리고 무조건 신뢰의 대상인 ↓댓글에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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