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는 사람의 누군가를 납치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 대상에 대한 정보는 대충 모아진 상태다. 이제는 행동을 개시할때 필요한 몇가지 준비물을 모으려고 하는 중이다.
오늘은 성형수술을 받은지 2주째 되는 날이다. 의사의 말로는 수술이 성공하여 앞으로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한다. 다행이다. 이제 내가 일을 저지른 후에는 병원출입을 하지 못할 것이다.
사각턱을 조금 갸름하게 깍았고 처진 눈매를 위쪽으로 치켜세웠다. 성형수술을 받기 전부터 운동을 해서 군살을 많이 제거했다. 나와 인연이 있는 사람도 나를 거의 몰라볼 것이다. 아니, 이제 나는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가면 불편한 점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돈이 많으면 모든 것이 다 되는 세상에 그까짓 것들은 무시할 만하다.
지금 내가 찾아가는 곳은 일명 사채거리로 통하는 서울 ○○동이다. 돈을 구하려고? 아니다. 내가 하려는 일에 필요한 물건을 구하로 가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들은 이런 곳에 흘러다니기 마련이다. 이런 곳에는 친분이 없어 고생좀 하겠지만 신세한탄을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 일단 부딫쳐 보는 것이다.
이리 저리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걸어가니 청년 한명이 나의 옆에 바싹 붙어서 이야기한다.
“형님. 일수 한번 찍어 보시겠습니까? 이바닦에서는 아주 싼 곳인데요.”
이렇게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부르더라? ‘삐끼’ 라고 말하던가?
“내가 찾는건 그보다 더 질이 나쁜건데.”
“그럼 고깃덩어리들요? 형님은 정말 운이 좋으십니다. 저희 영업소에만 빛을 지고 있는 것들만 해도 줄잡아 10여명 됩니다. 전부다 얼굴이 반반하니 호감이 가실걸요.”
왠지 잘못 걸린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녀석을 뿌리치고 다시 걸어갔다. 그녀석은 뒤에서 처음듣는 말을 한 후, 다시 다른 사람에게 접근해간다.
이곳 저곳을 보면서 가지만 다 거기서 거기다. 그나저나 사채로 돈을 꽤 버는 것 같다. 건물이 한결같이 깔끔하게 정돈된 듯 하다. 간판 하나에도 먼지가 묻어 있는 곳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이렇게 된거... 아무곳이나 들어가면 되겠다는 생각에 비교적 큰 건물로 들어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그 건물 전체가 다 사채업자 사무실이었던 것이다. 잠시 고민하다 3층으로 가보기로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 버튼을 눌렀다. 잘 되야 할텐데... 왠지 불안하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버렸다. 물릴 수 없는 장기판인 것이다. 말을 집었으니 어디에라도 적당한 곳에 놓아야 한다. 아니면 판을 엎어버리던가...
이윽고 문이 열리고 나는 그 곳으로 나왔다.
-名聲 貸出-
철로 된 문에 붙어있는 거창한 나무조각판이었다. 나는 그 나무조각을 보고 잠시 주저하다가 넥타이를 고쳐매고 문을 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는 여러명의 어깨들이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모두들 아무 말 없이 째려보기만 한다. 아찔했다. 다리가 약간 떨리는 기분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런 내색을 하면 안된다. 주먹으로는 당연히 이길 수 없지만 허세라도 떨어야 된다. 그래야만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물건을 구할 수 있다.
“너! 돈 빌리로 왔냐?”
깡 마른 체구에 키가 조금 작은 녀석이 말했다.
“사장 어디 있냐? 찾는 물건이 있어서 찾아왔는데.”
“찾는 물건? 여기가 니 금고냐? 여기 뭐 넣어 놓고 간 거라도 있는 모양이냐?”
“손님에게 그런 말투를 쓰면 안되지. 사장 없으면 아무나 나하고 예기좀 하자.”
잠시 침묵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속으로는 무지무지 떨린다. 지금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이 든다. 다른 것은 다 괜찮은데 어깨들이 째려보는 눈매가 너무 무섭다. 아무말 없이 사람을 쥐여 짜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 그럼 뭘 찾고 있는데?”
옆에 유일하게 안경을 끼고 있는 녀석이 말했다. 다른 녀석들과는 다르게 학구적인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 역시 예사의 눈빛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나는 앞으로 몇걸음 옮겨 가까이 간 후 말했다.
“120만원짜리 대포폰하고 90만원짜리 대포통장이 필요해서 말이야. 사용기간이 2주일 정도 남아있는것도 괜찮고. 구해줄수 있지?”
인터넷상의 시세대로 불러 보았다. 과연 이 시세가 여기서 먹힐지는 의문이다.
“그렇게 싸게? 미안하지만 요즘 그거 구하려다 빵가는 XX들이 허벌나게 많아서 말이지. 적어도 200씩은 줘야 되겠어.”
비싼 가격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현금의 한도를 초과하는 것이였다. 차까지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의 여유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너무 비싸. 미안하지만 나는 다른 곳으로 가지. 여기에는 빵 안가고 개기는 XX들도 허벌라게 많거든.”
그리고 이곳을 나가려고 뒤를 돌아본 순간 어떤 녀석이 크게 소리쳤다.
“이XX. 지금 그냥 나갈라 카나?”
“그냥 안 나가면? XX한 XX야.”
“상담비를 내고 가야 할 것 아니냐? 빨리 40만원 내고 꺼저라.”
갈수록 더 가관이다. 갑자기 숨이 막히는 기분이였다.
“이 XX한 XX들. 사업 마인드가 글러 먹은 XX들이네. X만한 X들이 말이야. 누굴 봉으로 보냐?”
나는 아까전보다 더 가까이 그 놈들에게 접근했다. 쇼파에 앉아있는 그 녀석들을 째려보며 느리면서 또박또박한 어조로 나의 의사를 전했다.
“야. 내가 원하는거 두개 30분 안에 200에 구해오면 40만원은 봉사료로 준다. 하지만 늦거나 비싸면 한푼도 못주지.”
“이세키 봐라. 완전 또라이 아냐? 겁을 상실했구먼. 싫다면?”
안경을 낀 녀석이 조소하며 비아냥거렸다. 눈빛은 뭔가 재미있는걸 찾아낸 듯한 느낌이었다. 마치 내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궁금해 하는 것처럼.
“너야말로 또라이다. 내 말 알아들었으면 찾으로가야 될 것 아니야!”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버렸다.
“이 XX. 뒤질라고 환장했나?”
등치가 좋은 녀석이 나에게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기세이다.
“가만있어.”
만약 안경낀 녀석이 막아주지 않았더라면 몇 방 맞았을 것이다.
“생각 있어? 없어? 빨리 말해주면 좋을 것 같은데?”
“해주지. 10분만 기다려. 240에 최신형으로 뽑아줄테니깐.”
안경낀 녀석은 휴대폰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한통 걸었다. 몇마디 알아 들을수 없는 이야기를 주고 받은 후에 전화를 끊었다. 그후 그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담배만 물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10여분 정도 기다리니 안경낀 녀석이 했던 말과 같이 통장 하나와 휴대폰 하나가 사무실로 도착했다.
“형님. 부탁한 물건입니다.”
어디에 있었던 녀석인지 몰라도 엄청나게 굽실되고 있었다.
“최신형 맞지?”
“아이고. 이거 40화음 벨소리에 컬러 화면 달린 폰입니다. 저희 형님께서 쓰려고 하다가 형님 연락 받고 이렇게 가지고 오는 것이죠.”
“그래? 아무튼 고맙다. 잠시 기다리고 있어라.”
“네.”
“여기, 형씨. 물건은 도착했어. 이제 형씨 차례인 것 같은데... 혹시 돈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물론. 가지고 왔지.”
나는 지갑에 수표를 꺼내 탁자에 올려 놓았다.
“야. 진검. 한번 세어 봐라.”
“네.”
진검이라 불린 그녀석은 아까전의 깡마른 녀석이었다. 그녀석은 수표를 넘겨보았다.
“딱 240입니다.”
“조금 빠진 것 같지만, 이정도면 손해는 아니야.”
안경쓴 녀석은 통장과 폰 기계를 내쪽으로 밀어내었다.
“이제 이건 형씨 꺼야.”
“참 복잡하구먼. 언제까지 쓸 수 있어?”
“최소한 20일은 보장할 수 있어. 그건 그렇고... 이걸 어디에다가 쓴다는 거지?”
“너거들 돈 빌려가는 사람한테 돈을 어디에 쓰는지 물어보고 빌려주냐?”
그렇게 말하자 그녀석은 박장대소를 했다. 몇 년동안 웃을 일 없던 사람이 웃는 것 같이 부자연스럽게 큰 소리로 웃었다.
“그건 그렇네. 아무튼 어디서 구했는지 말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물론. 그럴 생각도 없고.”
“그럼, 잘가 보라구.”
나는 그 사무실을 빠져 나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제서야 나의 심장이 가파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었다. 내 손에는 폰과 통장 하나가 쥐여져있었다. 이제 된것인가? 의외로 너무 싶게 구한 것 같았다.
이제는 된 것이다. 복수다. 나의 인생과 내가 일하던 회사의 운명을 바꾸는 것이다. 두고봐라. 꼭 없에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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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던거 계속 하려니 머리도 아프고 진행방향도 없고..
그래서 쓴 것입니다.
요즘 납치 문제가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서 많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소설도 문제가.... 될수 없습니다.
왜냐? 이건 완전 반 또라이 픽션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소설처럼 된다면 얼마나 편하겠습니까?
왠만하게 준비해서는 다 잡힙니다. ㅡㅡ;; 불행중 다행이죠.
그러니 우리 모두 범죄없는 세상을 꿈꿉시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