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등 시민 운동 단체들이 고위 공직자들의 주식 매각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주식 매각을 거절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의 재산이 취임 직후인 4개월 전보다 105억6100만원 늘어난 2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4개월 만에 진대제 장관의 재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유는 단순하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 급등으로 진 장관 소유의 삼성전자 스톡옵션(주식매입 선택권) 7만주에서 92억4000만원의 ‘대박’이 터졌기 때문이다. 진 장관의 스톡옵션은 오늘이라도 당장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현금’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스톡옵션(stock option)은 통상 2년이 지난후에 자기 회사의 주식을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사서, 즉시 되팔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직원들이 회사의 주가가 올랐을 때 싼 값으로 주식을 사서 주가와 행사가격간 차익을 얻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일종의 성과급이다.
진 장관은 장관 취임 이전 두 종류의 삼성전자 스톡옵션을 갖고 있었다. 이중 2001년 3월에 받은 7만주의 스톡옵션은 장관 취임과 함께 포기했다. 정통부 장관으로 취임함에 따라 ‘스톡옵션을 행사하기 위해선 스톡옵션을 받은 날 이후 2년 동안 회사에 근무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킬 수가 없었기 때문.
진 장관에게 대박을 터뜨려 준 스톡옵션(행사가격 27만7500원)은 지난 2000년 3월에 받은 7만주다. 이 스톡옵션의 행사기간은 지난 3월17일부터 2010년 3월16일까지다. 진 장관이 마음만 막으면 언제든지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반도체 경기 회복 조짐을 타고, 삼성전자 주가가 42만원대로 치솟으면서 진 장관의 스톡옵션 이익도 급증하기 시작했다. 진 장관의 스톡옵션 이익은 현금화가 가능한 첫날인 3월17일엔 10억7100만원에 불과했으나, 지난 29일엔 103억4500만원으로 92억7400만원 늘었다(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에 따라 보유 스톡옵션 수는 6만8603주로 감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진 장관이 만약 3월17일에 시민단체의 주장대로 스톡옵션을 팔았다면 10억7100만원에 그쳤을 이익이, 지금은 10배인 103억4500만원으로 늘어났다”며 “진 장관의 뛰어난 감각이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스톡옵션과 별도로 진 장관은 아직 9194주의 삼성전자 주식도 갖고 있다. 역시 장관 취임과 함께 매각하지 않고 지금까지 보유함으로써, 진 장관은 10억4500만원의 추가 이익을 본 셈이다.
진 장관은 지난 4월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서 부동산·현금·주식 등을 합쳐 전 재산이 99억5828만원이라고 밝혔다. 진 장관의 다른 재산이 변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진 장관은 단시간내에 재산을 두 배이상 불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진 장관의 성공적인 ‘주(株)테크’에 대한 평가는 극도로 엇갈린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그 동안 진 장관에게 “스톡옵션을 포기하고 주식을 팔든지, 아니면 장관을 그만두라”고 비판했다. 장관의 업무와 관련된 회사의 주식을 갖고 있으면 그 회사에 유리한 정책을 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일각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열심히 일한 전문경영인이 좋은 경영실적의 댓가로 받은 인센티브를 팔라, 말아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성공한 경영인이 많은 돈을 버는 풍토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주장에 대해 참여연대는 “삼성전자의 2003년 1분기 매출에서 정보통신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달하며 그 중 정보통신부의 관할인 휴대전화기는 총매출의 31.7%를 차지했다”며 “반도체, LCD 등 삼성전자의 모든 사업부문들이 부분적으로라도 정보통신부와 업무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은 “불과 4개월만에 100억원 이상이 늘어났는데도 진 장관이 주식을 팔지 않고 버티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지금까지는 진 장관의 주식 매각을 주장했지만 앞으로는 사퇴를 요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지적에 대해 진 장관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 주식은 불법적으로 모은 것도 아니고 유상증자를 통해 받거나 회사가 어려울 때 발생한 실권주를 억지로 떠맡거나 한 것으로 취득 경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 진 장관은 “정통부 장관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할 경우 이해상충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시각도 있으나 삼성전자는 정통부의 직접 규제 대상이 아니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통부 한 관계자는 “장관은 현재 전혀 주식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며 “장관은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들여다 볼 시간도 없고 주가 상황도 모른다”고 말했다.
진대제 장관과 비슷하게 주식 포기 요구를 받아온 이정재 금감위원장은 지난 16일 근로자주식저축과 장기증권저축으로 갖고 있던 본인과 배우자의 보유주식을 모두 팔았다고 밝혔다. 국회 재경위 소속으로 업무와 직접 관련이 있는 조흥은행 주식을 갖고 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던 민주당 김효석 의원도 지난 6월 주식을 모두 팔았다고 밝혔다.
(정성진기자 sjchung@chosun.com )
입력 : 2003.07.30 08:13 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