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에 출처라고나 할까, 초록토끼 (제작사지만 본문과는 별로 상관없음.)
분명히 제목부터 "컬트무비"라고 못박았으니까
원작노블을 전혀 모르고, 전설이라던가 민담에는 완전 문외한이고,
로망의 정신 내지는 주체적 세계관과도 일체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권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잘 알아보고 보거나, 금방 알아보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권할만한 만화랍니다.
그래서 『컬트』라는 거래요.
간단한 줄거리와 감상을 써야 "리뷰"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겠지만..
약간의 사정상 굉장히 조금만 "소개"정도로 그치기로 할게요.
뒷이야기는 요청 댓글이라던가 편지라던가(註: 핫메일, msn 등 일부 서버는 필터적용.)
답글이라던가.. 달리 좋다고 해주시는 분이 계시면 써볼게요;;
꽤 유명하고 아주 괜찮은 이야기니까, 아는 분들에게 빌려달라거나 립으로 떠달라거나
같이 보자거나.. 어쨌든 보시는 게 좋을 거래요.
사둘만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몇만원씩이나 드니까 좀 그렇잖아요;-)
컬트무비 감상은 "읽는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적극추천의 명작..이라고나 할까요?
▒▒▒▒▒ 반딧불이 ▒▒▒▒▒
도회지에서 멀리 떨어진 조그만 섬에는 옛날부터 내려오는
절망적인 전설이 있었답니다.
이케바나 섬에서 태어난 자들은 자신의 뜻대로 섬을 떠나지 못하고
혹여 섬을 떠나게 되더라도 머지않아 섬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 없게 되어버린다는
잔혹하고 냉엄한 운명의 바퀴에 매어 있다..
천 년도 넘는 옛날에, 희대의 인형사가 살았답니다.
인형에개 진정한 생명을 주었다는 신화같은 인형사가
그는 자신의 인형들을 진정 사랑했고 인형들도 그런 마음을 알아주었다고 합니다.
어째서였을지 그 인형사의 꼭두각시극은 전혀 우스꽝스럽다거나
신나는 풍각도 없는, 변사도 없이 단순한 배경에 무늬없는 목각인형들이
삐걱대며 움직일 뿐이었지만 한 번이라도 그의 인형극을 본 사람들은
누구나 다시 그 인형들을 보고 싶어할 정도로 「마법」과도 같은 매력이 있었대요.
그의 인형들은 사람을 흉내내는 춤사위가 아닌, 「인형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했었기에 슬프고 한스러운 마음을, 한편으로는 껍데기 뿐인 스스로를 혐오하지
않을 수 없는 절망을 이야기했답니다. 생명의 증거인 魂을 가지지 못한 인형들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뼈속까지 떨리도록 전해졌고, 이웃나라까지 그 인형사의 소문이
널리 알려져 애써 공연을 청하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모일 정도였대요.
그러던 어느 날, 이웃나라의 사신이 인형사 청년을 찾아왔답니다.
사례는 얼마든지 할 테니 몇 달동안만 자기네 키르코 공주님을 위해 인형극을
해달라는 반협박 반애원의 공연요청을 하러 온 거였대요.(반 넘게 협박이지만)
인형사 청년은 한참을 고민하다 몇 주일동안이라면 된다는 조건으로 인형들과
함께 이웃나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인형사가 찾아간 나라는 조그맣지만 뛰어난 음양술사와 무신들로 지켜지는
어떤 의미로는 무섭고 흥분되는 곳이었답니다.
그 곳의 공주님은 특히 강한 요력을 가진, 온 나라의 술사들에게 있어서
「마력의 원천」과도 같은 존재였지만 수 백년을 살아온 탓에 인간의 몸을
더 유지하기가 힘들어서 거동조차 할 수 없었답니다.
그저 살아 있을 뿐인 자신을, 죽을 수도 없게 자신을 가둬둔 사람들을 증오하며
공주님은 무너져가는 몸으로도 섬뜩할 정도의 요기를 내뿜고 계셨답니다.
그 요기에 끌린 앙려화들은 채생의 피를 마시고 자라나, 온 나라의 외도의 생명과
가공할 음양술의 원동력인 요력을 나라 안에 가득히 채웠답니다.
그 나라에 도착한 인형사는 공주님을 잠깐 뵙기가 무섭게 갇혀버렸습니다.
몸이 스러져가는 공주의 정신과 혼과 마음을 옮겨담을, 살아 있는 인형을 만들어
내라는 무서운 지시를 받고만 거였대요.
살아 있는 인형이라니.. 그런 걸 어떻게 만들 수 있냐고 반박하는 인형사에게
주어진 것은, 채생당한지 얼마 안된 사람들의 몸. 그 몸을 뜯어서 인형을 만들라는
상상초월의 주문을 받은 인형사는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인형들에게 생명을
주고 싶었던 자신이.. 생명을 빼앗아 인형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되다니 이제
어떻게 해야만 하는 건지, 죽어버리는 게 더 나은 게 아닐까도 생각했대요.
그렇지만 가여운 공주님을 구하고 싶다는 마음도 커져만 갔답니다.
그러던 인형사는 공주님에게 이야기했답니다. 같이 도망가버리자고
그러나 공주님은 슬프게 말씀하셨습니다.
비록 외도에 빠진 음양사들 천지인 나라지만, 여전히 이 나라에는 요괴가 아닌
보통의 사람들이, 아무 죄없는 백성들이 몇 천명이나 살고 있기에 버릴 수 없다고.
그저 자신이 없어지는 것만으로도 순식간에 그 많은 사람들이 음양사들의 제물로
바쳐질 거란 걸 알고 있기에 혼자 도망칠 수가 없었던 거래요.
아무 힘없는 자신을 믿고, 「공주님의 기적」으로 불로장생의 낙원에 이를 것을
의심치 않는 수 많은 「신도와도 같은」 그 사람들을 죽게할 수가 없었던 공주님.
그런 공주님에게, 인형사는 과감한 결심을 말했습니다. 도망가게 해주겠다고.
이곳을 떠나는 게 늦을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외도의 주술에 휘말려서
결국 성불조차 할 수 없는 망령이 되는 거라고
그리고 인형사는 며칠을 걸려 가져온 인형을 개조해서 절대유일의 인형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공주님과 멀리 도망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도록, 공주님의 의식과 마음에
반응해 정말 사람시늉을 하고 말도 할 수 있는 희대의 걸작을.
음양술이나 마법 따위와는 전혀 관계가 없던 인형사 청년이 무슨 수로
그런 인형을 만들었고, 움직이게 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이후 수백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인형처럼 진정 사람의 마음이 담겨 움직이는
인형을 만들어낸 사람은 일절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청년은 공주님과 그 작은 나라의 사람들을 위해 기적을 일으켰고
공주님의 혼이 옮겨갈 몸과 공주님의 정신과 마음으로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는
인형이 만들어졌답니다.
공주님이 없어진 사실을 얼마동안만이라도 숨길 수 있다면, 나라를 멋대로
주무르고 있는 사악한 음양사들도 이내 힘을 못쓰게 될 테고, 공주님의 백성들도
공포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래요.
그리고 탈출을 결행하기 앞날, 이미 두 인형이 완성되었지만 청년은 이제
거의 다 된거라고만 속이고 공주님과 둘이서 생명을, 아니 영혼마저 모두 건
죽음의 도박을 하고야 말았답니다. 보조술사도 유도해줄 미코도 없이
청년이 인형을 준비하고 공주님이 직접 자신의 혼과 정신과 마음을 청년이 만든
몸으로 옮겨가고, 곧이어 음양사들의 눈을 속일 인형에게 자신의 분신으로서
움직일 수 있도록 마음을 베껴심는 대역사를 감행했던 거래요.
그렇지만 의식을 진행하는 동안 넘쳐난 공주님의 마력을 느낀 음양술사들은
이제 막 소녀의 몸으로 전생을 마치고, 예전까지 쓰던 몸과 꼭 닮은 인형에게
자신의 마음을 심고 있던 공주님과 그 일을 돕던 인형사의 현장을 덥친 거래요.
파닉, 절망, 세계의 종말.
(자기들을 버리고 도망치려한 공주님과 인형사에게)분노한 음양술사들은
단번에 인형사의 몸을 망쳐버리고 공주님의 마음을 모조리 빼앗아, 다른 인형에게
가둬버렸다고 합니다.
마음을 빼앗긴 공주님은 욕망의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귀신이 되어버렸답니다.
조금이라도 추하다고 생각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가차없이 죽여서
앙려화의 거름으로 줘버리고, 도망치려 하거나 자신에게 반감을 가진 자는
제물로 바쳐진 사람들의 망령을 넣어 만든 인형귀들의 「먹이」로 줬습니다.
그렇게 희생된 사람의 영혼은 안식을 얻고 성불하기 전에 자신들의 피에 이끌려
붙잡히고 말았답니다. 마음을 잃고 귀신이 된 공주는 「나의 노예들」이 도망치는
것을 용서하지 않았기에, 그들의 영혼을 붙잡아서 자신의 배에서 길들인 후
살아있는 자들에 대한 증오와 허기로 뭉친 망령의 인형귀로 만들어 수족으로
부리는 잔혹한 일을 해왔던 거래요.
광기에 빠져버린 공주는 세 음양사와 그 가계에 의해 섬겨졌습니다.
한 음양사는 남의 몸을 빼앗아 만들었기에 이내 썩어들어가는 공주와 자신들의
몸을 고쳐만들고, 또 한 음양사는 채생 의식과 요력의 원천인 앙려화의 관리를
그리고 다른 한 음양사는 공주가 낳는 망령의 씨앗을 인형의 몸으로 옮겨심고
제물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데려와 관리하는 일을 했던 거래요.
수년, 길게는 십수년에 한 번씩 이케바나 섬에서는
한 소녀의 피를 바쳐 붉은 꽃을 피운다는 전설과, 이따금씩 몸이 약해진 사람이나
몸에 보기흉한 상처가 남은 사람이나 섬마을에 불만을 품고 난동을 벌이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서 돌아오지 않게 되는 일이 있다는 것 이외에는..
전설과 관계가 있는 일인지 어떤지, 십수년에 한 번씩 행방불명이 되는 소녀가
생긴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마을」이었던 거래요.
섬 곳곳에 자라는 앙려화의 비릿하게 달콤한 향기도, 섬을 떠났던 사람들이
몇년 안된 어느 날 섬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가는 다시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일 같은 것도 「그저 그런 일」로 넘겨버리려고 한다면, 아무 생각없이 살아갈
장소로서는 무척 살기에 괜찮은 곳이었다고 합니다.
얼마 안떨어진 뭍과는 별세계처럼, 일년내내 꽃이 피어날 수 있는 따스한 공기,
수백년을 끊임없이 솟아나는 맑은 온천수.
언제부터 살아왔는지, 어떻게 생기셨을지, 그 옛날 세 음양사의 후예인
아시하라, 미나세, 키즈키家 이외에는 키르코 공주을 뵐 수도 모실 수도
없다는 수상쩍은 마을이었지만.. 「평화롭고 안락한」 마을이었대요.
그런 이케바나 섬에 십여년 전, 놀라운 사건이 벌어졌답니다.
마을을 다스리는 세 가문 중 하나인 미나세의 장녀 이츠키가, 도회지에서 온 남자를
따라서 섬을 뛰쳐나가 종적을 감춰버린 거였대요.
어째서일지.. 이제까지와는 사뭇 다르게 (아주머니가 된)린은 십년이 훨씬 지난
무렵이 되어서야 다시 섬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이제껏 모든 사람이 그랬듯이 어디선가 사라져 다시는 모습을 보았다는
사람이 없었고 「몇몇 사람들」을 빼고는 그 사실을 차츰 잊어갔습니다.
그리고 두 해가 지나갈 무렵, 수수께끼같은 말을 남긴 채 종적을 감춘
어머니의 일을 알아보기 위해 이케바나 섬을 찾아온 소녀가 있었답니다.
「친척형제인 호타루코」로부터.. 영문을 알 수 없는 초대장을 받고
태어나 이내 떠나온 뒤, 한 번도 와본 적이 없는 「고향」을 찾아온
「료우」라는 소녀를 맞이한 「사람」은, 처음 만나는 호타루코였습니다.
반갑게 달려든 호타루코는 환영의 인사로 요우의 목덜미를 가볍게 물었다가
"이젠 요우짱도 호타루코 거지?"
"요우짱∼ 이젠 이 섬에서 내보내지 않을 거야∼"
발랄한 음성으로 소리쳤습니다.
그 날 밤.. 료우는 신기한 꿈을 꿨습니다.
어쩐지 낯설지 않은 느낌의 여자가 비틀대며 어디론가 걸어가는 모습을.
무엇인가 계속 달라고 하면서 걸어가다 갑자기 달려든 인형들에게
갈갈이 몸이 찢겨나가는 모습을..
피하려고도 도망치려고도, 전혀 저항의 기미도 없이 무엇인가 달라는
말만을 되뇌이다가 인형들에게 조각조각 씹어먹혀버리는
어디선가 본듯한 여자의 꿈..
그 꿈에 나온 여자가 누구였을지, 그녀가 죽어가면서까지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을지, 그녀가 요우의 꿈에 나타나 전하려고 했던 말은 무엇인지
이 때의 료우는 아직 몰랐습니다.
(이 뒤의 요청이 있다면..)▒▒▒▒▒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