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월간 PC사랑(www.ilovepc.co.kr) 8월호 기사입니다.
이정일기자(leejil@ilovepc.co.kr)
“인터넷 강국의 자존심을 보여주겠다.”
7월10일, MSN의 이구환이사는 MSN 메신저 6.0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입을 열었다. “세계 40여 개국에서 3억2천만 명이 쓰지만 한국만큼 열기가 뜨거운 곳은 없다”며 꽤 자신에 찬 모습이었다. 그는 “월드컵 때는 응원 구호가 메신저를 타고 전국을 붉게 물들였고, 두 여중생이 미군 장갑차에 치어 사망했을 때는 애도의 물결이 인터넷을 달구었다”며 “이처럼 메신저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국민은 없다”고 털어놨다.
이런 열기 덕분에 한국은 자타가 인정하는 MSN 메신저의 표준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얼마 전 MSN 메신저 개발자가 미국 본사에서 직접 날아와 국내 네티즌들이 메신저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귀담아 듣고 돌아간 것도 이 때문이다. 이구환이사는 “MSN 6.0의 성공 여부를 외국에서 눈여겨보고 있다.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메신저 선진국의 자존심을 보여줄 것이다”고 힘줘 말했다.
‘새로운 즐거움’을 좇아서
MSN 메신저 6.0의 주제는 ‘새로운 즐거움’이다. 이구환이사는 “메신저는 나와 다른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지만 전혀 낯선 상대가 아니라 친구나 친척, 직장 동료처럼 잘 아는 사이”라며 “그런 만큼 커뮤니케이션은 즐거워야 한다. MSN 메신저 6.0은 거기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그 ‘즐거움’을 향해 6.0 버전은 인터페이스부터 변화를 몰고 왔다. 언뜻 보면 지난 해 10월 선보인 5.0 버전과 비슷하지만 메시지 창을 열면 눈이 번쩍인다. 전혀 다른 프로그램으로 여겨질 만큼 인터페이스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메시지 창에는 초대, 파일 전송, 웹캠, 음성채팅, 플러그인 아이콘이 보인다. 초대, 파일전송, 음성채팅은 5.0에도 있지만 웹캠과 플러그 인은 6.0에 새로 생겼다. 도구 바에 자리한 이들 메뉴는 3D 아이콘으로 깔끔하게 치장했고 메시지 창은 갖가지 배경그림으로 더욱 화려해졌다.
6.0 버전은 유익하고 독특한 기능이 여럿 생겼다. 이모티콘이 한층 많아진 데다 이용자가 직접 만들어 쓸 수도 있다. 메시지 창에 자기 사진을 띄우는 메뉴가 눈길을 끌고, 대화 내용을 텍스트로 저장하거나 웹캠으로 화상채팅을 즐기는 것도 자랑거리다.
P2P 애플리케이션 플랫폼도 빼놓을 수 없다. MSN 사업부의 장호 대리는 “이로써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이 1대1로 공유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돌려주는 기초 인프라가 마련되었다”고 자랑했다. P2P 플랫폼에서 돌아가는 애플리케이션은 메시지 창의 ‘플러그인’에 등록된다. 지금은 체커, 전투카드놀이, 지뢰 찾기, 삼목놀이 등 주로 게임이 마련되었다. 장호 대리는 “대화를 나누다가 게임을 하고 싶으면 버튼만 누르면 된다. 게임은 스토리가 복잡하거나 그래픽이 부담스럽지 않아서 네트워크 속도를 잡아먹지 않는다”고 밝혔다.
MSN은 엔씨소프트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플러그 인을 통해 P2P 게임을 서비스한다. 두 회사는 지난 달 11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본 계약을 맺고 9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6.0 버전은 기본적인 채팅을 강화하는 데도 신경을 썼다. 장호 대리는 “메신저가 자주 먹통이 된다는 지적에 따라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하고 통신 기술을 향상시켰다”며 “앞으로는 통신이 끊기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메인 서버가 미국에 있어, 그곳 시각으로 새벽에 주로 서버 점검을 하는 바람에 한국에서는 오후 3~5시에 끊기는 사고가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눈여겨볼 메뉴들
MSN 메신저 6.0을 발표하면서 이구환이사는 “5.0에서 업그레이드했다고 하기에는 아까울 만큼 눈여겨볼 기능이 많다. 새로운 프로그램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실제로 6.0은 관심을 끄는 것이 적잖다. 눈여겨볼 메뉴를 하나씩 짚어보자.
공개 사진
아바타는 사이버 공간에서 ‘나’를 대신한다. 5.0 버전에 이어 6.0도 이 가상의 캐릭터를 쓰지만 그림이나 사진으로도 ‘나’를 표현한다. 메시지 창을 보면 왼쪽에는 아바타, 오른쪽에는 그림이 두 개 보인다. 위에는 상대방, 밑에는 나를 대신하는 그림이다. 상대방 그림이 내 것보다 크다.
처음에는 사진을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림이 뜨는 것이다. 그림 대신 자기 사진을 띄우려면, 그림을 마우스로 두 번 눌러 ‘나의 공개 사진’ 창을 연 다음 ‘찾아보기’ 버튼을 눌러 하드디스크에서 사진을 불러온다. ‘다운로드’를 누르면 동물, 만화, 여행지, 자연, 스포츠 등 각 섹션별 그림들이 나타난다. 사진을 띄우지 않을 때는 이들 그림으로 ‘나’를 대신한다.
공개 사진은 숨길 수 있다. 사진 옆에 달린 ◀ 버튼을 누르면 감쪽같이 사라진다. 다시 띄우려면 ▶ 버튼을 누른다.
이모티콘
글자만으로는 사람의 감정을 제대로 전할 수 없다. 기쁨, 슬픔, 공포, 놀라움 등을 글자로만 표현하기에는 인간의 감정은 더없이 복잡하다. 그래서 나온 게 이모티콘이다. MSN 메신저 6.0의 베타 테스트가 진행되던 지난 한 달 간 미국에는 이모티콘을 공유하는 동호회가 여럿 생겼다. 이모티콘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뜨겁다는 얘기다.
5.0 버전에는 이모티콘이 45개였지만 6.0은 69개로 늘었다. 이번에는 울다가 웃는 애니메이션 이모티콘까지 선보였다. 울보와 번개, 신나는 파티 등 애니메이션 이모티콘은 대화에 생기를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MSN 메신저 6.0은 이모티콘을 직접 만들 수도 있다.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인터넷에서 구한 그림, 기호, 사진을 불러와 단축 키를 정하면 된다.
배경화면
아주 오래 전 일이지만, 운영체제가 도스에서 윈도우즈로 바뀌었을 때 화려한 그래픽에 모두들 혀를 내둘렸다. 키보드 대신 마우스를 쓰는 것도 신기했고 바탕화면에 멋진 그림을 깐다는 사실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윈도우즈의 상징인 이 바탕그림을 MSN 메신저 6.0이 이어받았다.
처음에는 아주 수수한 기본 그림이 깔려 있어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메시지 창에서 ‘배경’을 누르면 기본 그림을 비롯해 몇 가지 화려한 그림이 나타난다.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면 새 그림이 깔리면서 분위기가 확 바뀐다. ‘다운로드’를 누르면 만화, 여행지, 게임, 자연, 스포츠 등 각 섹션별 배경그림을 메신저에 등록할 수 있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나 영화, 게임의 한 장면을 배경으로 쓰려면 ‘배경 만들기’를 눌러 ‘내가 만드는 배경’ 창을 연 다음 ‘찾아보기’ 버튼을 눌러 하드디스크에서 불러온다.
배경그림은 대화상대에 따라 다른 것을 띄울 수 있다. ‘현재 배경 공유’를 누르면 배경그림을 친구에게 보내준다.
아바타
사이버 공간에서 나를 알리는 아바타는 MSN 메신저 5.0부터 쓰기 시작했다. 지난 2월 한국MS가 아바타 서비스를 시작한 지 4일 만에 회원은 18만 명으로 늘었고 두 달 지나서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6월말까지 아바타 회원은 140만 명에 이른다.
아바타는 MSN 메신저 6.0에서도 등장한다. 5.0에서 쓰던 아바타를 6.0은 그대로 불러온다. MSN의 장호 대리는 “6.0에서는 애니메이션이나 3D 아바타를 서비스할 계획이다. 또한 가상의 캐릭터로서 단순 역할에 머무는 게 아니라 뭔가 재미있는 이벤트를 능동적으로 만들어나가게 할 예정이다. 예를 들면, 내 아바타로 상대방 아바타를 움직이지 못하게 마법을 걸면 상대방은 마법에서 풀려나려고 특정한 명령을 처리한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쏠쏠한 재미를 맛볼 수 있다”고 밝혔다.
아바타는 MSN에 적잖은 수익을 안겨주는 효자 종목이다. 글로벌 서비스라는 이유로 MSN은 수익을 공개하지 않지만 매달 10억원 이상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바타가 사행성을 부추긴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있지만 MSN은 이 6.0 버전을 계기로 아바타를 e-메일이나 게임 등 다른 MSN 서비스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송파일 미리보기
지금까지는 파일을 다 받아서 열어보기 전까지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6.0은 윈도우즈의 파일 아이콘이 뜨고 그 밑에 이름과 크기가 적혀 있어 쉽게 짐작한다. 파일이 그림이면 미리 보기가 되므로 일일이 열어보지 않아도 된다. 파일을 받을 때는 전송량이 그래프로 표시되고, P2P 기능이 강화되어서 방화벽이 가로막아도 거뜬히 파일을 주고받는다.
메신저로 파일을 주고받을 때는 바이러스가 신경 쓰인다. 괜히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받았다가는 큰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는 염려에서다. 그러나 6.0 버전에서는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파일을 받을 때마다 백신이 알아서 검사하기 때문이다. 물론 PC에 백신이 깔려 있어야 한다. 도구 → 옵션을 눌러 창을 연 뒤 ‘메시지’ 탭에서 ‘바이러스 검사 프로그램 지정’을 체크하고 백신을 등록하면 된다.
대화내용 저장하기
한때는 ICQ가 실시간 메신저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ICQ는 대화 기록을 txt 파일로 보관해 나중에 열어볼 수 있었다. MSN 메신저가 ICQ를 누르고 정상에 섰지만 가장 아쉬웠던 것은 대화 자료가 남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6.0은 그런 불만을 말끔히 씻어준다.
‘옵션’ 창의 ‘메시지’ 탭에서 ‘대화 내용을 자동으로 저장’을 체크하면 미리 정해진 폴더에 대화 기록이 꼼꼼히 남는다. 대화 내용은 기본적으로 my documents받은 파일에 xml 형식으로 저장된다.
문제는 보안이다. xml 파일을 마우스로 누르면 익스플로러에 대화 내용이 초 단위로 아주 자세히 뜬다. 회사 기밀이나 사생활 등 남들이 봐서는 안되는 내용을 아무나 열어볼 수가 있다. 이에 대해 장호 대리는 “대화 기록 파일이 저장되는 주소를 바꾸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폴더를 바꾸는 방법은 옵션 창을 열어보면 xml 파일이 어디에 저장되었는지 누구나 알 수 있어서 아무 소용이 없다. 결국 각자 알아서 주의해야 한다. 간단한 암호 기능만 더했어도 안심하고 대화를 나눌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메일 주소로 보기
지난 2002년 두 여중생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졌을 때 수많은 대화명에 검은색 리본이 나붙었다. 대구 지하철 참사 때도 검은색 리본이 메신저를 뒤덮었다. 대화명은 자기가 누구인지 밝히는 역할을 하지만 이처럼 의사 표현 수단으로도 아주 요긴하다. ‘아함~ 졸려’ ‘쿨럭쿨럭~ 감기 조심하세요!’처럼 개인의 감정이나 신체 상태를 알리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정작 이 사람이 누군지 알 수가 없다. MSN 메신저 6.0은 e-메일 주소로 대화 상대를 표시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대화상대 → 대화상대관리 → 대화상대보기에는 ‘대화명’과 ‘메일주소’가 있다. 메일주소를 체크하면 대화명 대신 e-메일로 대화 상대를 표시한다.
화상채팅하기
인터넷으로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채팅이 문자채팅에서 화상채팅으로 거듭나고 있다. 웬만한 채팅 사이트에는 화상채팅 방이 따로 운영될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MSN 메신저 6.0도 화상 채팅 메뉴를 마련했다. 화상채팅은 문자채팅의 단조로움을 덜어줄 뿐 아니라 상대의 얼굴을 보면서 얘기를 나누므로 대화의 신뢰도를 높여준다.
MSN 메신저 6.0은 화상채팅 솔루션으로 로직텍사의 웹캠 모듈을 쓴다. 화상 카메라를 연결하고 ‘웹캡’ 버튼을 누르면 상대방에게 화상채팅을 요구한다. 상대가 허락하면 오른쪽에 영상이 뜬다. 이 영상은 마우스로 키우거나 줄일 수 있다. 크기는 ‘작게’ ‘보통’ ‘크게’ 3가지다. 얼굴을 보면서 말로 대화를 나누려면 ‘음성채팅’을 누른다.
P2P 게임
MSN 메신저 6.0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P2P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이다.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이 P2P 방식으로 애플리케이션을 공유하는 기초 인프라가 비로소 6.0 버전에 마련된 셈이다. 베타 버전에는 삼목놀이가 이 새로운 서비스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메시지 창의 ‘플러그인’에서 ‘삼목놀이’를 누르면 오른쪽으로 게임 창이 열리면서 삼목놀이(오목과 달리 돌을 세 개 놓는 게임)가 시작된다.
이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수준급의 애플리케이션이 필요하다. MSN 메신저 6.0이 글로벌 프로그램이지만 애플리케이션만큼은 각 나라의 MSN 지사가 스스로 정한다. 우리나라는 당분간 게임 위주로 서비스를 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MSN은 엔씨소프트와 손을 잡고 체커, 전투카드놀이, 비주얼드, 지뢰찾기대전, 삼목놀이, 회전결정판 등 비교적 가볍고 부담 없는 게임들을 준비하고 있다.
‘플러그인’에는 게임 외에도 집이나 사무실에서 편리하게 쓸 수 있는 각종 애플리케이션이 더해질 전망이다. 이를테면, 일본어와 한글로 채팅을 할 때 두 언어를 번역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장호 대리는 “네티즌들에게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애플리케이션이 있으면 제작사와 제휴 관계를 맺고 서비스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털어놨다.
독주 체제 이어갈 듯
MSN 메신저 6.0은 정식 버전이 나오기 한참 전부터 베타판이 퍼졌다. 한 달 이상 긴 베타 기간을 공개적으로 거친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베타판을 써본 이들은 대체로 “오락이 강화되었다”며 후한 점수를 줬다. 마침내 7월18일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자 배경그림, 공개사진, 이모티콘, 아바타 등은 예상대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메뉴는 많아졌지만 속도는 예전 그대로다. 이미 6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쥐고 있는 MSN 메신저는 이번 6.0으로 독주 체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