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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전쟁 '사기와 싸운다'

 


지난 연말부터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으나 번번이 쓴잔을 마신 김모(27)씨. 전문대를 졸업하고 군제대 후 취업 전쟁에 뛰어들었으나 반년이 지나도록 그를 받아주는 일자리는 없었다. 이력서를 쓰기도 지쳐갈 무렵인 지난 6월, 반가운 전화가 한 통 왔다. 평소 안면이 있는 한 전기제품업체 사장이었다.
그는 “국내 모 건설업체의 간부가 ‘회사 자재과에 결원이 발생했는데 특별히 채용해주겠다’는 연락을 해 왔다”며 “사례비조로 90만원을 입금시켜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이것저것 가릴 겨를이 없었다. 통장에 돈을 입금하고 며칠 기다렸지만 취업 낭보(郞報)는 없었다. 안절부절못하다가 해당 건설업체에 전화를 걸었더니 그런 간부나 그런 특별채용 계획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기 등 전과 7범인 윤모(59)씨가 일반 업체 사장들에게 거짓으로 취업알선 전화를 한 뒤 이 소식을 듣고 찾아온 취업 준비생 70여명에게 1인당 68만~144만원을 사례비조로 받아 모두 5500만원을 챙긴 것이다. 윤씨는 결국 경찰에 덜미를 잡혔지만 피해자 김씨는 돈과 함께 ‘헛된 희망’을 함께 날려야 했다.

극심한 대졸 취업난 속에서 벼랑 끝까지 몰린 구직자들의 조급한 심리를 악용한 취업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현재 실업자 수는 78만1000명. 바로 한 달 전보다 2만6000명이 증가했다. 특히 20~29세의 대학(전문대 포함) 졸업생들의 실업률은 6.9%로 평균 실업률 3.4%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이상우 연구원은 “최근 채용전문업체들을 조사한 결과 50~70%의 업체가 하반기 채용계획이 없다고 할 만큼 구직난이 심각하다”며 “구직자들이 ‘일단 붙고 봐야 한다’는 불안한 심리를 사기꾼들이 교묘히 파고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초 대학을 졸업한 권모(27)씨. 수십 곳에 취업 원서를 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권씨는 “요즘 ‘대학 졸업은 실업’이라는 유행어가 돌 만큼 낙방이 반복되면 누구든 자포자기하게 된다”며 “어디 취직 자리를 알선해주는 조건으로 돈을 요구한다면 응하지 않을 취업 준비생이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채용정보업체 스카우트(www.scout.co.kr)가 지난 5월 구직자 469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18.5%가 ‘취업사기로 피해를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현재 스카우트 홈페이지에서 진행되는 ‘취업알선을 조건으로 돈을 요구한다면 응하겠느냐’는 설문에는 532명 중 23.1%(123명)가 ‘그렇다’고 답해 취업 전선에 내몰린 이들의 절박한 심정의 한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한 채용업체의 관계자는 “어학원이나 컴퓨터 학원에서 수강 후 취업알선을 약속해 수십만~수백만원 대의 교재를 구입했으나 취업은 고사하고 수강료 및 교재비를 제대로 환불 받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국내 취업이 어려워지자 해외로 눈을 돌린 구직자들을 상대로 착수금 명목으로 돈을 받고 그대로 연락을 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사무·관리직으로 지원한 이에게 영업을 강요하는 사례는 이젠 취업 사기의 ‘고전(古典)’에 속한다. 6개월 동안의 ‘취업 전쟁’ 끝에 지난달 가까스로 입사한 김모(여·27)씨는 “겉으론 그럴싸하게 광고하지만 실제로 가 보면 하나같이 영업사원을 뽑는 업체”라며 “예전에는 ‘미리 알려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이라도 했지만 구직난이 심해진 요즘은 ‘영업직 싫으면 나가라’고 오히려 배짱을 부린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허위 구인광고를 하거나 허위로 구인조건을 제시한 자는 직업안정법 제47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피해사실을 증명하기 힘들고 처벌규정의 집행이 미미해 처벌 받은 업체들이 비슷한 내용의 구인광고를 내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채성진기자 dudmie@chosun.com )
(홍원상기자 wshong@chosun.com )
(김남인기자 artemis@chosun.com )


written by cho (joy0314)
2003-08-19 14:44:28
522 번 읽음
  총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1. 이재열 '03.8.19 3:28 PM 신고
    :)*어려운 취업란을 빌미로 사기치는 사람도 문제려니와 조급한 생각으로 낭패보는, 신중한
    처신이 요구 됩니다
    건전하지 못한 영업을 제외한 영업직은 권장할만하며,차후 개인사업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댓글에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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