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정말 힘듭니다. IMF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에요"
남대문 밀리오레에서 남성복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조재천씨는 한숨부터 쉰다. 올 장사는 IMF한파가 불어닥쳤던 98년 당시보다 더 큰 타격을 입어 매출은 지난해보다 무려 40%가량 줄었다.
"사람들이 지갑을 안 열어요. 일단 매장을 찾더라도 죽 둘러보다가 그냥 가버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에요" 최근 상황을 설명하는 조씨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 물건이 안 팔려 반응이 없는 옷들은 즉시 반품하고 새 옷으로 진열해 놓는 등 자구책도 세워 보지만 그것도 별 소용이 없다.
특히 동대문과, 남대문의 소매상인들이 물건을 떼어오는 데 드는 비용은 완만하게라도 상승하는 반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가격은 점점 낮출 수 밖에 없어 마진률도 예년의 4,50%대에서 3,40%대로 떨어졌다. 이른바 땡처리를 해서라도 재고를 남기지 않으려는 마음에 동대문 밀리오레 매장들 앞에는 1~2만원의 헐값에 옷가지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온다.
동대문 두타에서 여성복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정은애씨는 갈수록 줄어드는 매출때문에 가격대가 낮은 캐주얼의류로 전환까지 했는데도 매장운영하기가 힘이 든다고 토로한다. "가게를 운영할 수 있기 위해 최소한 팔아야 하는 양도 못 맞추는 실정입니다. 지금 상인들은 추석대목과 가을 겨울 장사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어요" 단가가 높은 가을, 겨울 옷들이 본격적으로 나갈 시기만 기대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추석대목이란 말이 무색하리만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뜸하다. 상인들은 올 하반기 장사마저 기대에 따라주지 않을 경우 무너지는 매장이 많을 것이라고 걱정한다.
도매상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그나마 지방소매상인들을 비롯한 소매상들이 적게라도 물건을 사가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는 소매상들보다 낫다는 얘기도 있지만 최근 동대문에서는 짐을 싸서 떠나는 도매상인들이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소매상들의 수요가 줄어드는 만큼 도매상들도 어려워지기는 마찬가지인 순망치한의 상황인 것이다.
더 버티지 못하고 장사를 접는 상인들이 늘어나 패션몰에는 비어있는 매장들이 점차 늘고 있다. 한 패션몰의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40여 곳의 매장이 현재 주인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해에 빈 매장이 없었던 것에 비하면 심각성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매장이 비더라도 들어오려는 상인들이 바로 있었지만 올 해는 입점하려는 상인들도 드문 추세"라고 귀띔한다.
각 패션몰들은 패션몰 차원에서 이벤트나 경품행사를 열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반응은 시원치않다. "물건값 1,2000원 깎고 경품 몇 개라도 더 줘서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는 때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라는 한 관계자의 얘기는 경기를 가장 밑바닥에서 체감하고 있는 시장 상인들의 고충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잘 말해준다.
두타의 정은애씨는 올 가을장사가 여의치 않을 경우 동대문을 떠나겠다고 말한다. "저 뿐만 아니라 주변 상인들도 올 하반기 장사도 힘들 경우 대책이 없다고 말합니다. 매장 운영조차 힘이 든다면 다음 선택은 무엇이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