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규제.보유세 강화 '유명무실'
정부와 서울시의 '솜방망이 대책'이 강남 집값의
폭등을 불러오고 있다는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별로 강도가 세지 않은 보유세 강화방안을 대단한 대책인 양 내놓으며
호들갑을 떨고 서울시는 주민들의 민원에 밀려 재건축 규제안을 자꾸만 완화시키면
서 이제 '집값 안정은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의회 도시관리위원회는 재건축 아파트의 허용연한을 2
0~40년으로 차등 적용한 '도시및주거환경정비조례안'의 내용을 수정, 준공연도 기준
을 3년 더 늦췄다.
이에 따라 82년 준공된 아파트의 경우, 당초 안에 따르면 26년이 지나는 200
8년에야 재건축할 수 있었지만 이번 수정조례안에서는 20년 이상이면 재건축이 가
능해져 지금 당장이라도 사업추진을 할 수 있게 됐다.
지난 82년 지어진 서초구 반포동 한신15차 아파트가 이같은 혜택을 받는 대표적
인 단지이다.
재건축 허용연한 규제를 적용받을 대표적인 단지로 거론돼 온 강동구 고덕 5~7
단지(83년 준공)도 오는 2011년에야 재건축이 가능했지만 이번 조례안 수정으로 오
는 2005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게 돼버렸다.
문제는 이같은 재건축 허용연한 규제완화 자체보다 이제 서울시의 재건축 규제
강화안을 더이상 수요자들이 믿기 어렵게 됐다는 사실이다.
부동산114의 김희선 전무는 "재건축 규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 일관성으
로 만약 이 일관성이 깨질 경우, 수요자들은 재건축 규제안의 효력에 대해 더 이
상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례개정 권한을 가진 시의회가 이처럼 주민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해 재건축
규제안을 완화할 경우, 서울시가 야심차게 내놓은 안전진단 강화나 종 세분화 방안
도 더 이상 투자심리를 잠재우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종 세분화에서 2종으로 분류돼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진 가락동 가락시
영이나 이촌동 한강맨션 아파트는 잠시 약세를 보이다 다시 강세로 돌아서 수요자들
의 심리를 짐작케하고 있다.
가락동 ERA송파공인 관계자는 "종 세분화에서 2종으로 분류됐지만 주민들은 별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다"며 "실제 재건축 추진과정에서 용적률이 상향조정되지 않
겠느냐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부의 과세정책은 '솜방망이 대책'이란 비판을
넘어 '정책실패'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투기거래를 근절시키기 위해 나온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가 강남지역의 아파트
매물을 전부 거둬들이면서 매물부족이 호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한달째 이어
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파트 소유자들이 매물을 내놓게 만들기 위해서는 양도세 강화와 더불
어 대폭적인 보유세 인상으로 압박을 가해야 하지만 정부의 보유세 강화방안은 '생
색내기'에 불과한 수준이다.
정부는 강남 아파트의 재산세 상승률이 60~70%에 달한다고 강조했지만 수십만원
에 불과한 재산세 부과가 한달에 수천만원씩 오르는 강남 아파트 소유자들에게 부담
이 될 것이라는 발상 자체가 우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30평형대 아파트의 보유세가 이번 세제개편으로 기존 20만원대에
서 70만원 이상으로 오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강남 은마아파트 34평형의 경우
한달새 1억원 가까이 가격이 뛰어버린 실정이다.
내집마련정보사의 김영진 사장은 "정부와 서울시의 최근 행태는 '불구덩이에 기
름붓는 격'으로 강남 집값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과세체계의 근본적인 개편을 통해
보유세를 소유자들이 실질적인 부담을 느낄 정도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