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알몸이 성인 사이트에…
최근 회사를 그만둔 박재윤씨(가명-23-여)는 휴대폰 울리는 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내려앉는다. 지난 7월 초의 악몽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평소 화상채팅을 즐기던 박씨는 어느날 낯선 남자로부터 제의를 받았다. “가슴을 보여주면 5만원, 알몸을 보여주면 10만원을 폰뱅킹으로 보내주겠다” 는 이야기였다. 그녀는 마침 함께 있던 후배를 설득해 대신 자위행위 장면을 보여주고 20만원을 받기로 했다. 그동안 PC 카메라 속 남자는 자위행위에 몰두했다.
잠시 후 목적을 달성한 남자가 홀연 사라졌다. 박씨에겐 돈 대신 짤막한 쪽지와 e-메일이 도착했다. “돈을 내놓지 않으면 이 동영상을 인터넷에 뿌리겠다.” 첨부한 파일에는 후배의 자위행위 장면이 담겨 있었다.
‘캠녀’ 관리하는 매니저도 등장
음란 화상채팅이 독버섯처럼 퍼지면서 최근 여기서 파생되는 범죄도 점차 그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화상채팅 사이트에서 벌어지는 불법 행위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여성 스스로 음란 화상채팅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다. 남성 회원에게 돈을 받고 알몸을 보여주거나 자위행위 장면을 보여주는 일명 ‘캠녀’ 가 원조라 할 수 있다.
경남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송재용 경장은 “이들은 대개 알몸이나 자위행위를 보여주는 대가로 사이버캐시나 현금을 송금받기도 한다”며 “일단 채팅방에 모여 있는 사람들로부터 돈을 건네받고 나서 실제로 ‘공연’ 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돈만 받고 사라지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일부 악덕 ‘캠녀’ 에 속은 남성들의 의심이 많아지자 최근 새롭게 등장한 것이 남성 ‘매니저’ 다. 채팅방에 모인 기존 남성 회원과 구별이 되지 않는 이들은 쉽게 말해 바람잡이 역할을 한다. ㅅ채팅 사이트 관계자는 “캠녀에게 속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아무리 여자가 ‘돈을 주면 옷을 벗겠다’ 고 해도 주저하게 마련”이라며 “이때 매니저가 나서서 ‘저번에 화끈하게 보여줬던 여자’ 등으로 선전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다른 남성 회원이 앞장서 경력을 증명해주고 송금을 부추기면 캠녀의 영업은 훨씬 수월해지게 마련이다.
다른 하나의 경우는 여성에게 옷을 벗으면 돈을 준다고 접근한 뒤 이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사례다. 즉 알몸을 보여주거나 자위행위하는 장면을 몰래 녹화해놓은 뒤 이것을 미끼로 되레 돈을 뜯어내는 것이다.
내가 음란물 주인공?
더욱 심각한 것은 이 동영상이 음란물로 둔갑해 성인 사이트에 오르기도 한다는 점이다. 최근 많은 음란 사이트에서 화상채팅 음란물을 버젓이 한 장르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종류도 여성의 알몸을 단순히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포르노 배우 빰칠 정도의 음란한 자위행위 장면을 실연하고 있는 것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심지어 음란 화상채팅 동영상의 주인공으로 여중생까지 등장하는 실정이다.
경남지방청은 최근 여고생 4명이 화상채팅을 통해 자위행위하는 장면을 몰래 캡쳐해놓은 뒤 이를 미끼로 ‘만나주지 않으면 동영상을 인터넷에 뿌리겠다’ 고 협박한 남성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피의자는 타인의 대화방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투명인간’ 아이템을 구입한 뒤 화면을 녹화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소개한 두 여성의 경우도 돈을 주겠다는 남성에게 속아 음란행위를 보여줬지만 상대 남성은 되레 이를 미끼로 이 여성을 협박했다. 두 여성은 남성의 협박에 발만 동동 구르다 결국 지난 7월 초 서울 종암경찰서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허락없이 음란 화상채팅 장면을 녹화해 타인에게 배포하는 것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 그러나 경찰에 따르면 실제 수사기관을 찾아 이런 피해 사실을 신고하는 사례는 오히려 이례적이라고 한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음란 화상채팅 이용자 대부분이 얼굴은 가리기 때문에 유포되더라도 자신의 존재는 알려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밀한 부분은 보여주더라도 얼굴만 가리면 된다’ 는 생각이라는 것.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음란 화상채팅 등 왜곡된 성문화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가정이나 학교에서 현실적인 성교육을 통해 신체의 소중함을 일깨워줘야 한다”고 지적한 뒤 “ISP업체에서도 사전 모니터링 등을 통해 자체 정화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음증 부추기는 투명인간 아이템
정신과 전문의들은 최근 빈발하는 화상채팅 범죄를 관음증과 상업주의가 결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이홍식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장은 “과거에는 목욕탕이나 여관, 공원 등지에서 제한적으로 타인을 엿보던 것이 고작이었지만 최근 인터넷의 발달과 화상채팅 서비스 제공 업체의 상업주의가 맞물리면서 사람들의 잠재적 관음증을 일깨운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에는 몇몇 화상채팅 사이트에서 ‘투명인간’ 등의 아이템을 판매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음란 화상채팅을 즐기는 것도 가능해졌다. PC 카메라가 없거나 자신의 알몸을 보여주기 싫어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다른 사람의 행위를 지켜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실제로 지난 8월 29일 기자가 접속한 ㅅ화상채팅 사이트 ‘유부(유부남)클럽’ 에는 오후 3시라는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음란한 제목이 넘치고 있었다. ‘살색 옷 입고 있음’ ‘알몸으로 달릴 준비 완료’ ‘처음부터 몸캠, 캠걸만’ 등 제목부터 대화방의 성격을 분명히 알 수 있는 방이 대부분이었다(이 세계에서 ‘달리다’ 라는 동사는 ‘옷을 벗는다’ 는 의미이며, ‘몸캠’이란 조어는 ‘카메라 앵글을 턱밑에서 발목까지 고정하는 것’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이 가운데 ‘알몸으로 달릴 준비 완료’ 라는 방을 클릭했다. 10개의 창으로 분할된 화면에 남자의 알몸이 하나하나 뜰 무렵 방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방가 몸캠 하시구여”라며 인사를 건네왔다. 잠시 머뭇거리자 이내 강제추방. 잠시 후 이 사이트에서 1,500원에 판매하고 있는 투명인간 아이템을 구입하자 재진입은 아주 쉬웠다. 다른 사람은 내 존재를 모른다고 생각하니 묘한 쾌감마저 느껴졌다.
경찰은 이 투명인간 아이템이 많은 사람을 음란 화상채팅으로 끌어들이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서울 강남경찰서는 최근 화상채팅 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알몸을 보여준 황모씨(25-엔지니어) 등 남녀 17명을 음란물 배포 등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은 경찰에서 “벗고 싶어 벗었는데 그것도 죄가 되느냐”고 항변했다. 하지만 경찰은 “피의자들은 다른 사용자가 투명인간 아이템을 이용해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음란 화상채팅을 했다”며 “이는 음란물 전시 행위에 속한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서울지방청에서는 지난 1월 22일 투명인간 아이템을 판매해 음란한 화면을 불특정 다수의 회원이 볼 수 있게 한 혐의로 모 채팅 사이트의 운영자 2명을 검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이 투명인간 방지 아이템을 동시에 판매했고, 대화방마다 투명인간 입장에 대한 경고문을 고지했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기소되지 않은 채 사건은 유야무야된 상태다.
더욱 심각한 것은 투명인간 아이템을 통해 타인의 사적인 대화도 얼마든지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투명인간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는 ㅅ사이트의 권모 서비스팀장은 “애초에는 화면 크기의 제약으로 대화에 참가하지 못하는 회원의 편의를 위해 고안한 아이템이었다”며 “의도와 달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보완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캠으로 찍은 동영상이 버젓히 인터넷이 돌아다니는데 그걸 누가 설득한다고 찍어주다니....
PS 사진이랑 글이랑 관련없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