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글-[취재수첩] 북 아사자, 진실 찾기
3백만 명이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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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단체 초청을 받아 이북사회 현황을 주제로 강연을 하게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때마다 받게되는 질문. “북에서 식량난으로 3백만 명이 죽었다는데 사실이냐?” 이런 질문은 다른 데에서도 많이 접한다. 고등학교 동창모임에서, 생활현장에서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대학친구들로부터…. 그럴 때마다 성의껏 대답해준다.
“북이 연이은 홍수와 가뭄으로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알려진 실체는 전무하다. 더구나 3백만 명이 아사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정치적 의도로 부풀려진 숫자다.”
3백만 명이면 대략 이북 인구의 15%. 한마디로 온 동네가 초상집으로 뒤덮일만한 수치다. ‘3백만 아사설’ 주장이 남쪽 사회를 풍미했던 것은 1998∼99년.
하지만 당시 북을 다녀온 국내외 인사들로부터 그 정도의 정황을 목격했다는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접하지 못했다. 있다면 익명의 탈북자 주장을 보도한 《월간조선》 정도였을까.
그런데 입소문이 무섭다고 북쪽 사회 비방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수구·반통일 언론들의 ‘물어뜯기 식’ 보도내용이 언제부턴가 ‘진실’이 되기 시작했다. ‘3백만 아사설’은 이내 ‘북한붕괴론’ 나아가 “인민들을 굶어죽게 한 체제는 타도되어야 한다”는 ‘북한 민주화운동론’의 이론적 토대로까지 작용했다.
미 CIA 발표, ‘북 인구 2196만명’
남쪽 언론은 미 중앙정보국(CIA) 〈2001년 보고서〉에 실린 북의 인구 수치를 일제히 인용 보도했다. 자료에 의하면 북의 인구는
2001년 7월 1일 당시 2196만8228명. 또 2000년 인구는 2168만7550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통계청은 2001년 8월 말 〈북한인구추계〉를 발표하면서
2000년 북의 인구를 2217만5천명으로 밝힌 적이 있다. 물론 모두 추정치라 실제 수치와는 다소 오차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북에서 공식 발표한 인구는 얼마일까. 2001년 10월 발간된 〈조선중앙연감〉 2001년판에는
1998년 인구가 2255만4천명으로 명시돼 있다.(1997년 인구는 2235만5천명)
세 군데 자료를 보면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일단 북의 인구가 2200만 명을 상회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점 한 가지. ‘고난의 행군’ 시절 이전 1990년대 초 북의 인구는 2200만 명 대였다. ‘3백만 아사설’을 따른다면 1999년 이후 북의 인구는 결코 2000만 명을 넘을 수 없다.
그렇다면 굶어죽은 3백만 명이 되살아났단 말인가. 아니면 ‘고난의 행군’ 이후 북녘 주민들이 부지런히 아이를 낳아 3백만 명이나 인구를 늘렸단 말인가.(CIA 자료에 의하면 북의 인구 1천명 당 출생률은 21.37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허무맹랑한 ‘3백만 아사설’을 퍼뜨린 수구·반통일 언론과 일부 인사들은 이에 대해 뭐라고 대답할까. 세 자료 모두 조작된 것이라고 할까.
한 개 국가의 정부가 발표한 공식 인구통계조차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면 상대방의 어떠한 행위도 이성적·합리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가 된다. 이런 인식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상대방을 ‘광인’으로 보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