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역시 작년 대선때는 반노, 비노를 비판하고 오직 노무현을 외쳤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대선때는 몰랐던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실망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작년에 대선후보 중에서는 노무현이 가장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에서 노무현이 왜 이회창, 정몽준보다 우월해보였는가는 세세히 짚을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민주당 후보 노무현은 '3당합당 거부'라는 상표 덕분에 의심할 나위 없이 민주당의 정통적인 후보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습니다.
'3당합당 거부'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김영삼의 3당합당 행위를 명백한 배신으로 규정할 줄 안다는 의미로 보였습니다. 이쯤되면 우리가 노무현에 대해 더 이상 무엇을 의심할 수 있었겠습니까.
올해 3월에 특검을 받아들였을 때만 해도 역전의 명수 노무현이야말로 뭔가 복안이 있을 것이고 2보전진을 위한 1보후퇴일 것이라 추측했습니다. '지둘려봐'가 통하던 시기였지요. 그런데, 날이 갈수록 역전극은 보이지 않고 실망만 대박으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신당이 노무현당이 아니라는 주장은 삼척동자도 믿지 않습니다. 화끈한 사람들이 이 대목에 가서는 왜 자꾸만 노무현당이 아니라고 우기는 지 모르겠습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넘어가야 다음의 논의가 진전되지요. 노무현당이면 어떻습니까. 김대중당이든 노무현당이든 간에 제대로만 하면 지지받을 수 있는 겁니다. 문제는 그 노무현당이 부도덕한 행위를 일삼기 시작했다는 데 있습니다.
노무현당 추진자들은 첫번째 과오는 영호남 양비론입니다. 일제시대 때 친일한 사람이나 독립투쟁한 사람이나 구분할 필요없다는 식의 주장이 터져나왔습니다. 한나라당에 복무했든 민주당을 지켰든 따질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대두했습니다. 개혁당 지도부와 경상도 노무현 측근에서 그 주장이 강렬하게 터져나왔음은 모두 익히 아시겠지요. 이 대목에서 열혈 노무현 지지자도 양심이 있다면 황당해지기 시작한 겁니다.
그런데, 왜 그런 주장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인지가 점차 밝혀지기 시작합니다. 청와대에 배치된 노무현 핵심참모들의 한나라당 복무 경력. 이건 가히 충격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신당연대가 내세우는 얼굴마담들이 한결같이 이회창의 부하들이었다는 점이 태풍같은 충격으로 다가온 것입니다.
위와 같은 인적 구성을 살펴볼 때, 우린 적어도 한 가지의 기본적인 사실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노무현신당의 핵심인사들은 지난 시기의 민주화투쟁을 별 볼 일 없는 하나의 해프닝 정도로 생각한다는 겁니다. 오늘에 와서 민주개혁을 정치화두로 떠올릴 수 있기까지, 우리 국민들은 수십년간 목숨을 바쳐 투쟁해온 것입니다. 그 기반 위에서 노무현이 당선된 것일진대, 자산과 부채를 계승하겠다던 약속은 간 데 없고 극단적인 영호남 양비론만이 난무하는 현실을 목도할 때.
무명용사는 일단 '친노'의 깃발을 버렸습니다.
두 눈 부릅뜨고 다시 지켜보고 있습니다. 노무현신당이 계속해서 영호남 양비론의 진원지가 되고 기회주의자들의 부활무대로 활용된다면, 80년대에 휘두르다 접어둔 칼을 다시 꺼내렵니다. 나로부터 목숨은 전당포에 던져놓고 '선혈이 낭자하게' 투쟁에 나설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