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고속인터넷·이통 세계공략
ADSL.CDMA단말기등 亞.美시장 진출잇달아
초고속 인터넷과 이동통신은 우리가 전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다. 이미 우리는 초고속 인터넷 분야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1위의 기술력과 인프라를 확보했다.
이동통신 분야에서도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중심으로 중국 등 해외시장을 잇달아 공략하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 속에 이들 분야에 거는 기대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서 따져볼 때 이들 분야를 우리 경제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간판타자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두 분야가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고 있는데다 다른 산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가능성이 있는 나무(중점 산업)를 집중적으로 키워 가지(관련 산업)를 넓혀 나갈수록 그늘(혜택)은 커지게 마련이다.
이상철 한국통신 사장은 "IT산업, 특히 초고속 인터넷과 이동통신은 다른 산업과는 달리 '여러 산업 중 하나(One of the Industry)'가 아니라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되는 산업"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인 두 분야의 경쟁력을 토대로 해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면 그 과실은 관련 산업으로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국내 초고속 인터넷 인구는 700만 가구를 넘어섰다. 이동통신 가입자는 이미 2,700만명을 웃돌아 휴대폰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다.
관련 업체들은 최근까지 이처럼 엄청난 국내시장을 기반으로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이들은 이제 포화상태에 들어간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적극적인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국내 초고속 통신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한 한국통신은 올들어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기술 수출에 주력중이다.
이미 몽골ㆍ베트남ㆍ중국ㆍ일본 등에 ADSL 서비스를 수출한 데 이어 동남아를 비롯, 미국 등 선진국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서비스가 나가면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것이 장비다. 한국통신은 최근 LG전자와 초고속 인터넷 관련 해외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이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서비스업체와 장비제조업체가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공조체제를 수립한 것이다.
서비스와 장비 두 축이 앞장서면 여기에 수반되는 투자가 부품 및 컨텐츠 업체 등 관련 업계로 스며들어 전체 IT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양승택 정보통신부 장관은 "광대역으로 세계 통신 인프라가 바뀔 경우 파급효과는 엄청나다"며 "내수는 물론 수출이 획기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통신은 초고속 인터넷에 한발 앞서 이미 전세계에 전초기지를 확보하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이 CDMA에 문호를 개방한 이후 국내 단말기ㆍ시스템ㆍ서비스 업체들이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휴대폰 시장에서는 CDMA는 물론 세계 최대 표준인 GSM과 세번째 시장인 TDMA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국내 업체들이 괄목할 만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동통신 역시 서비스ㆍ단말기ㆍ시스템이 한조가 돼 진출하면서 관련 컨텐츠ㆍ장비ㆍ부품 시장이 육성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SK텔레콤과 LG전자는 올해 업계 최초로 몽골 이동통신 시장에 동반 진출했다. SK가 서비스를 담당하고 LG가 시스템을 구축한 것. 이는 2인3각 체제 구축에 따른 성공적인 해외 진출 사례로 평가된다.
LG전자는 브라질 CDMA 단말기 시장에서 올해 2등, 내년 1등을 목표로 시장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LG는 이에 그치지 않고 최근 시스템 장비를 들여와 시험 가동중이다. 북남미 대륙 최초로 단말기에 이어 시스템 시장까지 넘보고 있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세계 이동통신 시장에서 국내 기업은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서비스ㆍ단말기ㆍ장비가 공조해 서로를 끌어주는 관계만 만들어갈 수 있으면 전세계에 한국 이동통신 벨트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은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자생력을 갖기 힘들다. 특히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IT산업에서는 기술 개발과 개발된 기술의 검증작업을 제때 마무리하지 못하면 어느새 경쟁국에 밀릴 수 있다.
올들어 한국통신ㆍ하나로통신 등 초고속 업체들은 관련 장비 입찰을 대폭 축소하는 한편 지난 연초로 예정했던 VDSL 서비스도 무기한 연기했다.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들은 이동전화 요금 인하에 발목이 묶여 차세대 서비스에 대한 투자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서비스업체들의 투자 축소는 곧바로 장비 제조ㆍ부품 업체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업계의 관계자는 "수출과 투자 확대는 정부와 업계 모두 동의하는 부분"이라며 "다만 이를 위한 최소한의 여건 조성은 필요하며 이는 정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한기석기자 hank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