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서 한국인 납치돼 국내 가족들이 신고하니…
외교부선 "경찰청 가보라"
경찰서선 "관할署로…"
한국인 사업가 일행이 중국에서 조선족 폭력배에 납치당한 뒤 피해자 가족들이 외교통상부와 경찰청에 수사 및 신변보호 요청을 했으나 이들 기관으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신고를 받은 기관들은 ‘긴급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하급 기관이나 다른 기관에 공문만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의류업에 종사하는 최모(34)씨와 홍모(37)·김모(34)씨는 지난 17일 중국 저장(浙江)성에 사업차 갔다가 현지 조선족 폭력배 9~10명에게 납치돼 6일 동안 감금·폭행을 당했다. 폭력배들은 최씨 일행의 검지손가락을 전기선으로 묶고 전기고문을 했고 라이터와 담뱃불로 지지며 돈을 요구했다.
서울에 있는 가족과 동료들에게 돈을 보내달라고 연락했고 홍씨와 김씨는 서울의 동료로부터 2300만원을 송금받아 23일 풀려났다.
전해들은 최씨 가족은 24일 외교통상부 산하 ‘재외국민보호센터’를 방문, 신고했다.
그러나 재외국민보호센터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현지 영사관에 공문 협조를 구하는 것”이라며 “정 급하면 경찰청 인터폴로 가보라”고 말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다시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계를 방문, 인질금 입금을 요구한 납치범들의 계좌번호를 알려주며 신고했다.
하지만 서울경찰청도 “상부기관인 경찰청과 관할 경찰서인 마포·종암 경찰서에 공문을 보내겠다”는 말만 했다.
가족들이 “돈을 안 내면 죽이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겠느냐”고 묻자 경찰은 “돈을 내도 죽을 수 있고, 안 내도 죽을 수 있다”며 “피해자 가족들 편하신 대로 하라”는 말까지 했다.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최씨 가족들은 결국 24일 오후 인질금 5500만원을 입금시키고 나서야 최씨를 구할 수 있었다. 최씨는 초주검 상태에서 풀려난 뒤에도 현지 영사관으로부터 신변보호를 받지 못했다.
최씨가 “상하이 푸둥 공항까지 신변보호를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영사관측은 “영사관에서 현장까지 너무 멀어 어렵다. 중국공안에 협조를 구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은 “현지에 경찰주재관이 없는 상황에서 경찰청을 통해 외교부에 피해 사실을 알릴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며 “가족들 편한 대로 하라는 말은 어디까지나 피해자 가족의 의사가 중요하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재외국민보호센터는 “신고를 받은 즉시 영사관에 통보했으며 최씨 가족들에게 경찰에도 동시에 신고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고했다”고 해명했다.
최씨의 동생(32)은 “초주검 상태로 풀려나고 중국말도 제대로 못하는 형에 대해 현지 외교 공관이 보호도 못해준다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