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엠디가 기술에서 인텔을 앞질렀다.”
“앞지른 게 아니라, 헛발을 디딘 거다.”
세계적인 개인용컴퓨터(PC) 칩(중앙처리장치) 공급업체 인텔과 에이엠디가 지난달 25일 발표된 에이엠디의 피시용 64비트 칩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에이엠디는 “인텔보다 먼저 내놨다는 점을 주목해 달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고, 인텔은 “에이엠디가 잘못된 결정을 했다”고 일축하고 있다. 인텔은 “앞으로 ‘몇년’ 더 32비트 칩 시장에 주력하겠다”고 천명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피시용 64비트 칩을 한발 앞서 발표한 에이엠디에 보내는 박수 소리가 크다. 피시 칩과 운영체제 업계의 구도에 큰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해 컴퓨터 칩이 64비트로 전환되기를 바라고 있다는 점에서, ‘윈텔’(윈도와 인텔을 합쳐 만든 말) 구도에 금이 갈 것이란 지적도 있다.
■ 에이엠디 “기술력에서 인텔 제쳤다”=에이엠디는 피시용 64비트 칩을 내놓으면서 “이전 피시에서 쓰던 소프트웨어를 그냥 사용할 수 있게 하는 64비트 칩으로는 세계 최초”라고 주장했다. 김미애 에이엠디코리아 차장은 “기술과 소비자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에이엠디가 인텔을 앞선 것으로 봐 달라”고 주문했다.
에이엠디는 1991년 386 칩을 개발해, 피시용 칩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인텔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후 인텔이 펜티엄 초기 제품에서 실패해 풀이 죽어 있는 사이, 486DX4-100을 내놔 소비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또 인텔이 펜티엄Ⅲ을 공급하고 있을 때, 성능에서 이를 앞지르는 애슬론 칩을 내놔 ‘인텔 호환 칩 공급업체’라는 인식도 벗었다. 하지만 에이엠디의 피시용 칩 시장점유율은 18%에 지나지 않는다. 회사와 칩 이름 역시 아직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실제로 많은 소비자들은 아직도 인텔과 펜티엄은 알아도, 에이엠디와 애슬론은 모른다. 인텔 호환 칩 업체라는 이미지도 완전히 벗지 못했다.
업계 전문가는 “한 발 앞선 피시용 64비트 칩 발표로, 적어도 기술에서는 인텔에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며 “에이엠디 칩을 장착하는 피시 제조업체가 늘 것”으로 전망했다.
에이엠디는 “피시용 64비트 칩은 메모리 동작을 칩에서 직접 제어하도록 설계해 성능을 높였다”며 “기존 32비트 칩용으로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해도 30% 정도의 성능 향상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업체는 또 “2004년 말까지 64비트 칩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 인텔 “잘못된 선택이다”=인텔은 에이엠디의 피시용 64비트 칩 발표를 “시장을 잘못 읽은 것”이라고 일축했다. 인텔은 “인텔은 큰 컴퓨터(서버)용 64비트 칩을 아이태니엄이란 이름으로 이미 내놔, 피시용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바로 내놓을 수 있다”며 “하지만 아직은 피시용으로는 64비트 칩을 내놓을 때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오미례 인텔코리아 이사는 “피시 사용 환경을 감안할 때,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가상의 칩을 만들어 2개의 칩이 작동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하이퍼스래딩’ 기술로도 충분한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텔은 피시용 칩에서는, 갈수록 비중이 커지는 노트북 사용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칩에 통신 기능을 추가하는 기술 개발에 더욱 힘쓰고 있다. 이미 무선으로 빠르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노트북용 칩 ‘센트리노’를 내놔 히트를 치기도 했다.
인텔은 ‘와이맥스(WiMAX)’라는 휴대인터넷 표준화 기구에도 참가해, 기지국 하나로 반경 50~60㎞ 범위에 휴대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 규격을 마련하는 활동도 벌이고 있다. 인텔코리아 관계자는 “칩 하나로 컴퓨터와 통신 기능을 모두 제공한다는 게 인텔의 전략”이라며 “앞으로는 퀄컴과도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윈텔 구도에 변화 일까?=피시 성능과 소프트웨어 기능이 포화되면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교체 주기가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 실제로 컴퓨터 2000년(Y2K) 문제 해결 목적으로 1999년 대거 교체된 피시가 4년이 지난 지금도 별 불편없이 사용되고 있다. 이전에는 3년 주기로 교체됐다.
소프트웨어도 엠에스가 새 운영체제와 응용소프트웨어를 내놨으나 교체되지 않고 있다. 아직도 운영체제는 윈도98, 업무용 통합소프트웨어는 오피스97이나 오피스2000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
이 때문에 피시 제조업체와 소프트웨어·주변기기 공급업체 모두 피시 시장이 64비트로 옮겨가 매출 창출 기회를 갖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들이 에이엠디의 피시용 64 비트 칩 발표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볼 수 있다.
엠에스는 에이엠디의 피시용 64비트 칩 발표에 맞춰 윈도엑스피 64비트 에디션 시험판을 내놔, 피시 시장의 64비트 시대 전환을 간절히 바라고 있음을 내비쳤다. 엠에스는 이 운영체제를 내년 초부터 판매할 계획이다.
하지만 인텔은 몇년 안에는 피시용으로는 64비트 칩을 내놓지 않겠다고 천명해, 이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에이엠디 관계자는 “엠에스와 주변기기 공급업체들이 어느 때보다도 우호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섭 정보통신전문기자 jskim@hani.co.kr
※64비트란?-펜티엄4는 32비트
64비트란 컴퓨터 칩(CPU)이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의 용량을 가리킨다. 인텔의 펜티엄4나 에이엠디의 애슬론엑스피 등 기존 피시용 칩(CPU)들은 모두 32비트다. 32비트란 0과 1로 구성된 데이터를 2의32승개 단위로 나르거나 계산한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에이엠디의 64비트 칩은 2의64승개 단위로 처리한다. 자동차용 도로에 비유하자면, 데이터들이 오가는 차로가 32비트 칩은 2의32승개이고, 64비트는 차로가 2의64승개인 셈이다.
또 펜티엄4나 애슬론엑스피는 레지스터(계산에 사용할 데이터를 미리 가져다 놓는 곳)가 8개인 데 비해, 64비트 칩은 16개다. 엘2캐시(데이터 중간 저장소)도 1메가바이트로, 32비트 칩의 2배다.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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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AMD와 Intel은 우리나라의...
한나라당과 민주당과 닮았다는...
그래서 가끔씩 그들이 하는 일들을 보면 웃기다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