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 순금덩이 사재기 바람
[조선일보 신지은 기자]
최근 일부 부유층 사이에서는 ‘금괴(골드바) 사재기’ 열풍이 불고 있는 반면 서민들 사이에서는 장롱 속에 묵혀 두었던 아이 돌반지까지 팔아 넘기는 금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7일 오후 서울 종로 3가에 밀집된 3000여 개의 귀금속가게에는 수백만원에서 수억원씩 금괴를 매입하려는 ‘큰손’들과 생활비가 바닥이 나 결혼예물 반지마저 팔려는 서민들로부터 금시세를 알아보려는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이날 서울 주요 귀금속 가게에서는 순금 1돈쭝(3.75g)이 5만4700원(도매가)에 거래되고 있었다. 지난주에 비해 갑자기 1500원 정도 떨어진 셈이지만 여전히 올 초보다 1000원 가량 오른 셈이며 지난해 이맘때보다도 4000원 가까이 뛰었다.
금값이 뛰면서 서울 종로3가 등 귀금속 가게 밀집지역에서는 수억원대의 순금을 은밀하게 찾는 ‘큰손’들이 줄을 서있다. 종로 H귀금속도매점 사장은 “골드바 등 덩어리를 대량으로 찾는 사람들이 올 초부터 최근까지 꾸준하게 이어지며 두 달 전쯤에는 10kg짜리를 한꺼번에 구입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대신 금값이 크게 오르고 경기가 좋지 않아 금으로 된 액세서리 등 돈이 되는 금가공품을 찾는 손님은 대폭 줄어 예년의 50% 수준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종로 D상가의 최모(52)씨는 “이렇게 수천만원짜리 금덩어리를 매입하는 고객들은 주로 40~50대 주부들인데, 전화로 시세를 물은 다음 그날의 금 가격이 확정되는 오후에 방문해 현금을 지급하고 찾아가거나 택배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금을 찾는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요즘 상속세와 증여세에 대한 포괄과세 정부방침이 발표되자 금괴가 세금을 내지 않는 상속 수단으로 각광을 받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올 들어 금괴 5000만원치를 두 번에 나누어 구입했다는 황모(62·전직 은행원)씨는 “마이너스 금리에 가까운 저금리가 계속되고 주식시장도 휘청거려 불안함을 감출 수가 없다”며 “월남 패망 때 부자들이 금을 가지고 외국으로 날았다는 말이 빈말은 아닌 것처럼 금은 먼 훗날을 바라보고 사두어도 큰 손해는 안 본다”고 했다.
이런 ‘금 사재기 열풍’에 대해 귀금속판매중앙회 한종찬 부장은 “금값이 급등하던 올 초는 큰손들이 단기차익 노리고 금을 사들인 것이라면 지금의 현상은 금값이 이미 오를 대로 올랐기 때문에 단기차익을 생각하기보다는 현 정세에 불안감을 느끼고 안전한 투자처를 찾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금사재기가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한편으로는 정반대의 풍경이 펼쳐졌다. 이날 오후 종로 일대의 귀금속 가게를 찾은 한 중년 여성이 가방에서 예물시계, 반지, 목걸이 등을 쏟아냈다. 이 여성은 “식구들이 함께 경영하며 겨우 먹고살 만하던 공장이 부도 직전이어서 금을 팔러 나오게 됐다”며 “손자 돌반지까지 빼 나오게 돼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요즘 금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니 덜 섭섭하다”고 말했다.
지난주 퀵서비스를 통해 그동안 모아왔던 금붙이를 판 김모(52·자영업)씨는 “남 부끄러워 동네 금은방에는 차마 직접 갈 수가 없고 아무도 모르게 퀵서비스를 통해 금을 팔아버렸다”며 “형편이 어려워져 이런 신세가 됐지만, 집사람이 조금씩 모아 온 금을 팔려고 하니 여간 미안하지 않다”고 말했다.
‘장롱 속 금 매입합니다’라는 푯말을 벽에 걸어놓은 A금은방 사장은 “요즘은 가을철 혼수 장만 시즌인데도 불구하고 결혼예물을 구입하려는 사람보다 예물을 팔려고 내놓는 사람이 더 많다”며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금붙이를 사들이니 이제 소화를 다 못 시킬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금을 1000만원씩 사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까지 탈탈 털어 겨우 10만원을 마련해 가는 사람도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신지은기자 ifyouare@chosun.com )
출처 : 조선일보
이궁...
가면 갈수록 가진자는 더 가지게 되고 없는자는 더 없어지게 되니...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 하기는 하지만...
없는 쪽의 사람으로써 씁쓸하당...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