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PD협회(회장 이강택·李康澤)가 ‘수구세력의 KBS 흔들기에 대한 PD들의 입장’이란 결의문을 발표, 조선·동아일보에 대한 취재 거부를 선언한 데 대해 언론학자들은 10일 “국민이 내는 수신료와 공공재산인 전파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의 PD협회가 중대한 착각을 하고 있으며, 이는 언론의 본분을 모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협회의 결의문에서 언론학자들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대목은 “일부 수구언론이 정연주 사장 흠집내기와 3대 개혁 프로그램에 대한 트집잡기를 하는 것은 다가올 총선에서 자신들의 승리를 다지기 위한 정략”이라고 한 부분. 김우룡(金寓龍·언론학)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조선·동아가 총선 승리를 위해 정략적으로 KBS를 비판하고 있다고 주장한 대목은 언론의 본분을 모독하고, KBS 스스로를 불명예스럽게 했다”면서 “그럼 KBS는 정부 방송이라는 이야기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국민들로부터 거둬들인 수신료가 약 4800억원에 달하는 공영방송이 자신들에 대한 비판에 귀를 닫겠다는 주장도 비판받았다. 황근(黃懃·언론학) 선문대 교수는 “방송은 신문을 비판하면서 자신들은 신문의 비판은 받지 않겠다는 오만한 조치”라며 “신문의 KBS 비판과 견제를 ‘선악(善惡)구도’로 바꿔 생각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를 ‘견제받지 않는 지고지선의 권력’으로 본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신문사의 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공영방송 PD들이 한데 뭉쳐 ‘특정 신문은 보면 안 된다’고 구독 거부 운동을 벌이겠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와 언론 자유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서강대 최창섭(崔昌燮·언론학) 교수는 “진정한 진보는 포용이며, 포용 없이는 어떤 개혁도 불가능하다”며 “방송은 기본적으로 시청자를 위한 것이고 평가도 시청자의 몫인 만큼 국가기간방송인 KBS가 조선·동아일보 취재 거부를 결의한 것은 편협한 편 가르기”라고 지적했다.
언론사 간의 편가르기가 격화되면, 언론의 자유 등 언론의 목표와 본질을 위협하는 사태가 왔을 때 언론이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양대 이재진(李在鎭·언론학) 교수는 “신문과 방송이 전례없는 (힘의)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언론사들이 ‘언론의 자유’ 등 공동의 이익을 위해 공식·비공식 채널을 통해 의사소통을 해왔지만, 요즘은 이 채널 자체가 닫히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40대 소장학자는 “스스로는 미디어포커스 등 소위 ‘개혁 프로그램’을 통해 매체 간 비평을 장려하고 권장하면서, 조선·동아의 비판은 용납할 수 없다는 태도는 자가당착”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영방송은 사회의 극단적 진보와 극단적 보수를 포괄적으로 아우르고, 이해관계와 가치판단이 상충되는 사안에 대해 일체의 가치판단을 배제해야 하는데 KBS는 아예 특정 정파의 이익을 주창(advocate)하고 나선 상태”라고 지적했다.
조선·동아일보 취재 거부를 결의한 8일 KBS PD 총회에는 전체 800여명의 PD 중 약 60~70여명이 참석했다. 주로 송두율씨 미화 논란에 휘말린 KBS특별기획 ‘한국사회를 말한다’ 제작진, 그리고 한 신문이 ‘김일성 시계 미화 논란’을 제기했던 오락프로그램 ‘자유선언 토요대작전’의 예능 PD들이 주축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어수웅기자 jan10@chosun.com )
(김수혜기자 goodluck@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