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노는 물이 달라.'
그곳은 은행지점이다. 그러나 일반 은행지점과는 다르다.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이 있는 '거부'들만 드나들 수 있는 '부자지점'이다. 일명 'PB(Private Banking) 전문지점'이다.
최근 은행마다 PB전문지점 개설 붐이 일고 있다. 지점내 한 귀퉁이에 있던 PB센터를 아예 별도의 독립된 지점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PB전문지점이 있는 은행은 국민·조흥·하나·우리·신한·씨티은행 등 6곳. 이중 국민은행을 제외한 5곳이 10억원 이상 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강남 교보타워 2층. 입구에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지점'이라는 이름이 걸려 있다. 일반 은행과 달리 입구에서부터 아무나 드나들 수 없도록 문이 굳게 닫혀 있고, 왼쪽에는 첨단 출입통제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회원의 고유번호와 손가락의 땀샘을 인식시켜야만 들어갈 수 있는 '알고리즘 시스템'이다.
지난 17일 문을 연 우리은행 PB 전문지점. 안으로 들어서자 눈이 휘둥그레진다. 160여평의 공간에는 스페인산 대리석에 캐나다산 목재로 벽이 치장돼 있다. 특급호텔 분위기다. 은행창구라고는 3∼4명의 직원이 앉아 있는 조그만 공간뿐이다. 안쪽에는 고객과 상담할 수 있는 5개의 방이 있어 철저히 비밀이 보장될 수 있도록 했다. 각 방에는 미국에서 들여온 안락의자 등 고급 가구가 배치돼 있다. 내부 인테리어 등 총공사비만 1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 은행측의 설명이다.
이곳에 있는 직원은 모두 20명. 이중 국제공인재무설계사 자격을 가진 전문가도 4명이나 된다. 회사에서도 가장 뛰어난 인재들을 선발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PB전문지점에서는 단순한 금융상담뿐 아니라 부동산·법률·세무·건강 등 전반적인 맞춤식 재테크 관리를 해주는 것이 목표"라며 "앞으로 서울 강북·강남 지역에 2개 지점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파이낸스센터 25층. 이곳에도 지난해 12월 개설된 신한은행의 PB전문지점인 '프라이빗뱅크'가 있다. 입구에서는 패스카드가 있는 고객만 들어갈 수 있다. 안으로 들어서자 역시 호텔 분위기로 꾸며졌다. 5개로 돼 있는 각 방에서는 PB전문가들이 돈 많은 거부들과 상담하느라 여념이 없다.
하나은행도 지난 7월 서울 을지로 본점 20층을 특급호텔 같은 시설로 개조해 '웰스매니지먼트'라는 PB전문지점으로 만들었다. 10억원 이상의 최상위층 고객에게 맞춤식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곳은 입구용 엘리베이터와 출구용 엘리베이터의 위치가 다르다. 고객들이 서로 마주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서다. 상담실은 고급스럽고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분위기로 설계됐다. 고객들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조흥은행은 지난해 9월부터 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빌딩 20층에 'CHB 프라이빗뱅킹'이라는 PB전문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저금리 추세가 지속되면서 고액 자산가들이 돈 굴릴 데가 마땅치 않아 재테크 전문가들을 찾고 있다"며 "은행들도 이런 욕구에 맞춰 알짜 부자들을 잡기 위한 '부자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계영 기자 babybear@h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