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등포등 20~30대가 전체 20% )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역전 파출소 인근 쪽방촌. 초점 잃은 눈을 한 할아버지와 술에 취해 행인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사람들 속 에 20대로 보이는 한 청년이 길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이미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취한 그는 주변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잘 빗은 머리나 복장 상태에 비춰 노숙자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곳 쪽방에 사느냐고 묻자 함구했다. 상담소 직원의 안내를 받아 다른 골목으로 들어가자 20대 초반으로 보 이는 젊은이가 상담소 직원을 향해 고함을 지른다. 이들은 모두 최근 직장을 찾지 못해 쪽방촌에 유입된 젊은이들.
쪽방촌에 20~30대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영등포역, 종로구 창신 동, 용산구 동자동, 중구 회현동 등 서울의 쪽방 밀집지역에 젊 은층이 최고 20%까지 늘어났다.
쪽방은 서울시 기준 0.7~1.5평의 방한칸에 화장실과 부엌을 공동 으로 사용하는 곳으로 노숙을 겨우 면한 최하 수준의 주거 공간 이다. 일세로 돈을 받기 때문에 일용직 노동자, 독거 노인, 장애 인들이 주로 이용해왔지만 장기불황으로 청년실업이 심화되면서 일자리를 잃은 젊은층도 적지 않다.
영등포 쪽방상담소 상담원 최동귀씨는 “추석이 지나고나서 젊은 층이 부쩍 늘었다”며 “하루 단위로 거주자가 바뀌는 쪽방 특 성상 정확한 통계를 내기는 힘들지만 무료 급식소를 찾아오는 사 람 5명중 한명은 20~30대”라고 말했다.
창신동 일대 쪽방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창신동 쪽방상담소 상 담원 김나나씨는 “주민중 최소 10~15%는 20~30대로 추정된다” 고 말했다. 김씨는 “이 일대는 본래 중년층 건설 노동자나 주방 보조일을 하는 아주머니들이 많았지만 8월 중순부터 지방에서 일자리를 구하러 올라오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김 씨는 “특히 새로 쪽방에 들어오는 주민중 상당수가 기술 관련 자 격증을 들고 상경한 젊은이들”이라며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일자리를 찾으러 다니는 눈치인데 대부분 좌절하는 것 같아 마음 이 아프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 8월 현재 서울시내에는 4247개의 쪽방이 있 으며 쪽방 주민은 3000여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 2000년(2976개)에 비해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쪽방은 임의로 구조를 변경해 화재 등에 취약하고 환기가 안되는 등 대형사고의 위험이 크지만 경제난 속에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전영선기자 azulida@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