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두시간만에 이력서 1만장이 동나버렸습니다."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 인도양홀에서 열리는 '2003 하반기 실버취업박람회'의 박준기 사무국장은 노인들의 취업열기에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55살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서울시와 서울상공회의소가 공동주최한 이번 박람회는 오전 10시 시작하자 마자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온 노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주최측은 당초 이틀 동안 3만여명의 노인 구직자들이 박람회를 다녀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날 오후 3시까지 2만명이 넘는 노인들이 왔다고 밝혔다.
또 구직 게시판을 제외하고 기업체 홍보부스에서 접수된 이력서도 박람회 시작 1시간만에 2188개에 달했다고 전했다.
구인업체도 상반기 박람회보다 64% 정도 늘어난 19개 직종 362개가 참가했고 특히 번역직, 전문기술직 등 고급경력직을 구하는 업체가 상반기의 7개보다 크게 늘어난 43개였다.
박람회장에서 노인들은 한켠에 마련된 구직게시판과 주최측이 나누어준 채용 관련 책자들을 꼼꼼히 살펴보는가 하면 부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채용정보를 하나라도 더 얻으려 애썼다.
미국계 패스트푸드사인 맥도널드에 이력서를 낸 송영순씨(55·여)는 "자녀들도 모두 취직하고 시간이 많이 남아 오후에 5시간 정도 일을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사를 지냈다는 한원수씨(64)는 "비록 정년퇴임을 했지만 아직 다른 일을 시작할 수 있는 나이이다"며 "그러나 취업이 쉽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고 약간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박람회에 참여한 업체들도 몰려드는 노인 구직자들의 열기에 놀라워하면서도 싱글벙글하는 모습이었다.
실버취업박람회에 두 번째로 참가하는 맥도널드측은 "지난번에는 이틀동안 700개의 이력서가 접수됐는데, 오늘은 오후 2시까지 382개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맥도널드측은 이어 "현재 채용하고 있는 노인들을 상담원으로 배치해 노인들에게 구직정보를 상세히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처음으로 박람회에 참가한 한 번역회사의 김우곤 대표는 "50명 채용 예정인데 4시간만에 95통의 이력서가 접수됐다"며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은퇴자들이 대거 지원했다"고 전했다.
IT업체인 이루커뮤니케이션의 강수영 팀장은 "인맥과 경험이 중요한 광고영업직에 노인을 채용하려 한다"며 "특별히 회사에 대해 알고 오는 것은 아니지만 몇시간만에 100여명이 다녀갔다"고 전했다.
주최측은 "220개 업체가 참가해 2860명이 취업한 5월 박람회에 비해 이번에는 3968명이 취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며 "점점 홍보가 잘 돼 노인들이 입소문을 듣고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주최측은 또 "이번 박람회의 열기는 일을 하고 싶은 노인들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라며 "갈수록 늘어나는 고령인구의 취업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