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이정민.박승희 기자] 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 문제를 건드렸다. 민주당은 이전에도 서너차례 대선자금 의혹을 거론했었다. "실제 모금액이 발표액보다 많을 것"이라거나 "쓰고 남은 돈을 盧대통령 측근들이 나눠 가졌다"는 말들이 당내에서 흘러나왔다. 27일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중장부가 있을 것"이란 의혹까지 제기됐다.
대선 당시 盧후보의 선대위에 참여했던 김경재(金景梓).박상희(朴相熙)의원 등이 주도적으로 이런 흐름을 만들어 나갔다. 비공개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들이 앞장서 이중장부의 존재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다.
특히 선대위 홍보본부장을 맡았던 金의원은 친노(親노무현)그룹의 핵심들과 가까운 사이다. 그래서 주변에선 "대선자금과 관련해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金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실명까지 거론하며 모금책의 존재를 공개하고 자신도 그 모금책 중 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H그룹에 직접 전화를 걸었던 실례까지 소개했다. 그는 "이재정 의원은 또다른 H그룹과 아주 친하지 않느냐"는 말로 李의원이 그 그룹 담당이라는 암시도 했다. 이 말대로라면 盧후보 진영도 한나라당과 마찬가지로 대기업을 상대로 조직적 모금에 나섰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이 SK 비자금 1백억원 모금에 앞서 모금대책회의를 열었던 것과 오십보백보다. 그러면서 지난 7월 밝힌 '대선자금 수입.지출 내역'이 엉터리일 가능성도 거론했다. 민주당은 당시 정대철 대표의 '2백억원 모금설'로 여론의 화살을 받자 이상수 총장 주도로 서둘러 대선자금 내역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법인 및 개인 후원금 74억5천만원▶국민성금 50억원 등으로 돼 있다. SK 한 곳에서만 25억원이니 어림잡아도 민주당이 공개한 숫자는 엉터리라는 얘기를 강조하고자 그 부분을 거론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중장부 의혹을 거론한 배경을 두고는 이런저런 말들이 나왔다. 대선자금의 검찰 수사를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盧대통령의 대결구도가 민주당의 위상을 떨어뜨린다는 위기감에서 그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고위 당직자는 "이상수 의원이 당시 8층 자기 방에 별도의 금고를 두고 대선 자금을 관리했는데 선거 뒤 꽤 많은 자금이 남아있었다는 경리 실무자들의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선 잔금이 있었는데도 당사 임대료가 8개월분(30여억원)이나 밀렸던 상황을 전하면서 열린우리당의 부도덕성을 부각하려 했다.
김경재 의원은 "신당 창당에 30억~40억원은 들 것"이라며 은근히 대선 잔금과 창당 자금을 연결시키려 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은 자금 모금 할당 대목만 시인했을 뿐 나머지 주장은 모두 부인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당을 향해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이처럼 사활을 걸고 싸우는 것은 내년 총선에서 그들의 공통 지지 기반이었던 호남과 젊은층을 끌어오기 위해서다.
이정민.박승희 기자 jmlee@joongang.co.kr
중앙일보 2003-10-28 06: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