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란 '학생이나 직업인 등이 돈을 벌기 위해서 학업이나 본업 이외에 부업으로 하는 일'을 의미한다. 줄여서 정의하자면 돈을 벌기 위해서 부업으로 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아르바이트는 본업이 아니기 때문에 돈만 벌 수 있다면 더럽고 힘들어도 참고 일하기도 한다.더럽고 힘든 아르바이트 중 물탱크 청소는 인내와 기술, 그리고 유연성을 필요로 하는 고난이도의 작업에 속한다. 일반 가정의 옥상에 있는 물탱크 뿐만 아니라 아파트 단지의 대형 물탱크나 정수장의 지하 물탱크도 작업의 대상이 된다.
일반 주택이나 작은 아파트 옥상에 있는 노랗고 파란 소형 물탱크는 많은 힘은 들지 않지만 고도의 절제된 움직임을 요한다. 뚜껑을 열고 몸을 겨우 집어 넣고 나면 숨쉬기도 곤란하며 팔을 뻗어 벽을 문지른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힘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아파트 지하나 옥상에 설치되어 있는 대형 물탱크는 그 크기가 다양하지만 보통 농구코트 정도의 면적이다. 높이는 사람 키의 두 배에서 세 배 정도니 그 안을 말끔히 청소하기는 생각보다 힘들다. 작업이 있기 전에 물을 약간만 남겨놓고 뺀 다음, 남은 물을 벽에 뿌려가며 녹슨 곳을 수세미로 청소한다. 일차로 묵은 때를 벗겨내면 세척기를 동원해 수압으로 뒷마무리를 한다.
말은 이렇게 쉽게 하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물탱크의 내부가 휑한 것이 아니라 배수조절을 위해 미로처럼 칸막이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것은 초등학교 운동장에 있는 정글짐처럼 되어 있는데 칸칸이 빠지지 않고 청소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인내와 유연성이 필요하다.
가장 큰 물탱크는 정수장 축구장 밑에 숨어 있다. 사실은 물탱크 위를 축구장으로 이용하는 것이지만. 어쨌든 물탱크 하나의 크기가 축구장만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건 청소라기보다 대형 공사라고 해도 무방할 듯 싶다.
대형 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내부에 백열등을 달고 우마를 설치한다. 대형펌프에 끝도 없는 호스를 연결해 세척을 한다. 거의 두 주간에 걸쳐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 광활한(?) 물탱크의 벽과 바닥을 세척해야 한다. 작년에 이곳을 청소하던 인부가 사고가 나 물탱크 안에서 숨졌다는 끔찍스러운 얘기를 잊기 위해서라도 쉴 새 없이 벽을 문지른다.
물 탱크 청소 일당은 3만 원 하루 8시간에서 9시간 정도 일하고 받은 임금은 일당 3만 원이었다. 노동량에 비해 분명 적은 액수였지만 몇 가지 장점이 있어 그만두지 못하고, 올해 한여름을 물탱크 속에서 보내야 했다. 장점이란 그날 할당량을 빨리 끝내면 그 만큼 일찍 퇴근한다는 것과 한여름에 시원한 물을 뿌려가며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보다 더 큰 장점은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참 좋았다는 것이다.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동료와 마음만 맞다면 참을 수 있다. 농사를 지을때 서로 농가를 부르며 힘든 일을 하듯 우리도 벽을 문지르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적은 임금도, 고된 일도 참을만 했다.
그렇게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일하던 것이 언젠가부터 삐끗하기 시작했다. 술자리에서 임금이 너무 적다는 사실에 다들 분개하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서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다음날 총파업에 돌입했다.
물론 노동청에 신고도 안한 우리만의 조합이었으며, 총파업이란 작업장 근처 공원에서 소주 한병 사다 놓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머리 맞대고 있던 것이 전부였지만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일방적인 행동이 참 어이없기도 하지만 당시 노동착취를 생각하면 쓴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총파업의 결과로 일당 5000원 인상이라는 협상안을 받아들였지만 모두들 일을 오래하지는 못했다. 산업재해에 대한 보험도 들어 있지 않은데다가 무엇보다 업체 상무와의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노조의 위원장이었던 큰 형이 먼저 자진 사퇴함으로서 우리의 조직은 붕괴되고 말았다.
필자는 아르바이트로 방학동안 일한 것이라 임금의 적정성이나 작업환경, 그리고 인간관계 등에 대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고 버틸 수 있었지만, 당시 같이 일하고 있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에게 그 일은 직업이었고 생계였기 때문이다.
형색은 그 업체의 직원이었지만 산재보험도 되지 않고, 일당으로 임금을 계산하니 보너스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일이 없는 날에는 마음 편히 쉴 수도 없다. 추석은 다가오고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해야겠다며 모두들 또다시 일자리를 찾아 나서게 된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처음으로 경험해 본 노사갈등은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이었다. 매일 위험을 무릅쓰고 3만 원의 임금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언젠가는 일당이 인상되겠지라는 희망과 인간적인 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것이 깨진 마당에 더 이상 일할 의욕을 찾지 못했다. 모든 것을 돈으로 덮어버릴 만큼 후한 임금인상이 아니라면 그 곳에서 계속 일할 이유가 없었다.
필자의 소소한 경험을 바탕으로 노사관계의 해법을 찾자면 사용자측은 회사 이윤에 대해 투명한 회계 처리를 통한 적절한 분배를 해야 하며, 노동자는 그것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전력 투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회사가 공정하게 나누어 준다면 노동자는 더 열심히 일할 것이며, 그런 생산과 분배의 톱니바퀴는 상호 신뢰가 되어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
아르바이트생 신분으로 겪은 노사 갈등이지만, 그 경험을 떠올리면 요즘 계속되고 있는 노동자들의 분신자살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구현모 기자 (vstory@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