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쿠르트가 생산하는 즉석라면 ‘도시락’은 국내시장에서 거의 잊어진 상품이다. 경쟁사 제품에 밀려 웬만한 소매점에선 찾아보기조차 힘들게 됐다. 그러나 경기도 이천에 자리한 생산공 장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늘어나는 러시아 수출 물량을 대기 위해서다. 도시락은 해외시장 개척으로 국내시장에서의 실패를 만회한 상품으로 꼽힌다.
도시락의 지난해 러시아 수출은 2억2000만개. 러시아 즉석라면 시장의 80%를 장악했다. 러시아 전체 라면시장 점유율도 20%를 넘어섰다. 올해 수출량은 2억5000만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금액 으로는 650억원에 이른다.
지난 86년 4월 출시된 도시락은 부산항을 드나들던 보따리 상인 들에 의해 처음 러시아에 알려졌다. 이들은 한국에서 즐겨먹던 도시락을 러시아로 가져가 판매하기 시작했고, 현지의 반응은 의 외로 뜨거웠다. 상대적으로 매운맛이 약해 러시아인의 입맛에 맞 았고, 용기의 안전성이 뛰어나 철도나 배로 이동하면서 먹기에 편리했기 때문이다. 지난 96년의 경우 부산지점의 매출액 100억원 가운데 이들 상인이 러시아로 가져간 물량만 30억원어치에 달했 다.
한국야쿠르트는 97년 6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사업소를 개 설하면서 본격적인 수출에 나섰다. 경기침체와 사회혼란으로 러 시아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국내업체들이 이미 철수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98년 8월 러시아가 모라토리엄(국가부도)을 선언했을 때 남아있는 국내 업체는 한국야쿠르트가 유일했다.
인옥환 수출담당 이사는 “당시 내수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 던 한국야쿠르트는 러시아시장에 사활을 걸기로 작심했었다”며 “위기는 곧 기회라는 각오로 시장조사와 제품개발에 매달렸다” 고 말했다.
우선 러시아인의 입맛에 맞도록 매운맛을 없앴다. 그래서 수출용 도시락은 국물이 말갛다. 또 내수용은 쇠고기 국물맛 뿐이지만 수출용은 닭고기, 돼지고기, 새우, 버섯, 야채 등으로 다양하다.
특히 국내시장에서는 판매되지 않는 닭고기 제품이 가장 인기를 끌었다.
한국야쿠르트는 블라디보스토크에 이어 99년에는 모스크바에도 사무소를 개설하며 수출지역을 우랄산맥 서쪽으로 확대했다. TV 광고와 다양한 판촉행사를 통한 공격적인 마케팅도 병행했다. 그 결과 모라토리엄 선언 이후 줄어들었던 판매량은 2000년부터 다 시 급증세로 돌아섰다.
경쟁사들이 저가공세를 펼쳤지만 한국야쿠르트는 면발과 양념, 포장의 고급화 전략으로 이를 돌파했다. 러시아에서 판매되는 중 국과 베트남 등 경쟁사 제품의 가격은 2~3루블(1루블 40원). 반 면에 도시락은 10~15루블에 판매되지만 러시아인들은 입맛을 바 꾸지 않고 있다.
러시아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도시락은 수출시장을 확대하 고 있다. 현재 미국·호주·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34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올해 리비아와 나이지리아 등 4개국에 새로 진출했다. 강신흥 마케팅 본부장은 “수출지역 다변화와 함께 제 품개발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해 세계인의 입맛을 모두 사로잡을 것”이라며 “즉석라면의 브랜드 인지도를 이용해 봉지면 시장 점 유율도 점차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영출기자 equality@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