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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과 북한의 핵 관련 없어"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

4년 전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이래 안으로는 경제개발에 진력하면서 밖으로는 미국의 대(對)테러 전쟁을 지지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도왔던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5일 오후 내한했다.

중국 방문을 마치고 온 그는 6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조선일보의 김창기(金昌基) 국제부장이 5일 오후 그의 숙소인 하얏트호텔에서 단독 인터뷰를 갖고 테러와의 전쟁, 이라크 파병, 인도·파키스탄 분쟁 해결책, 한·파키스탄 협력 방안 등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한국민들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 파키스탄, 특히 압둘 카디르 칸 박사에 의해 제공됐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 실상은 무엇인가.

“파키스탄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연결지으려는 모든 보도 내용들은 전적으로 사실이 아니며 악의에 찬 것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주고 싶다. 파키스탄 핵 정책의 근간은 핵 비확산이며 그 점에 관한 한 가장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다. 파키스탄은 책임있는 핵 보유국으로서, 핵 기술이 나쁜 손에 들어갈 경우의 막대한 위험에 대해 잘 안다.

나는 파키스탄과 북한 간에 재래식 무기든 비(非)재래식 무기 분야에서든 어떠한 연관도 없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한국의 친구들에게, 파키스탄이 한국의 안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어떠한 행위에도 가담한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할 일임을 알려드리고 싶다.”

―대통령은 파키스탄 국민 다수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 미국 편에 섰다. 국내의 반대를 어떻게 설득했고, 결정에 따른 후유증을 어떻게 극복했나?

“우리는 테러리즘은 어떤 명분이나 형태든 비난받아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취했으며, 그에 따라 미국의 테러리즘 척결 노력에 협력했다. 우리 정부 정책은 길거리의 반미(反美) 감정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파키스탄 정부는 지고(至高)의 국익을 최우선시하면서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국익에 입각해서 정책 결정을 한다면 국민은 뭉친다.”

―파키스탄의 이슬람교도들은 파키스탄의 이라크 파병에 극구 반대했고, 유엔 주재 파키스탄 대사는 안보리 결의 채택 직후 파병 가능성을 배제하는 발언을 했다. 같은 이슬람국가로서 이라크가 빨리 안정되도록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지는 않는가?

“파키스탄은 이라크에서 하루 속히 평화와 정상 상태가 회복되고, 권력이 이라크 국민들의 진정한 대표들에게 이양되기를 바란다. 이라크의 형제들을 위해 모든 가능한 지원을 제공할 태세가 돼 있다.

파키스탄도 이라크에 다국적군 배치를 허용하는 안보리 결의안 1511호를 지지하기는 했지만, 프랑스·독일·러시아 등 안보리 주요국들과 마찬가지로 안보리 결의 내용이 파병을 위한 최소한의 요건들에도 크게 미흡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결의는 별도의 유엔 지휘체계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파키스탄은 단순히 점령군을 확대시키는 조치의 일부분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파병은 이라크 국민들이 요청할 때 그에 따르는 것이 돼야 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라크에 파병하는 데 대해서는 파키스탄 내에서 상당한 반대가 있다. 그러나 이처럼 민감한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은 결국 의회가 하게 될 것이다.”

―이라크에 파병키로 한 한국 정부의 결정을 어떻게 생각하나. 사담 후세인에 충성하는 세력이 한국군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한국 정부가 이라크에 파병키로 한 결정에 대해선 언급하고 싶지 않다. 그 결정은 이라크의 평화와 질서 회복에 대한 한국인들의 바람에 바탕을 둔 것으로 이해한다. 이라크의 안정과 평화, 번영은 이라크인(人)들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에 이로운 일이다. 나는 낙관론자로서, 일단 이라크에 주권이 회복되면 여러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믿고 있다.”

―파키스탄과 인도 양국 관계는 일시적 평화를 이뤘다가도 적대적 언급과 군사력 증강으로 인해 금세 깨져버리곤 한다. 작년에도 한때 군사적 대치가 한계상황까지 치달은 적이 있다. 현재의 양국간 평화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가.

“파키스탄이 단호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는 카슈미르 문제에 대해 기본 입장을 포기하도록 인도가 강압적 외교와 군사적 위협을 집요하게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은 대화와 협상을 원하지만, 반면에 어떤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인도측에 분명히 밝혀두고 싶다. 파키스탄은 인도측에 언제 어디서 어떤 수준에서든 어떠한 전제조건도 없이 의미있고 건설적인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음을 반복해 밝혀왔다.

잠무와 카슈미르 지역 문제를 포함한 모든 현안의 해결을 위해 대화를 갖자는 바지파이 인도 총리의 제의를 환영하며, 바지파이 총리의 파키스탄 방문을 초청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모든 것은 이제 인도에 달려 있다.”

―한국과 파키스탄 간에 경제적 협력 여지가 상당히 많지만, 대우가 지불받지 못한 채무관계 등으로 인해서 그러한 가능성이 저해되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의 입장은?

“대우건설의 채권 문제는 해결이 됐다. 최근 양측이 채무 변제 스케줄을 다시 정해 합의했다. 문제가 해결된 만큼 대우F&C가 파키스탄에서 새 개발 프로젝트를 시행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대통령은 4성 장군이라는 군 경력을 갖고 국가 지도자가 됐다. 파키스탄에 대한 비전은 무엇인가. 박정희 전 한국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의 비전은 파키스탄 건국의 아버지인 무하마드 알리 지나(Ali Jinnah)가 제시했던 것과 같다. 파키스탄을 현대적으로 발전시켜 온건한 이슬람 국가로 확립해 나가는 것이다. 과거 파키스탄이 겪었던 슬픈 권력 집중과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해, 견제와 균형을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파키스탄은 풍부한 인적 자원과 천연자원을 갖추고 있어, 선진국가가 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 어렵던 시절 한국을 이끌어 고도로 공업화된 민주국가로 변화시키는 데 역사적 역할을 담당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 그는 후임 대통령들이 본보기로 삼을 만한 유산을 남긴, 한국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던 지도자들 중 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 정리=尹熙榮 기자 hyyoon@chosun.com

2003-11-06 12: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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