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어떤 연극에서 음향을 맡게 될 일이 좀 있어서 벅스에 음악 좀 따러갔다가 살벌한 팝업창에 깜짝 놀라 슬그머니 창을 통째로 끌 뻔 했었다. 몇몇 기획사, 무슨무슨 대중음악 단체에서 벅스 소송 들어가서 이기겠다고 장담에 장담을 하더니 기어코 이겼다 보다. 다행히도 음향으로 쓸 음악이 좀 오래된 음악들이어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한번도 안 들어본 음악을 음향이랍시고 틀 뻔 했다.
MP3 논쟁이 음악가에 있어온지는 꽤 됐고, 네티즌들도 완전히 양분되어서 논란을 가속해온 걸로 알고 있다. 그러나 항상 그렇듯이 이 ‘네티즌들 의견’이라는 게 양분되어서 서로 왈가왈부하면서 전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음반 제작자측은 얼렁설렁 재판에서 승소해버렸다. MP3에 반대하던 사람들은 물론 암말 없겠지만, MP3에 찬성하던 사람들도 ‘원래 그런 거다’라는 식의 의견과 함께 비판은 하지만서도 달리 뭐 행동을 보이고 있지 않다. 요컨대, 뭐 MP3 논쟁은 대충 일단락된 듯 보인다는 얘기다.
그럼 일단락된 시점에서 왜 굳이 캐캐묵은 MP3논쟁을 끄집어내어 썰을 풀고자하냐하면, 이번에 법적으로 이겨버린 제작자측에 쪼매 하고 싶은 말이 두어가지 있어서다.
이번 소송건에 관해서 좀 제대로 된 근거나 들고 얘기하라.
많은 네티즌들이 MP3 논쟁에 굉장히 반발하는 게 이 이유인 걸로 알고 있다. 신문 기사 좀만 뒤져보면 알겠지만, 제작자들이 이번 소송에 대해서 줄기차게 얘기하는 건 이거다. “불법 복제와 스트리밍으로 잠식당하는 온라인 음악시장” 제작자 측에 한 마디 던지고 싶어진다. 닝기미 조또.
사실 이번 제작자 측에서 내건 입장은 분명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입장이었다. 바꿔말해 제작자측이 소송을 건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현재 인터넷은 현실세계와 사이버와 적당히 걸쳐 있는 상태이고, MP3같은 경우에는 ‘그 소스를 현실세계에 두고 있다’라는 식으로 현실세계와 사이버가 연결되어 있다. 완전히 구별되어 있을 경우의 사이버상 범법에는 현실 세계의 법률을 그대로 적용하는 게 다소 무리일 수 있겠지만, 이번 건 같은 경우에는 현실 세계의 법률을 적용하는 근거가 없지는 않은 것이다.
게다가 소리바다 유저들처럼 상업적 목적을 띠지 않고 음악을 공유한 경우에는 그 윤리성이 비난받을 수 없지만, 벅스뮤직측이 무슨 자선단체도 아니고 돈벌어먹기 위해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 건 윤리성이 좀 비난받을 만도 하다.
그렇지만, 본인을 포함한 상당히 많은 수의 네티즌들이 이 소송에 대해 배알 꼴려하는 이유는 제작자측이 내건 이유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인간들이 시도 때도 없이 지네 음반이 안 팔리는 이유가 MP3때문이란다. 이 근거가 말이 안 되는 이유를 대충 세 가지만 들어보면,
첫 번째로는 지네들이 생각하던 ‘음반 잘 팔리던 시기’라는 게 거품시장이었다는 거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남한 인구가 5천만이다. 좀 가늠하기는 어렵겠지만 평균적으로 4인 가정이라고 생각하면 가구수는 대략 1천여 개 된다. 여기서 음반이 2백만 장 팔렸다고 생각해보자. 5집 중에 한 집은 그 음반 갖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이게 말이 되냐. 실제로 옛날에 2백만장 넘게 팔렸던 C모 가수의 앨범은 주변 여자애들 중에 안 가지고 있는 애가 없을 정도였다. 거품이 빠지면 원래 그 반작용으로 불황이 찾아온다. 딴데서 다 성립하는 경제법칙이 음반시장에서라고 성립 안 하겠냐.
게다가 현 음반시장 상황을 별로 불황이라고 볼 수가 없는 게, 최대 팔리는 게 50만 장 정도인 음반 시장이, 남한의 인구수나 경제상황을 볼 때 적절하다는 거다. (남한이 선진국이고 어쩌고 하지만, 빈부차가 좀 많이 심해서 일반 서민층은 엥겔지수가 아직 많이 높댄다. 문화를 소비하는 거보다 밥벌어먹기 바쁘다는 거다.)
두 번째로는 MP3를 듣고 음반을 안 사는 애들이 어떤 애들인지를 한 번 생각해보라는 거다.
원래 음악 듣던 애들은 MP3가 뜨던 말던간에 음반을 산다. 단지 MP3가 좀 뜨면서 얘네들에게 음반이 잘 안 팔리게 되는 경우는, 이름만 보고 사는 경우가 적어진다는 거다. 이름만 보고 사려고 했다가도, 음악이 나쁘다는 소문이 돌면 그걸 한 번 들어보고 안 산다는 게 그 얘긴데, 이건 반대 경우도 성립하기 때문에 얘네들이 음반 안 사는 주축은 아니다.
그럼 원래 음악 안 듣던 애들이 MP3 때문에 음반을 안 산다는 게 되는데, 필자 보기에도 그러하다. 무료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정말 그 사이트를 애용하는 애들을 살펴보면 외계어 쓰는 초딩들이 대부분이다. 즉, 얘들이 딴따라 음반들을 나오는 족족 줄기차게 사대다가, 요즘엔 스트리밍이나 MP3있으니까 음반 안 사고 CD 구워서 듣는다는 얘기다. 이 경우에는 오히려 “MP3가 가져다 준 불황(?)”이 잘 된 거라고 본다. 얘들이 음반 계속 사봤자, 남한 대중가요계는 양적팽창만 열라 할 뿐, 질적팽창은 죽어도 안 된다.
졸라 개인적인 얘기 하나만 하자. 본 필자, 솔직히 이효리라든지 베이비복스 필의 댄스 음악을 상당히 좋아한다. 대중음악 정도의 음악만 듣는 사람들하고 노래방에 갔을 때, 이 음악들만큼 부르기에 와따인 거 별로 없다. 근데 솔직히 말해서, 이 음악들 돈 내고 들은 적 한번도 없다. 이 음악들 한 곡 듣자고 음반 전체 사는 거 돈 아깝다.
지금 제작자측에서 가장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 MP3라는 하나의 거센 바람이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음악청자들의 문화가 별로 안 바뀌었으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다. 돈 안내고 음악 들으면서, 좀 듣기 힘들던 팝도 들어보고, 정말 듣기 힘들었던 일본음악도 들어보게 되면서 청자들의 수준은 조금씩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그것을 고려하고 있지 않단 말이다. 제작자측에서는 단순히 MP3를 찍어누르고, 돈내고 듣기만 하면 현재의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절대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MP3가 활성화되면서 청자들의 문화가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좋은 음반 아니면 안 산다’라는 식의 마인드가 어느 정도 형성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음악을 한 번 들어보고 나서 이 음악은 걍 몇 번 듣고 말 음악인지, 정말 돈 내고 사야되는지를 결정하는 문화가 생겨났다는 거다. 물론 MP3만 죽어라고 계속 듣는 애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렇단 말이다. 대부분은.
이 상황에서 MP3를 돈 내고 들어라, 듣지 마라, 라는 식의 얘기가 오가게 되면 음반 시장에는 좀 더 큰 불황이 찾아올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음악을 한 번 들어보지도 못하고 사게된다면, 어떤 음반을 사게 될 거 같냐? 당연히 이름이 좀 널리 알려진 뮤지션 음반, 또는 그 인간들이 키운 애들 음반, 아님 미디어에서 졸라 떠들어대는 음반만 사게 될 꺼다. 이렇게 되면 원래 팔리던 애들만 계속 팔리고, 안 팔리던 애들은 팔리기 힘들어진다. 음반업계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찾아오면 이건 또 불황으로, 그리고 음반시장의 질적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생각해봐라. 지 이름만 대면 음반 팔리는데, 누가 음악에 신경 쓰겠냐.
그리고 이건 단순한 내 생각인데, 딴따라들 음반이 잠시 조금 더 팔리다가 더 안 팔리게 될 공산이 크다. 여태까지 돈 안내고 듣다보니 이 음악들 들으려고 돈 낸다는 게 정말 아깝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한 네티즌들이, MP3 억제한다고 그 음반을 사게 될까? 솔직히 이건 의문이다.
생각해보면 대안은 엄청나게 많다.
해외에서 많이 있는 ‘음반 대여점’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한 번 들어보고는 싶은데 돈 내고 사기엔 아까운 음악들을 한번쯤 들어보는 공간으로서의 활용은 충분히 가능하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싱글의 발매를 들 수 있다. 단, 싱글을 발매할 땐 앨범의 가격은 좀 높이는 게 좋을 것이다. 남한의 CD 가격이 물가대비로도, 엥겔지수 대비로도, 절대가격으로도 엄청 싸다고 한다. 음반 손익분기점이 딴 나라보다 지나치게 높은 게 투철한 ‘박리다매’정신 때문인 듯도 하다. 어쨌든, 좀 그러한 딴따라들은 괜히 팔아먹지도 않을 음악에 돈 쏟아 부어 앨범 하나를 내놓느니, 차라리 싱글만 계속 발매하라는 걸 권하고 싶다. 어차피 음반 팔아서 먹고사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앨범을 고집하는 건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필자도 이효리 ‘싱글’이 나오면 사줄 요량은 있다)
비전문가인 필자가 생각하는 대안도 이 정도쯤 나오는데, 전문가인 제작자측이 대안을 내놓으면 얼마나 많은 대안이 나오겠는가.
음반 제작자들, 귓구녕 파고 잘 새겨듣기 바란다. 음악 청취 문화 엄청나게 바뀌었다. 옛날처럼 니들이 문화 수용자들 입막고 귀막아가면서 니들 멋대로 양적팽창만 하는 니들의 판타스틱 월드는 절대 안 온다는 얘기다. MP3 막는 거 옳고, 스트리밍 막는 거 다 옳다고 치자. 그렇다 해서 니들 판타스틱 월드는 안 온다. 무조건 옛날로 돌아가려 하기 전에, 조금쯤 니들 탈출구 만들어둬라. 전문가 아닌 내가 보기에도, 니들 하는 식이라면 음반업계에 불황만 더 찾아올 것이다.
오늘 공세는 대충 여기까지로 접도록 하겠다. 담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