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서울시장이 또 막말을 했다. 취임하자마자 공식 행사장에 아들을 불러 히딩크와 사진을 찍게 하고, 태풍이 부는 와중에 부인의 대학동문 모임에 갔다가 입방아에 오르더니, 이번에는 서울 ‘특별시장’다운 ‘특별한 말’로 열심히 일하는 ‘시골’ 사람들 가슴에 못질을 했다.
그는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실 교육의 핵심은 교육을 책임진 사람들이 모두 시골 출신이라는 데 있다”고 말했다. 대구 출신의 윤덕홍 교육부총리와 경남 거창고등학교 교장 출신의 전성은 청와대 교육혁신위원장을 놓고 한 말인 모양이다. 그들이 중책을 맡은 지 각각 8개월과 3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멀쩡하던 한국 교육이 불과 몇 달 사이에 부실해졌다는 이야기인가
뒷말을 들어보면 특히 윤덕홍 부총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전의 서울 ‘특별시민’ 출신 교육부 장관들은 모두 잘했는데, 시골에서 올라온 윤 부총리가 한국 교육을 다 망쳐 놓았다는 말인가
이명박 서울시장은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교육부총리는 대구 출신인데 시골 중학교 교사 하다 대학교수 하고 무슨 협회장 거쳐서 부총리까지 올라왔다. 이런 사람들은 서울의 교육 실정을 모른다.” 이쯤 되면 악의적인 왜곡에 기초한 말이다.
먼저 사실 관계부터 바로잡자. 윤덕홍 부총리가 대구 출신인 것은 맞다. 그런데 그는 시골에서 중학교 교사를 한 것이 아니다. 서울에서 대학교를 마친 뒤, 서울의 이화여자고등학교에서 8년 동안 교사 생활을 했다. 서울에서 내로라하는 여성 지도자들 가운데도 그의 제자들이 수두룩하다. 그 뒤 그는 대학원을 마치고 대구에 와 한 전문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했다. 늦게 일본 도쿄대로 유학 가서 사회학 박사학위도 땄다.
귀국해서는 대구대학교에서 교수를 했고, 대학 민주화 과정에서 해직되기도 했으며, 민주화교수협의회 의장도 역임했다. 지방 대학의 민주화뿐만 아니라 서울 ‘특별시’ 소재의 비리 대학의 정상화에도 기여하고, 나아가 전국적 사회 민주화에도 적극 참여했다. 그 뒤 민주화된 대구대학교에서 직선 총장으로 당선되었으며, 전국지방대학총장협의회 대표직을 맡아 지방대학 육성 특별법 제정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그가 지방대학 총장으로 일하면서 지방 살리기와 지방 대학 살리기에 발벗고 나섰던 것은 시골밖에 모르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살고 서울 사람들도 살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피폐한 지방 사정을 너무도 잘 알지만, 교통·주택난, 쓰레기, 환경공해 등에 찌들어 힘들게 살아가는 서울의 서민들을 위해서도 지방 살리기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윤 부총리는 시골 중학교에서 교사 생활 한 것이 아니며, “대학교수하고 무슨 협회장 거쳐서 부총리까지 올라왔다”고 폄하받을 정도로 빈약한 경력의 소유자도 아닌 것이다. 중요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바로잡자고 나서는 것은, 그것이 최소한의 품격을 요구받는 서울 ‘특별시장’의 말이기 때문이요, 사실까지 왜곡하면서 퍼붓는 무책임한 비난이 우리 사회를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윤 부총리가 설령 지방 대학 총장하다 올라간 ‘시골’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교육부총리의 흠결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교육부총리는 결코 서울 ‘특별시민’ 출신만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명박 시장의 논리대로라면 시골 사람에게 맡길 수 없는 일이 어디 교육뿐이겠는가 서울의 복잡한 교육 문제를 알 수 없는 시골 사람이 어찌 서울의 복잡한 교통 문제, 부동산 문제, 환경 문제 등을 알기나 하겠는가 서울 사람들이 벌이는 천문학적 규모의 부패 놀음을 이해나 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교육부총리는 물론이요, 건교부 장관, 환경부 장관, 법무부 장관인들 어디 시골 사람에게 맡길 수 있는 자리겠는가 이명박 시장의 말은 지방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시민에 대한 인격적 모독인 것이다.
당부하건대, 이 시장 자신부터 서울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들이고 자신은 서울 ‘특별시민’이 뽑아준 ‘특별한 시장’이라는 생각부터 버리기 바란다.
홍덕률/대구대 교수·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