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대신 짙은 화장과 굽 높은 신발, 아찔한 옷들. 그곳에서는 잘못을 할때마다 가게 삼촌들이 날 가둬놓고 옷을 벗기고 야구방망이로 때렸다. 저수지로 끌려가 포클레인에 거꾸로 매달려 물속에 잠겨질 땐 숨이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차라리 죽고 싶었다.” (이정은)
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보호위원회에서는 최근 성매매를 경험한 여성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공모한 체험수기 12편을 모아 ‘희망까지 잃을 순 없어요’라는 수기집으로 발간했다. 이 책에는 성매매 피해 청소년들이 가출한 뒤 겪는 성매매, 유흥업소에서의 탈출과 극복 과정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이정은(가명)양은 ‘오랜 방황 끝에 찾아온 비상’이라는 수기에서 “14살, 문제아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가출에서 느닷없이 우리에게 다가온 한 아저씨. 숙식제공에 용돈까지 이유 없는 친절에 의심은 했지만 그땐 흑심의 대가여도 좋았다”며 “하지만 결국 다방에 팔아 넘겨져 낯선 아저씨들과 성관계를 갖다가 어린나이에 심한 병에 걸려 임신한 아이까지 사산하고 말았다”고 고백했다.
이양은 “이후 쉼터에서 만난 한 수녀님이 친 엄마처럼 곰국을 끓여주시며 돌봐주시기 전까지 사랑이라는 것을 몰랐다”며 “쉼터 가족의 사랑 덕분에 내년부터는 다시 고등학교를 다니게 된다. 미래의 꿈인 보육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할 것”이라고 썼다.
가작 수상자인 김정희(가명)양은 ‘희망을 가득 실은 내 삶속에 새 생명이’라는 글에서 “‘한달만 (업소일을)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말에 유흥업소 마담과 200만원에 ‘악마와의 계약’을 맺고 말았다”며 “하지만 큰돈을 벌 것이라는 말과 달리 남성들과 성관계의 대가로 받은 돈들은 하나같이 업주들이 영업비, 지각비, 세금, 결근비, 마담엠티비란 명목으로 우리의 돈을 가져가는 등 암묵적인 화류계의 법칙에 엄청난 빚만 남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박지영(가명)양은 “당장의 눈앞의 이익으로 성매매의 유혹에 빠져들었지만 한 달도 안돼 수렁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음을 깨달았다”며 “손님의 커피 취향을 외우는 것 대신 나도 국·영·수를 공부하며 열심히 공부하던 때가 있었고 술과 담배 대신 친구들과 떡볶기 사먹던 때가, 화려한 화장 대신 로션과 비누냄새가 나던 적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하지만 전쟁같던 그곳을 빠져나와 지금은 시간당 3000원씩 받고 일하며 삶의 가치를 깨닫고 있다”며 “내년에 고등학교 3학년으로 복학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때 성매매 피해를 당한 이들 여성 청소년은 지금 관련 보호시설에 수용돼 약물치료와 재활훈련을 받고 있다.
수기공모전의 한 당선자는 “어린 시절의 경험한 가출, 성매매 유혹, 빚더미 그리고 임신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솔직한 마음으로 내 또래 다른 친구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며 “다시 쓰고 고쳐 쓰고를 반복하며 수백번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 수기에 공모하게 된 만큼 많은 이들이 찾아와 우리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소년보호위원회 이경은 선도보호과장은 “이번 수기공모는 ‘성매수 피해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고 그 과정을 이해하자’는 취지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행사”라며 “걱정과는 달리 응모한 이들이 많았고 대부분이 솔직하고 감동있는 작품들이었다”고 말했다.
수기 당선작 시상과 발표는 4일 오후 4시30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있으며, 일탈청소년을 위한 직업보도 시설인 마자렐로센터 주최로 ‘성매수 청소년들을 위한 후원의 밤’ 행사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