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카는 끝나고, 단판 올인 승부에 들어가다.
후세인이 사로 잡히고 김혁규가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열린우리당에 입당하고 윤덕홍도 교육부총리를 사퇴하고 열린우리당에 입당할 것이라는 어수선한 분위기지만 지금 국내의 최대화두는 뭐니뭐니 해도 노무현 대통령의 불법자금이 한나라당의 1/10 보다 많은면 사퇴하겠다는 발언과 이회창씨의 전격적인 사과 발표와 검찰 출두라고 생각한다.
열린우리당과 청와대는 애써 그 의미를 정치개혁의 차원으로만 한정하거나 혹은 약간은 의혹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 의혹, 즉 걱정쪽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결코 작은 일이 아닌 것이다.
대선자금 문제에 있어서 명확한 실체로써 핵심적 대상이 되는 노무현 본인과는 달리 그 막대한 불법자금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핵심실체가 없는 두리뭉실한 비판만을 받고 있었다. 다만 그나마 한나라당측에서 그 비판의 핵심적 실체가 될 수 있는 인물이 바로 이회창씨 였다.
이제 그 이회창씨가 바로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칼을 꺼내며 대선에 이은 제이의 리턴매치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승부는 진검대 진검의 대결이 될 것이며 말 그대로 선혈이 낭자한 싸움이 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그동안 노무현씨는 뻥카 싸움에 가까운 승부를 벌여왔다. 즉 재신임 카드가 대표적인데 - 실제로 끝을 보고자 했든 아니든 간에 - 결과적으로 그 승부는 패를 뒤집지 않고도 상대방들에게 판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그런 뻥카로 인해 사람들에게 뻥카맨으로 낙인찍힐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또한 누군가가 확인사살을 요구할 경우 그 패가 확실하지 못하다면 올인을 당해야만 하는 것이 뻥카맨의 운명이기도 하다.
이회창은 이 시점에서 정말 아무것도 걸릴 것이 없는 자연인으로써 (어떤 공적인 자리나 이미지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에서 자연인이란 표현을 쓴 것임 ) 맨몸으로 단판 올인 승부를 노무현에게 제안한 셈이다. 옷 벗고 판에 오르겠다. 이번 판에 모든 것을 걸자는 메시지인 셈이다. 이제 한나라당에 비하면 나는 그래도 깨끗한 셈이다라는 노무현의 전매특허격인 장점은 오히려 아무것도 걸릴 것이 없는 자연인 이회창의 승부수로 말미암아 대통령직과 청와대 측근들, 열린우리당이란 걸릴 것이 많은 단점으로 변해버리고 있는 셈이다.
이회창이 말한 자신이 모든 것을 최종적으로 책임지겠다는 말은 명백하게 노무현을 겨냥하고 있다. 이회창이 지난 대선의 비리를 최종책임진다면 노무현 역시 그 점에서 같은 길을 걸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노무현이 내심 총선과도 연계하는 1/10 발언의 효과는 오히려 이회창의 승부수로 말미암아 영남에서 역폭풍이 불어올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죽지 않고 살아서 잡힌 후세인이 처리로 골몰하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역공으로 검찰에 들어간 이회창으로 인해서 노무현은 향후 심각한 고민에 처해야 할지도 모른다.
즉 그를 법대로 하지 않을 수도 그렇다고 법대로 처리하기도 뭐한 상황 말이다.
이미 이회창씨까지 검찰에 자진 출두한 이상, 또한 현재의 국민정서상 정치권에서 몇번 논의가 이루어졌던 적당한 수사후 양심고백, 사면이라는 절차가 이루어지기는 현재로써는 매우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막상 이회창씨를 법대로 처리할 경우 청와대로 바로 밀어닥칠 후폭풍 또한 걱정하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그리고 그런 후폭풍은 열린우리당에도 영향을 줄 것임은 분명해보인다. 물론 지금의 검찰 분위기상, 국민여론상 이회창씨에게 어떠한 법적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결국 승부는 누가 더 국민들에게 진실한 반성의 자세를 보이느냐, 누가 더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느냐는 냉정한 한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죽고자 한다면 살지도 모르고 살고자 한다면 죽을 가능성이 높은 그런 승부인 것이다. 감옥에 가도 좋다는 알몸의 승부수와 현재로써는 대통령직을 걸고 한나라당과 십대일의 비교 처분을 요구하는 승부수 간에 과연 국민들의 동정심과 손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지금 현재로써는 이회창의 승부수의 파워가 더 강해보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