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소도시 슈타트 바이에르스도르프의 안드레아스 갈스터 시장(42)이 점괘를 보기 위해 6일간 휴가를 내고 한국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바이에르스도르프는 뮌헨에서 북쪽으로 200km 떨어진 인구 7500명의 작은 도시. 12월5일 서울 마포의 한 점집을 방문한 뒤 기자와 만난 갈스터 시장은 “족집게 점쟁이의 말 때문에 답답하던 속이 뚫렸다”며 즐거워했다.

2000년에 당선돼 임기 6년의 시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요즘 강력한 정적으로부터 행정을 제대로 펼 수 없을 만큼 공격을 받고 있다. 2006년 선거에서 재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 그는 노무현 대통령처럼 ‘시장직을 사퇴하고 시민들에게 재신임을 묻겠다’는 작전을 세우기도 했는데 주변의 반대로 포기하고 한 한국인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2000년 선거 당시 이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독교사회당 후보로 공천받는 데 실패하고 고민하고 있을 때 이 한국인 친구가 점쟁이의 말을 빌려 “무소속으로라도 나가면 꼭 당선된다”는 점괘를 말해줬다. 그의 말을 믿고 출마해 당선된 뒤부터 사주풀이를 신뢰하게 된 그는 이번에는 그 점쟁이를 직접 만나기 위해 내한했다.

“점쟁이가 저에게 2005년에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2006년 임기가 끝나면 바로 그 직업을 택하면 큰돈을 번다더군요. 48세 때 다시 정치를 시작할 운이랍니다. 그게 무리하지 않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점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이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주민들도 이번 갈스터 시장의 ‘한국 사주여행’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것. 갈스터 시장은 독일에도 점성술 등이 있지만 동양의 사주가 통계학적으로 훨씬 더 정확하다고 믿는다. 더구나 그는 동양의 풍수에도 조예가 깊다.

갈스터 시장도 사무실 집기 등을 철저히 풍수 원리에 맞춰 배치했다. 주민들도 묘지 풍수엔 별 관심이 없지만 집터를 잡을 때 등엔 풍수원리를 따른다고 한다. 관련 책자도 수십여 종이 나와 있다.

대학병원 사무국장 출신인 갈스터 시장은 취임 뒤 100병상의 노인병원을 지어 시민들로부터 좋은 평을 얻고 있으며, 시의 부채와 재건축 문제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8년 전 한국에서 한국 여자와 결혼한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와 3주일간 전국 일주를 하기도 한 갈스터 시장은 “너무 가라앉은 독일과 달리 한국에는 활기가 느껴져 좋다”며 한국 예찬론을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