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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없는 22살 메이저리거 병현

 



자신감이 넘치는 건지,무모한 것인지,아니면 무감각한 건지….김병현을 곁에서 지켜보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애리조나가 창단 4년 만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결정짓던 지난달 22일(한국시간) 애틀랜타의 터너필드.선발 랜디 존슨에 이어 8회부터 등판한 김병현은 9회말 터너필드에 울려 퍼지는 디스코리듬에 맞춰 고개를 흔들며 마운드에 올라갔다.기가 막혔다.

1점 차의 아슬아슬한 상황,선수들은 물론 관계자와 팬들까지 마음을 졸이고있는 바로 그 순간 가장 중요한 임무를 띤 스물두살의 ‘어린 선수’는 딴세상에 온 사람처럼 너무나 태연했다.이해가 가지 않을 수밖에.

마운드에 오른 김병현은 포수 대미언 밀러와 공배합을 놓고 신경전도 펼쳤다.마르쿠스 자일스 타석 볼카운트 2-0에서 커브를 던지겠다고 고집하자 밀러가 마운드로 달려 나왔다.말리던 밀러는 “네 마음대로 하라”며 제자리로돌아갔다.결과는 헛스윙 삼진.

김병현은 정규 시즌에서도 때때로 밀러와 어떤 공을 던질지를 놓고 의견충돌을 빚곤 했다.대부분 밀러가 김병현을 말리는 처지.김병현이 시험삼아 체인지업을 던지겠다고 고집하면 밀러는 질색을 했다.

김병현은 디비전시리즈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를 거쳐 월드시리즈를치르면서도 “보통 때와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말을 자주 했다.야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 그러나 김병현은 “사람이 많은 데서 던지면 더 신이난다”는 당찬 한마디로 넘겨버렸다.비록 이틀 연속 메이저리그 역사에 길이남을 홈런을 맞는 것으로 끝났지만 양키스타디움의 극성맞은 관중에 대해서도 “관중은 어디나 똑같다”고 했다.양키스에 대해서는 “유니폼이 예쁘다.많은 사람이 양키스의 모자를 쓰고 다니는 걸 봐도 알지 않느냐”고 선문답을 하듯 했다.

사실 ‘겁 없는 김병현’의 모습은 시즌 때도 자주 등장했다.마크 맥과이어나 새미 소사,마이크 피아자 등 메이저리그의 내로라 하는 타자를 상대할 때마다 긴장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신이 나 했다.한·일간 투타 맞대결로 관심을 모은 이치로와 대결하는 순간에도 김병현은 마운드에서 활짝 웃었다.‘저렇게 잘 치는 애랑 붙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나.

이 같은 태도는 정상급 타자들에게 한방 맞고 나서 분을 삭이지 못하는 데서도 드러난다.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 그를 가장 괴롭힌 선수는 콜로라도의토드 헬튼.그러나 김병현은 한대를 맞았으니 열대를 때리겠다고 식식거리다가 결국 헬튼을 연타석 삼진으로 잡아냈다.

다른 투수들은 소사를 만나면 피해가기에 급급하지만 김병현은 통산 8타수무안타로 ‘고양이 쥐 잡듯’했다.이 가운데 6번이 삼진아웃이다.타석에 누가 들어서건 피하지도 않고,그렇다고 연구하지도 않는다.“생각하면 뭐하나.생각한 대로 되는 것도 아닌데…”라며 그날의 감각에 따라 공을 던진다.

타자를 꼼꼼히 연구하기로 이름난 팀 동료 커트 실링이 들으면 놀라 자빠질일이다.




written by annion (annion)
2001-11-16 09: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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