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찬사를 한 몸에 받았던 영국 BBC의 그레그 다이크 (Dyke) 사장이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오보 파문으로 29일 중도 하차했다. 그의 사임은 영국 방송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다이크의 사임 소식이 알려지자 수백명의 BBC 직원들이 건물 밖으로 나와 “다이크를 되돌려달라”고 쓴 종이를 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걸어온 길 자체가 전임 BBC 사장들과 많이 달랐다. 역대 BBC 사장들은 사립명문학교를 나온 귀족 계층 출신이 많았지만, 다이크 사장은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공립학교를 졸업했다. 지역 민영방송 출신인데도 실력 하나로 세계 최고의 공영방송 사장직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었다.
1947년생으로, 20대 중반의 나이에 요크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1977년 런던 지역의 독립 제작사 LWT에 입사하면서 방송과 인연을 맺었다. ‘방송의 귀재’로 인정받게 된 건 ‘쥐 인형’ 덕분이다. 1983년 TV-am의 제작국장을 맡았던 다이크는 아침 뉴스 진행자를 해고하고, 대신 ‘쥐 인형’을 앵커로 발탁하는 파격에 도전했다.
장갑처럼 손에 끼고 입을 놀리는 ‘쥐 인형’은 처음에는 방송 전문가들의 조롱을 받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 ‘쥐 인형’ 앵커를 사랑했다. 시청률이 6배나 뛰었고, 적자에 허덕이던 TV-am이 기사회생했다.
1999년 BBC 부사장으로 스카우트됐으며, 2000년 1월에는 사장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취임 당시만 해도 다이크 사장은 토니 블레어 총리와 가까운 ‘블레어 맨’으로 통했다. 시청률 올리기에만 급급한 민방 출신이 영국의 자존심 BBC를 ‘바보 상자’로 전락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들었다. 노동당에 5만파운드의 정치헌금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BBC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비난도 있었다.
하지만 이 ‘방송의 귀재’는 취임 초기부터 눈부신 성과를 냈다. BBC에 만연한 관료주의를 걷어내고, 전체 수입의 25%에 달하던 조직 운영비용을 14%로 줄였다. 이렇게 절감한 비용을 외부 독립제작사 몫으로 돌렸다. 그 덕에 프로그램의 질도 높아졌다. 여타 민방들이 경악할 정도로 BBC 시청률도 높아졌다.
그러나 지난 28일 발표된 ‘허튼 보고서’는 다이크 사장의 화려한 방송 인생에 종지부를 찍게 했다. 지난해 5월 “영국 정부가 이라크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라크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보고서를 조작했다”는 내용의 BBC 보도가 나간 이후 정부와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자, 다이크는 앞장서서 BBC를 방어했다.
하지만 ‘허튼 보고서’에서는 BBC의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관련 보도가 근거없으며, 오보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BBC의 내부 제작관행에도 결함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파리=강경희특파원 khkang@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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