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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컴퓨터 10대 가운데 9대에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엠에스)의 윈도 운영체제가 깔려 있다.
인터넷에 접속하려면 ‘e’자 모양의 익스플로러를 클릭하고, 동영상이나 음악 파일을 누르면 미디어플레이어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난다. 전자우편을 확인하기 위해 아웃룩이나 아웃룩익스프레스를 실행시키고, 친구와 실시간 대화를 하기 위해 엠에스엔 메신저를 켠다. 이런 소프트웨어들은 운영체제를 설치하면 자동으로 깔리거나 인터넷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게 돼 있다.
엠에스는 전세계 컴퓨터 운영체제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운영체제에 끼워 파는 웹브라우저 익스플로러나 미디어플레이어 등 핵심 응용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경쟁업체들을 밀어내고 손쉽게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는 것이다.
미 이어 EU서도 불공정 판정…끼워팔기 등 도마에
"단종재배땐 치명적 전염병 피해" 생물학 이론처럼
MS S·W독점은 세계를 순간에 위험에 빠뜨릴수도
한국 웜바이러스 공격 쉽게 무너진것도 의존 큰탓
■ 엠에스 독점 왜 문제인가=지난 24일 유럽연합 경쟁위원회는 5년간의 숙고 끝에 의미있는 결정을 내렸다. 엠에스가 개인용 컴퓨터 운영체제에 미디어플레이어를 끼워 팔고, 피시 운영체제 독점력을 바탕으로 서버 운영체제 시장에서도 경쟁업체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정보를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럽 지역 반독점 관련 소송 사상 최고액인 6억13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것이다. 미디어플레이어를 뺀 운영체제 제품도 판매할 것과 다른 서버 운영체제 업체들에 지속적으로 소프트웨어 정보를 제공하라는 조건도 달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윈도 운영체제에 메신저를 끼워 파는 것은 불공정거래라며 다음커뮤니케이션 등이 2001년 9월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소해 공정거래위원회가 2년7개월째 심의중이다.
인터넷 초창기 시장을 독주하다가 엠에스가 운영체제에 끼워 판 익스플로러에 순식간에 무너진 넷스케이프처럼 경쟁업체들에 엠에스의 끼워팔기는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이다.
시장독점은 이용자들에게도 ‘독’이 될 수 있다. 엠에스엔 메신저는 국내 일일 이용자만 650만명에 이르며, 방문자 수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이 70%에 가깝다. 그럼에도 국내 이용자들은 일주일에 한두번씩 한참 이용이 많은 낮시간대에 시스템 점검으로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불쾌한 공지를 받아야 한다. 서비스를 위한 서버가 미국에 있고, 서버 점검 시간을 미국 밤 시간대에 맞춰 놓았기 때문이다. 엠에스는 “전세계 1억2천만명을 동시에 관리하느라 수시 점검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지난해 웜바이러스로 우리나라만 유독 전체 인터넷이 마비되는 등 큰 피해를 입은 것도 엠에스 소프트웨어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기 때문이다. 엠에스의 저가 공급 및 끼워팔기 전략으로 우리나라에는, 웜바이러스 공격 목표가 된 엠에스 서버가 시장을 빠르게 잠식한 상태였다. 더구나 엠에스는 이 서버의 보안 취약점을 발견해 패치 파일을 전년도에 내놓고도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비난을 샀다.
또 엠에스가 새 소프트웨어의 판매를 위해 이전 버전의 지원을 중단하면 이용자들은 어쩔 수 없이 새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 엠에스는 이미 ‘윈도98’의 지원 중단을 밝힌 데 이어, 올해 말에는 서버 운영체제인 ‘윈도엔티’도 지원을 중단할 예정이다. 이용자들은 파워포인트 하나만 필요해도 쓰지도 않는 여러 프로그램이 묶인 비싼 오피스 프로그램을 어쩔 수 없이 구입해야 하는 것도 소비자가 치르는 독점시장의 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 엄살 떠는 엠에스=엠에스는 유럽연합의 판정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 정계도 무역 보복을 운운하며 엠에스를 두둔하고 나섰다. 그러나 올 1분기에만 31억달러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엠에스에 6억달러는 부담스런 수준이 아니다. 엠에스가 ‘죽는 소리’를 내는 데는 시간도 벌면서 유사한 다른 소송도 미리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항소절차가 마무리되려면 추가로 5~7년 정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때까지 가처분 신청을 내놓고 해오던 대로 장사를 계속하면서 단물을 빼 먹으면 그만이다. 익스플로러의 끼워팔기가 문제가 됐던 미국의 반독점소송에서도 엠에스는 넷스케이프가 나가 떨어진 뒤, 소송 당사자들이었던 주 정부들과 돈으로 합의를 보고 일을 마무리지었다. 또 미디어플레이어를 뺀 운영체제를 판매하라는 지시도 따를 수 없다고 하고는 있지만 역시 표정관리 성격이 짙다. 미디어플레이어를 뺀 제품과 포함된 제품을 같은 값으로 책정해 팔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엠에스는 오히려 오는 2005~2006년께 선보일 차세대 운영체제 롱혼에 지능형 인터넷 검색기능과 3차원 그래픽 기능까지 포함시켜 두 시장까지 잡아먹을 준비를 하느라 부산하다. 인터넷에 연결된 비디오게임기와 홈네트워크, 휴대형 전자기기 운영체제에까지 그치지 않는 식욕을 과시하고 있다.
〈에이피통신〉은 최근 보안 전문가인 댄 기어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생물학 이론에 따르면 유전 변종이 적은 종이나 단종재배(모노컬처)를 할 경우엔 치명적인 전염병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엠에스가 꿈꾸는 소프트웨어 단종재배는 전 세계를 순식간에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엠에스에겐 씨앗을 퍼뜨릴 능력이 있지만 재앙을 막을 힘은 없다. 엠에스는 무책임한 독재를 꿈꾸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그 위험성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함석진 서수민 기자 sjham@hani.co.kr
출처 : //www.hani.co.kr/section-010100000/2004/03/0101000002004033019040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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