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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상식]] [영화 속의 자동차] 택시

 
스피드광 택시기사 다니엘은 어느날 경찰청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에밀리앙을 태우게 되고, 그가 경찰인지 모른 채 엄청난 스피드로 운전을 한다. 운전면허 시험에 여덟 번이나 떨어진 에밀리앙은 독일에서 온 벤츠를 타고 다니는 은행털이단을 체포하기 위해 다니엘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다니엘 역시 택시와 면허를 압수당하지 않기 위해 에밀리앙의 부담스러운 제의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자신의 옛 피자배달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신호등을 차단하고 시가지 도로에서 벤츠와 레이스를 벌인다. 다니엘은 갱단을 고속도로 공사구간으로 유인해 공사 중인 고가도로에 가두어 경찰이 검거하도록 돕는다.
거리에서 서양인을 보면 무의식 중에 「미국사람」이라고 말하듯이 외국영화는 의례 「미국영화」라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길들여져' 있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거리에서 마주치는 서양인들이 모두 미국인이 아니듯이, 외국영화 역시 미국영화가 전부는 아니다. 막대한 제작비와 엄청난 물량공세로 대표되는 헐리우드의 소위「블록버스터」에 길들여진 우리 눈에는 `안 부수는' 영화는 시시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 뤽 베송(Luc Besson)이라는 한 프랑스 감독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의 영화도 다소 헐리우드식 스타일로 마무리되어 '액션'과 '돈'이 어느 정도 나오고는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길들여져 온 미국 영화와는 '맛'이 다르다는 것이 그의 영화를 본 사람들의 대체적인 견해이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자동차가 나오는 장면은 대개 '달리는 것'보다는 '달리는 자동차'가 더 중요하게 처리된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자동차 자체를 부각시키기보다 '달리는 느낌'을 더 비중있게 다루어서 관객들로 하여금 속도감에 몰입되게 한다. 복잡한 시가지 도로를 빠른 속도로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가면서(물론 그냥 지나가기 심심하니까 몇 대의 고물 차들은 제물로 바쳐진다.) 배경으로 깔리는 빠른 템포의 음악은 속도감이 시각과 청각을 통해 동시에 느껴지도록 '공감각적'으로 처리되었다.

영화상에서 마르세이유 경찰서장은 수사반장에게 독일 갱단을 수사하면서 프랑스와 독일 간의 외교문제로 확대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말을 재차 강조한다. 결국은 영화 속에서 「푸조」와 「벤츠」 간의 대결이 어쩌면 프랑스와 독일 간의 자존심 싸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나온다.

우리가 미국 영화에 길들여졌듯이 '유럽의 승용차'라고 하면 독일의 「벤츠」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아마 코흘리개들도 「벤츠」는 고급차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에 비하여 프랑스의 차는 우리에게 생소한 편이다.

푸조 406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나오는 차는 프랑스의 푸조(Peugeot)이다. 푸조는 우리나라에서 1980년대 중반까지 기아자동차에서 조립 생산한 「604」모델 정도가 그나마 알려져 있다. 푸조는 볼보나 BMW처럼 숫자로 모델 이름이 정해지는데, 맨 앞의 숫자가 차의 크기를 나타낸다. 10X는 우리 나라의 경승용차 정도의 크기이고, 20X는 소형, 30X는 준중형, 40X는 중형, 그리고 60X는 대형 고급 승용차이다. 그러므로 우리 나라에서 나왔던 604는 고급차 중 4세대 모델이 되는 셈이다. 지금은 605가 프랑스에서 생산되고 있다.

영화에서 나온 모델은 푸조 406으로 중형급의 승용차이다. 다소 직선적인 차체 스타일과 날카로운 눈매의 헤드램프를 보면 같은 유럽의 차라도 독일 차의 무덤덤한 스타일과는 강한 대조를 이루고, 이는 예술적 기질이 풍부한 프랑스인다운 스타일링이다. 그런데 푸조 406의 성능이 영화에 나온 것만큼 좋은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면도 없지 않지만, 바로 앞 세대 모델이었던 405가 '지옥의 레이스'라고 불렸던 파리-다카르 랠리에서 5년 연속 3위권에 들었으니 허풍 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벤츠 E-클래스

푸조의 상대역으로 나오는 벤츠는 차의 성능이나 퀄리티로 본다면 두말할 필요 없는 '강적'이다. 영화 속의 차종은 벤츠의 중형급 승용차인 E-클래스로서 상자형의 각진 스타일을 지닌 「W124」라고 불리는 차체를 사용하고 있다. 벤츠는 소형의 C-클래스, 중형 E-클래스, 대형 S-클래스 등으로 표준 차체를 정해 놓고 엔진의 크기를 바꾸어서 각 클래스의 차종을 늘려가는 방법을 쓴다. 그렇기 때문에 대형 S-클래스에도 2,800cc 엔진이 있는가 하면, 소형 C-클래스에 4,300cc의 큰 엔진을 얹은 경우도 있다. 당연히 '성능'이냐 '품위'냐의 선택은 차주의 마음에 달린 것이지만….

그런데 영화 속의 벤츠는 최신형 E-클래스는 아니다. 이 영화가 만들어졌던 1997에서 1998년 사이에 이미 둥근 헤드램프로 주목받은 신형 E-클래스 벤츠가 `절찬리에' 판매 중이었지만, 영화에서는 각진 구형이 나왔다. 푸조는 406으로 최신형인데…. 그렇다면 이건 페어플레이가 아닌 것일까? 혹시나 뤽 베송 감독은 경찰서장처럼 프랑스와 독일간의 외교문제를 염려했던 것은 아닐까? 그가 마음만 먹었다면 최신형 E-클래스 벤츠 두 대를 사서 영화를 찍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살짝 구형이 되어버린 차량도 벤츠는 벤츠이다. 프랑스 사람들이 '「푸조」가 「벤츠」를 잡았다'며 즐거워했다면 독일 사람들은 '구형이니까 그렇지' 라고 얼버무렸을 것이다. 물론 두 메이커간의 신경전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필자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공감을 느꼈던 부분은 주인공??리아같다'라고 말하는 대사이다. 실제로 6기통 엔진은 구조상 가장 이상적인 밸런스를 가지기 때문에 비단결처럼 부드럽게 돌아간다. 오죽하면 「실키식스(silky six)」라는 별명까지 있겠는가…. 주인공 다니엘은 자동차가 없다면 걸어다니는 시체라고 스스로 말할 정도로 자동차를 좋아하는 「자동차 광」이다.

자동차는 이제 굳이 주인공 다니엘같은 「광(狂)」이 아니더라도 우리 개개인의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우리가 택시를 타든, 버스를 타든, 아니면 벤츠를 타는 은행강도이든 상관없이 자동차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일상 속에서 필자도 언젠가는 매일 아침 출근길이 '오페라 아리아'로 시작되기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출처://cafe.daum.net/porsche1332



2004-05-03 22: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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