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를 풍미했던 운영체제 DOS가 살아났다. 아마 이런 기사를 본다면 눈을 한번 더 비비고 화면을 자세히 들여다볼 독자가 많을 듯싶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의 MS-DOS는 이미 1994년 6.2 버전을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그 뒤에도 윈도 95에 7.0, 윈도 98에 7.1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이미 '산송장' 상태였으니 굳이 따질 필요는 없을 듯.
지금 다시 살아났다는 DOS는 DR-DOS다. DOS라는 운영체제 자체가 원래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게 아니었으니 다른 회사가 만든 DOS를 본다고 해서 별로 놀랄 일은 아니다. DOS를 이해하려면 먼저 개인용 운영체제의 역사를 살펴봐야 한다.
개인용 컴퓨터에 쓰인 최초의 운영체제는 1978년 등장한 CP/M(Control Program for Microcomputer). 8비트 컴퓨터 시장을 석권한 이 운영체제는 디지털 리서치의 개리 킬달이 개발한 것으로, 주변기기 처리를 CPU와 관계없이 시스템의 입출력을 관장하는 바이오스에만 의지하기 때문에 CPU 부담이 적다는 장점을 지녔다.
CP/M은 시장에서 승승장구했고 개리 킬달은 갑부 대열에 이름을 올렸지만 IBM이 자사의 새로운 개인용 컴퓨터, IBM PC에 쓸 운영체제를 찾으면서 몰락의 길로 들어선다. 마이크로소프트가 IBM PC의 운영체제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
원래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제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빌 게이츠 회장은 CP/M을 응용한 Q-DOS라는 운영체제를 시애틀컴퓨터프로덕트라는 회사에서 단돈(?) 5만 달러에 사들인 뒤 MS-DOS라고 이름을 바꿨다. 수천 억 달러에 이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부를 일군 첫 주자의 가격치곤 정말 싼 가격이었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1981년 등장한 16비트 운영체제 MS-DOS는 당연히 CP/M과 비슷할 수밖에 없었고 논란의 여지도 많았던 게 사실. 대신에 CP/M-80에 없던 디스크 공간 할당과 운영체제 기능 호출 등 몇몇 기능은 보강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IBM과 운영체제 공급 계약을 하면서 납품 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자적으로 운영체제를 판매할 수 있도록 계약했다. IBM은 자사의 PC에서 제공하는 도스에 PC-DOS라는 이름을 붙였고, 마이크로소프트가 판매하는 운영체제 단품에는 MS-DOS라는 이름을 붙인 것. 따라서 PC-DOS와 MS-DOS는 시스템 파일명만 조금 달랐을 뿐 파일 시스템 구성이나 함수, 환경 등은 당연히 같다.
조금 우스운 꼴이 됐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으로 마음 상한 디지털 리서치가 뒤늦게 MS-DOS를 잡겠다고 만든 게 바로 1987년 내놓은 DR-DOS다(DR-DOS은 예전에 일부에서 예전에는 닥터 도스라고 부르기도 했으나 DR은 Digital Research의 약자다). DOS라는 운영체제의 효시가 됐던 CP/M을 만든 디지털 리서치가 MS-DOS와 호환되는 DOS를 내놓는 아이러니가 연출된 것이다.
DR-DOS는 뛰어난 운영체제였지만 CP/M의 적자이면서 동시에 MS-DOS의 인기에 가린 서자였던 탓에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결국 디지털 리서치는 1991년 노벨에 매각됐고 DR-DOS도 1994년 1월부터 Novell DOS로 이름을 바꿔야 했다. 그 뒤 칼데라라는 회사 1996년 노벨에서 DR-DOS를 인수해 Open-DOS로 이름을 바꿔 소스를 무상 제공하다가 2002년 디바이스로직스가 다시 인수, 현재에 이르게 됐다. 그리고 올해 3월 29일 새로운 버전을 내놓았다. MS-DOS부터 따지면 23년, DR-DOS 첫 발표로 따져도 17년이나 된 '범DOS' 운영체제의 최후 주자가 버젓이 업그레이드 버전을 내놓은 것이다.
아무튼 죽은 줄 알았던 DOS가 되살아났다는 게 반가운 사람도 있겠지만 이게 마지막이다. 디바이스로직스는 1999년 이후 처음으로 업그레이드한 DR-DOS 8.0이 마지막 버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 디바이스로직스는 8.0 버전을 내놓은 이유로 여전히 수천 명(?)에 이르는 DR-DOS 사용자가 있으며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사용자 중에도 상당수가 DR-DOS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DR-DOS는 이미 1998년부터 임베디드 운영체제로의 이전을 준비해왔으며 이번 버전을 끝으로 개인 사용자보다는 임베디드 시장에 중점을 두게 될 것이다. 23년 역사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다.
DR-DOS 8.0은 FAT32 파일 시스템을 지원한다. 또 하드디스크가 아닌 롬이나 플래시 롬에서 곧바로 운영체제를 부팅시킬 수 있는 임베디드 형태로 사용할 수 있다. 멀티태스킹의 경우 DR-DOS 8.0은 386이나 486 PC에서도 수행할 수 있다.
디바이스로직스는 DR-DOS 8.0을 기반으로 하는 리눅스 애플리케이션 DRLX 1.0도 함께 발표했는데, 이 유틸리티는 DOS가 아닌 임베디드 운영체제 시장으로의 이전을 위한 것이다. DR-DOS 8.0은 홈페이지(www.drdos.com)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가격은 200달러, 우리 돈으로 24만원 가량이며 패키지 하나당 5명의 라이선스를 사용할 수 있다.
1999년 발표했던 DR-DOS 7.03의 경우 개인 사용자에게는 판매하지 않았다. 하지만 DR-DOS 8.0의 경우에는 아직 1인용 버전이 없으며 따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곳도 없다. 제 아무리 DOS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24만원은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DOS에 대한 향수만으로 한번 구경해보겠다는 사람에겐 더 큰 부담.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해외 사이트에는 DR-DOS 8.0에 굳이 200달러나 돈을 들일 필요 없이 기존의 DR-DOS 7.03에 몇몇 파일만 더하면 똑같다는 얘기가 들린다.
방법은 이렇다. 일단 무료 배포되는 DR-DOS 7.03을 웹 사이트에서 다운로드한 뒤 설치한다. 다음에 DR-DOS 관련 사이트에서 구할 수 있는 FAT32, LFNDOS, QEMM386, ESCAPE, PERUSE, XCOPY 파일 등을 대체한다. 이들 6개 파일만 기존의 DR-DOS 7.03에 더하면 24만원짜리 DR-DOS 8.0과 똑같다는 것. 물론 공짜로 DR-DOS 8.0 기능을 쓰는 방법을 소개하려는 건 아니다. 몇 가지 파일만 더하면 DR-DOS 8.0의 혜택을 고스란히 얻을 수 있다는 얘기이니 운영체제의 장점을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일단 DR-DOS 8.0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FAT32를 지원한다. 다음은 LFNDOS. LFN(Long File Name)은 긴 파일명 지원을 뜻한다. QEMM386은 640KB 이상의 메모리를 효과적으로 관리해줄 수 있는 기능. 또 ESCAPE는 DOS용 프로그램을 실행한 상태에서 펑션 키 F12만 누르면 곧바로 빠져나올 수 있게 해준다. PERUSE는 DOS 프롬프트 화면을 스크롤할 수 있게 해주며 XCOPY는 이름이 긴 파일을 복사할 수 있게 돕는다. 아무튼 이런 편법을 살펴보면 DR-DOS 8.0을 직접 써보지 않더라도 최후의 DOS에 어떤 기능이 더 추가됐는지 자연스레 알 수 있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 사용자가 PC에서 DR-DOS를 사용했을 때의 얘기다.
DR-DOS 8.0을 발표하면서 디바이스로직스의 CEO 브라이언 스팍스는 '왜소한 늙은 소가 여전히 우유를 대고 있다'는 말로 DR-DOS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표현을 했다. 하지만 앞서 밝혔듯이 DR-DOS는 어차피 임베디드 시장을 타깃으로 할 것이니 만큼 마지막 업그레이드는 일반 사용자와는 이별을 뜻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8.0 버전의 기능을 살펴보는 건 실제 쓰임새보다는 '최후의 DOS'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마치 타자기로 편지를 쓰는 게 멋지게 보이는 것처럼 지금처럼 그래픽 환경으로 된 운영체제에선 누릴 수 없던, 그 시절 DOS에 대한 향수가 떠오른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반갑네요.. 도스...
옛날 XT, 286 이런 시절에 도스, 베이직 공부했던 기억이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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