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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속의 종교] ‘내일을 여는 집’

 


 


[삶속의 종교] ‘내일을 여는 집’ 이준모목사




사회복지 지역운동체 ‘내일을 여는 집’ 대표 이준모 목사(39·해인교회)는 서강대에서 독문학을 전공했다.


종교개혁의 발상지인 독일에서 신학을 공부하려면 독일어부터 공략해야 한다는 야무진 계획 때문이었다. 그러나 꿈은 IMF로 여지없이 깨졌다. 신학대학원(한신대)을 졸업하고 독일유학을 준비하며 해인교회에서 목회활동을 하던 이목사는 IMF로 실직자·노숙자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현실을 뿌리칠 수 없었다.


“예수님은 창녀·거렁뱅이들과 함께하시며 그들의 병을 치유하고 복음을 전하셨습니다. 예수의 뒤를 따르려면 그분이 걸었던 길을 흉내라도 내야죠. 삶의 희망을 잃은 그들을 두고 독일로 떠날 순 없었습니다.”


1994년 해인교회에 부임한 이목사는 번역일과 파트타임 영어강사로 활동하며 교회살림을 꾸려갔다. 86년 설립된 해인교회는 ‘인천해방 인간해방’을 표방한 만큼 노동자들을 위한 특수선교를 펼쳤다. 하지만 교회의 특수성 때문에 어려움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목사가 부임할 때는 교회신도가 단 한명도 없었고 각종 세금과 집세까지 밀려있던 상태.


“다른 교회와 똑같은 방법으로 선교하기보다 도시빈민과 노숙자를 위해 살아가자 다짐했습니다. 저는 ‘운동권’이 아닌 ‘예수운동권’ 출신이니 삶의 신앙고백을 하고 싶어 교회적 삶, 공동체적 삶을 실천하고 싶었어요. 교회를 성령충만한 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생명·평화·나눔’을 기본으로 한 사목프로그램을 세웠습니다.”


감당하기 어려울 때는 함석헌 옹이 남긴 말을 새겼다. ‘저는 하느님의 발끝에 채어서 갑니다.’


이목사는 98년 교회공동체 ‘내일을 여는 집’의 일환으로 노숙자 쉼터를 개관했다. 주일에 예배보면 그만인 교회가 아니라 무료급식, 가정폭력상담소, 쪽방상담소, 노인인력지원기관, 유기농 식당 ‘내·여·람’ 등 크게 여덟 종류의 봉사활동을 펼쳐 나갔다.


이목사는 신도수 120명의 자그마한 교회를 고집하지만 부속단체들을 만들어 너무도 많은 일을 지휘하고 있다. 남녀 노숙자 쉼터 6개와 노숙자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자활의 집 2곳을 운영한다. 계양구청의 경영권을 위탁받은 재활용센터에선 가구, 가전제품, 컴퓨터, 부엌용품, 책, 골프채까지 중고품을 손질해 판매한다. 8명의 노숙자들이 한달평균 6백여만원의 수입을 올린다.


또 가정폭력상담소와 가정폭력피해자 쉼터를 만들었고, 여성부가 인정한 양성평등교육 및 가정폭력상담원 교육을 실시한다. 90년 교회에서 만나 연애결혼한 동갑내기 부인 김영선 목사가 지난 4월 목사안수를 받은 후 한몫 톡톡히 거들고 있다. 김목사는 해인교회 담임목사 업무와 가정폭력상담소 운영을 맡고 있다.


쪽방상담소 3곳에선 2평 남짓 쪽방에 거주하는 3,000여명의 영세민들을 위해 2대의 트럭에 음식을 실어나르는 무료푸드뱅크, 반찬나눔, 목욕탕이용, 정기상담, 건강진단 등을 해주고 있다.


“어려운 일이오? 지난주 내내 쌀 얻으러 다녔어요. 한주에 쌀 2가마가 필요하거든요. 기독교 장로회 복지재단법인 사무장으로 활동하며 월급을 받지만 ‘내일을 여는 집’ 운영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래도 걱정없단다. 어렵사리 매주 쌀 2가마는 모이니까. ‘하느님의 발끝에 채어 사는’ 삶은 부단히 아프고 고달파야 한단다. 그게 ‘예수운동권’의 길이란다.


〈인천/유인화기자 rhew@kyunghyang.com〉



최종 편집: 2004년 05월 27일 19:09:17



written by (manma200)
2004-05-30 10: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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