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고객 동의 없이 초고속인터넷 메가패스 VDSL의 상향속도를 제한하면서, 고객 불만이 커지고 있다.
KT가 지난 3월부터 8~13Mbps였던 상향속도를 4Mbps로 제한하기 시작하자 통신위원회에 하루평균 3~4건의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것.
속도제한을 받게 된 고객은 무려 158만여명이다. 정보통신부가 국제표준 주파수 대역을 고시하기 전 비표준장비(13Mbps, 20Mbps급 장비)가 설치된 '메가패스' 사용자들이다.
이는 지난 4월 기준 KT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수(581만여명)의 4분의 1이 넘는 숫자다.
상향속도가 제한되면 자료검색이나 다운로드할 때는 문제가 없지만, P2P로 파일을 올릴때는 속도가 떨어진다. 사용자 입장에선 그만큼 불편해지는 셈이다.
이에대해 KT는 속도제한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정보통신부 고시에 따라 기존 VDSL 주파수 대역을 국제 표준 대역으로 바꾸게 되면 상향 속도제한은 어쩔 수 없다는 말.
예전 고객(비표준장비를 쓰는 고객)에 대해 상향속도를 제한하지 않으면, 정통부 기술기준에 맞는 표준장비(50Mbps급)를 쓰는 고객과의 주파수 간섭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말이다.
KT는 지난 연말부터 정통부 고시에 대비해 표준장비로 고객을 유치, 2천30여명을 모았다. 이들은 속도제한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속도를 제한당한 이용자들은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은 전적으로 KT 책임인 만큼, 고객의 권리를 제한하는게 아니라 KT가 스스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보고 있다.
KT가 시장 선점을 위해 표준화되지도 않는 장비를 서둘러 도입한 게 원인인만큼, 모두 표준장비(50Mbps급)로 바꿔주는 등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것.
이에대해 KT 관계자는 "속도제한은 국제표준에 따르려다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일"이라면서 "우리가 비표준장비로 설치했던 때는 표준이 정해지지 않았던 때이고, 이제와서 수백만이나 되는 비표준 장비 고객들을 모두 표준장비로 바꿔주려면 수천억원의 비용이 발생해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50Mbps급 표준장비 가격은 대당 10만원 이상하기 때문에, 158만여명에게 장비를 교체해 주려면 최소 1천58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는 거다.
또 "처음 (비표준장비로) VDSL 영업을 할 당시 고객 유치를 위해 가격대비 더 많은 속도를 제공했던 게 사실"이라면서 "지금 4Mbps로 제한하는 것은 예전의 특혜를 정상수준으로 되돌려 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처음 약속과 달리 서비스 사업자 잘못으로 갑자기 속도를 제한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초고속인터넷 유저모임인 비씨파크(www.bcpark.net)를 운영한 박병철 사장은 "정통부가 새로운 기술기준을 고시하면서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지시했음에도 KT는 이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속도제한을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또 "KT는 비표준장비를 설치할 당시 이미 향후 고객들이 입을 피해를 예상했지만, 그때는 영업을 위해 속도가 제한될 수 있다는 걸 고지하지 않았다"면서 "VDSL 이용자들과 함께 KT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소송'을 통해 직접 문제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KT, '우는 고객'만 봐준다
이처럼 소비자 불만이 거세지자, KT는 민원을 제기한 고객에 한해 표준장비로 교체해서 속도제한을 풀어주고 있다.
통신위원회나 KT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강력하게 불만을 제기해야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 우는 고객만 봐주는 셈이다.
이에따라 인터넷에는 정통부와 KT 민원 담당자 이름과 요령이 확산되는 등 속도제한을 피해가기 위한 비법들이 난무하고 있다.
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지난 3월 이후 하루평균 3~4건의 민원이 접수돼 KT로 넘기고 있다"면서 "KT에서 민원을 제기한 고객에 대해 표준장비로 교체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도 "통신위나 고객센터에 민원을 접수해 오면 되도록 표준장비로 교체해 주고 있다"면서 "하지만 비용문제로 모든 고객을 표준장비로 교체해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뒷짐만
VDSL 속도제한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감독당국인 정통부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통부는 지난 3월 18일 '단말장치기술기준중개정(고시 제2004-15호)'을 고시하기 이전부터 비표준장비 설치 고객이 받는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통신사업자에게 요구한 바 있다.
지난 해부터 ETRI, 전파연구소, 통신사업자연합회, KT, 하나로통신, 데이콤, 미리넷, 텔슨정보통신, 다산네트웍스 등 유관기관과 서비스 사업자, 장비업체를 모아 문제해결을 위해 수차례 회의를 가졌던 것.
통신사업자연합회는 각 장비업체들에게 해결방안을 제시하도록 요청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은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통부가 통신업체에게 구체적인 지침을 내려보내지 않아 실효성이 전혀 없는 상태. 게다가 담당 업무도 산업기술과에서 기술정책과로 바뀌면서, 업무연속성도 떨어졌다.
정통부 관계자는 "당시 문서에 통신업체들에게 최대한 기존고객에 대한 서비스 의무를 다하라는 언급이 있었지만, 별도의 행동지침을 내려보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민원인의 불만이 이해는 되지만, 당시 비표준 장비 고객들이 KT와 작성한 계약서에 속도변경에 대한 부분은 명시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민원인과 사업자간에 자율해결외에 시정조치를 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민원인들이 서비스 가입 당시의 광고문이나 계약서를 갖고오면 (시정조치 등을) 검토할 수 있다"면서 "속도 문제가 초고속인터넷이용자들에게 중요한 만큼, 앞으로 이용약관에 이를 넣도록 하는 방안도 통신위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초고속인터넷 속도는 가입자 장비뿐 아니라 선로 등 외부요인에도 영향을 받는 만큼, 이를 약관에 명시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약관에 상품별 초고속인터넷 속도기준을 명시하는 것 보다는 통신업체 맘대로 속도를 변경시키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게 설득력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2004년 06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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