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최원기 기자)
"이라크 국민으로서 용서를 빕니다" -한이라크인의 이야기
한국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이라크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깊이 머리 숙여 용서를 빕니다.
김선일씨 가족에게도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김선일씨가 살아날 것으로 믿었습니다.
바그다드로 전화를 걸었더니 아내가 "알자지라TV에서 인질범들이 살해 시간을 연장했다고 보도한 것으로 봐서 김씨가 살아날 것 같다"고 해서 마음을 놓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TV를 켜니 김씨가 피살됐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제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저는 의사입니다.
정치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한국민에게 이것만은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선일씨를 살해한 사람들은 결코 이라크인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이번에 김씨를 살해한 괴한들은 김선일씨 같은 선량한 외국인들뿐만 아니라 일반 이라크 사람들도 해치고 있습니다.
이들은 매일같이 폭탄 테러, 박격포 공격으로 이라크인들도 살해하고 있습니다.
김씨를 살해한 5명의 괴한은 자신들이 지하드(聖戰)에 나선 조직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슬람 신자로서 이라크 재건을 위해 이역만리 이라크에 온 한국의 젊은이를 살해한 게 진정 이슬람 정신에 따른 성전인지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이번 사건이 일어난 팔루자가 문제의 열쇠를 쥐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바그다드 서쪽에 위치한 팔루자는 시리아 등 외국 무장세력의 은신처로 알려진 지역입니다.
알카에다를 비롯한 외부 무장단체들이 팔루자에 집결했다는 소문이 무성합니다.
이들이 김씨를 살해했을지도 모릅니다.
김씨 피살 직후 많은 한국인이 저에게 물어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한국이 자이툰 부대를 파병해야 하느냐"라고요. 그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지금 이라크는 안보와 재건이 모두 아쉽습니다.
또 양국 간의 긴밀한 협력이야말로 진정 김선일씨의 뜻을 기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라크 국민으로서 주권을 빼앗긴 채 영토가 외국군에 점령된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 이라크는 엉망진창입니다.
1990년 이래 두 번의 전쟁과 13년간 경제제재를 받아온 이라크인들의 생활은 비참 그 자체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정치 놀음이나 싸움을 할 때가 아니라 이라크 재건에 힘을 모을 때입니다.
한국의 이라크 의료봉사단체인 글로벌 케어(이사장 김병수)의 초청으로 지난 10일 한국에 도착한 저는 연세대학교와 대한결핵협회 등을 둘러보면서 한국의 발달한 의료 보건실태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의료지원은 우리의 희망입니다.
글로벌 케어는 지난해 4월 이라크 빈민가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편 데 이어 올해는 바그다드에 결핵퇴치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라크는 한국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부디 이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김선일씨의 명복을 빕니다.
*이 글은 방한 중인 이라크 결핵협회 하심 회장의 말을 받아 적은 것이다.
중앙일보 &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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