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착각의 가장 두드러진 양상은, 타자 개개인의 능력에 대한 평가의 왜곡이다. 현대에 들어서, 타율과 안타 수에서만 두각을 드러내고 선구안이나 장타력은 뛰어나지 않은 타자들이 크게 증가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타자들은 실제 팀 득점에 대한 기여도에서 최고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타율에 대한 인식 때문에 과대평가되게 된다. 그러한 타자들은 너무 흔하므로 굳이 그 예를 들 필요도 없을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각 팀의 공격력을 평가하는 방식은, 한 마디로 코미디이다. 팬들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조차 팀의 공격력은 타율로 드러난다고 믿고 있다. 그들은 타율이 높은 팀을 공격력이 우수한 팀으로 부르고, 각 팀의 득점은 홈런이나 도루 수처럼 부수적인 수치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나무는 보고 숲은 보지 못한다.' 라는 말은 이런 경우를 위해 있는지도 모른다.
타자 개개인의 능력, 즉 팀 득점에 대한 기여도는 간단하게 드러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측정하기 위해 세이버메트리션들이 XR이나 RC(Runs Created) 등의 여러 통계를 개발하였지만, 팀의 득점력은 너무나 명확하게 드러난다. 즉, 팀의 공격력을 평가하려면 일차적으로는 팀 득점 수를 보면 되는 것이다.
팀 출루율이나 장타율 등이 지엽적인 수치라면, 팀의 타율은 더욱 중요성이 떨어지며 사실상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다. 팀타율이 얼마이든, 득점을 많이 올리지 못하는 팀은 공격력이 약한 팀인 것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타율을 중시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라고 필자에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필자는 팀 공격력 평가 방식의 문제점부터 거론할 것이다.
야구가 '투수놀음' 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근거로, 1930년 필리스가 3할 타자 여덟 명을 보유하고도 리그 최하위에 그친 반면 1988년 LA 다저스는 3할 타자 하나 없이도 우승을 차지했다는 사실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미국에서 야구 전문가로 명성을 쌓은 어느 기자조차 자신의 저서에서 그러한 주장을 한 바 있다. 그러나 그 두 팀이 팀 득점에서 모두 당시 리그 중위권 정도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물론 타율과 타자의 능력 사이에 연관성이 어느 정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3할 5푼의 타율을 기록한 타자와 1할대 초반에 머무른 타자를 비교한다면, 물론 전자가 더 나은 타자일 것이다. 다만 필자가 말하려는 것은 타율은 타자 능력의 평가수단으로서는 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치가 적으며, 타율보다 우월한 타자 평가 방식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이러한 주장을 하든 하지 않든, 대다수의 팬들이 타자들을 평가하는 방식은 단시간 내에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타격왕'이라는 칭호는 계속 타자들에게 최고의 영예로 간주될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팬들이 타율의 허상이 유발하는 어이없는 착각에서 벗어날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라고 믿고 싶다.
- 굿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