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려잡자 공산당’ 교육 참회합니다” [한겨레] “아침에 학교 교문에 들어서면 승공, 멸공의 구호로써 선생에게 반공인사를 올렸다.” “운동장이나 교실에서는 승공과 멸공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교과서마다 붙어있는 ‘우리의 맹세’는 북진통일, 멸공통일을 세뇌시키기 위한 종교 주문과 같았다.” 해방이후 반세기 이상 계속된 한국의 ‘반공교육’은 남과 북을, 휴전선이 아니라 이념으로 갈라놓았다. 그 ‘반공교육’은 우리의 머릿속에 깊이 새겨졌고, 그 망령은 국가보안법으로 떠돌고 있다. 한때 그 ‘반공교육’의 첨병들이 참회를 선언했다.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옆에서는 30년 넘게 초·중등학교에서 반공교육을 가르치다 물러난 60~70대 원로교사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원로교사 반공교육 참회선언’이다. 이들은 빗속에서 열린 회견에서 “반공교육의 뿌리인 국가보안법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취지문에서 왜 이날 빗속에서 이곳에 서게 됐는지 밝혔다. “국가보안법은 교사가 제자들에게 올바른 과거사와 역사의 정의와 진실을 가르칠 수 없도록 현장을 옥죄었고, 반공과 반북교육이 민족교육과 통일교육을 대신하게 하였다.” “우리 원로교사들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아직도 학교 교육의 군데군데에 남아있는 반공, 반북적 요소를 과감히 없애고, 민족의 자주와 통일 교육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는 학교에서 더이상 인륜에 반하는 반인간적 제약을 묵인하지 말아야하며 더구나 비민주 반통일의 악법을 가르치지 않아야 한다.” “우리의 선언은 우리 후배교사들과 학생들 앞에서 반인권적 반공교육을 거부하지 못하고 평생 교단에서 부끄럽게 살아왔던 우리들 자신의 뼈에 사무친 통한을 역사와 민족 앞에 참회함으로써,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빼앗긴 양심을 되찾아 정의를 곧추 세우는 투쟁에 함께 나설 것을 촉구한다.” 그들은 곧 참회선언을 읽어나갔다. “미군정과 이승만이 결탁한 친일매국세력은 민족의 자주해방과 조국통일을 위해 결연히 투쟁하던 애국지사들, 항일 독립투사들, 양심적 민족주의자들, 진보적 사상운동가들을 죄다 빨갱이로 몰아 탄압하기 시작했다. 그 중심의 뿌리이고 잔인한 독초요 가시인 것이 바로 국가보안법이다.” “지금도 이 국가보안법은 허깨비에 걸린 듯 공포의 올가미로 헌법적 주체인 우리들의 양심과 권리를 얽어매고 있다. 특별히 이 국가보안법은 명령과 복종과 증오를 가르쳐온 학교교육을 통해 전국을 광신적 반공교육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들의 참회선언은 과거의 뒤틀어진 반공교육의 기억을 담았다. “‘때려잡자 공산당’, ‘박살내자 북괴군’의 글귀를 담은 포스터 그리기며, 각종 반공 글짓기며, 반공 웅변대회로 학생들의 반공의식을 고무하여, 반공 세뇌교육을 시켜 우리 민족끼리의 적개심을 고취시켰다.” “선생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역사의 진실을 입 막아 감추어야 하고, 속 시원히 터놓고 맘대로 말할 수 없는 존재였다.” “겨레의 평화를 위한 민족 공동의 이익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피 터지는 경쟁과 개인의 탐욕의 자유를 가르쳤다. 미국을 숭배하고, 민족전통과 문화를 천시하는 것이 현대적 시대감각이라고 가르쳤다. 자주자존의 자유와 정의를 가르친 것이 아니라, 아첨하고 굴종하는 노예의 순종을 미덕이라고 가르쳤다.” “진실과 정의를 가르친 것이 아니라, 거짓과 침묵을 강요했다. 이처럼 반공교육은 반민족 반통일 교육이며, 친미 수구냉전교육이며 인격을 파괴하고 이성을 말살해온 반교육 그 자체였다.” 이들의 참회선언은 부끄러웠던 과거를 뉘우치고, 새로운 미래를 지향한다. “교육개혁은 과거교육의 과오를 청산함으로써 현재를 개혁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청산은 과거의 치욕을 인식하고 반성하는데서 이루어진다. 오늘의 참회선언은 미래에 다시는 그 치욕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고심찬 양심의 결단이다.” 이날 행사에는 지난 1981년 반국가단체인 ‘아람회’를 조직한 혐의로 구속된 정해숙(72)씨 등 1960~2002년까지 교사로 일한 60~70대 퇴직교사 6명과 현직 교사 20여명, 예비교사 20여명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 한겨레 신문도 맛이 갔지만, 저질 찌라시보다 낫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