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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국가보안법 논쟁의 정상화를 위해서

 
입력 : 2004.09.07 18:39 06'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우리 사회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대통령·대법원·헌법재판소 등 국가기관, 집권당과 야당, 그리고 각종 사회단체가 가세한 국가적 대형 논쟁으로 번져가는 국가보안법 개폐(改廢) 논의는 바로 이런 물음에 대한 답변에서 출발해야 한다.

국보법이 폐지돼도 우리 사회에 아무 탈이 없다거나 더 나은 발전이 이뤄질 거라면 국보법은 폐지돼야 마땅하다. 반대로 국보법이 폐지된 이후 우리 사회가 감당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거나 사회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면 국보법의 핵심조항은 어떤 형태로든 유지돼야 할 것이다.

이런 이성적 관점에서 보면 대통령이 “(국보법은)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거나 “국보법이 없어야 대한민국이 문명국가로 간다고 할 수 있다”거나 “국보법을 자꾸 법리적(法理的)으로 얘기할 것이 아니다”라면서 이 논쟁을 감정적·정치적 차원으로 끌고 가려 한 것은 정도(正道)를 벗어난 일이다.

그렇다면 국보법이 완전 폐지되면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인가. 한국 국민이 북한 노동당에 가입하는 것을 법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어진다. 한국 내에서 북한 체제와 주체사상을 마음 놓고 전파하는 행위도 제재할 수가 없다.

방송과 신문에 김정일 정권을 찬양하는 프로나 글이 나와도 그만이다. 대학 강의실에서는 물론이고 서울 한복판에 주체사상연구소를 차려 놓고 학생들에게 주체사상을 학습시켜도 말리지 못한다.

전국 주요 도시에 일제히 인공기가 휘날리고 적기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김일성 추모 집회가 열려도 경찰이 막을 수가 없다. 주한미군 철수와 연방제 통일을 지지하는 시위가 열려도 속수무책이다. 국보법이 사라지면 송두율씨가 노동당 정치국후보위원이라도 처벌하기 어려워진다.

이런 일들을 허용하고 방치해도 우리 사회가 아무 일이 없다면 국보법 폐지는 당연한 시대적 흐름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이런 혼란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고 우리 국가가 이러고도 안보와 경제발전을 조화시켜 나갈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한 일간지의 여론 조사에서도 ‘국보법을 일부 개정하거나 보완해야 한다’가 66%, ‘그대로 둬야 한다’가 16%,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가 14%로 나타났다. 더 구체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의 자유까지 허용할 수 없으므로 폐지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을 지지하는 국민이 62%로, ‘보안법은 독재시대의 낡은 유물이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대통령 발언을 지지한 28%의 두 배가 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대통령과 여당은 국보법 개폐에 관한 국민의 견해를 우선 묻고 나서 논의의 방향을 정할 일이지 이념적 차원에서 목표를 미리 설정해 놓고 국민을 그 방향으로 우격다짐으로 끌고 가려고 할 일이 아니다.

따라서 지금의 국보법 논의는 국보법이 우리 사회에서 갖는 의미를 따져보고, 만일 지금도 국보법의 존재 의의가 여전하다면 악용 염려가 있는 조항들을 어떻게 바꾸고, 국보법의 의미를 살려갈 핵심조항을 어떤 형태로 유지해 나갈 것인가를 논의하는 단계로 진행돼야 마땅한 것이다.

이런 합리적 논의의 단계를 무시하고 대통령이 감정적이고 정치적인 언사를 사용하면서 이 논쟁에 뛰어듦으로써 범민련 남측본부 명예의장이 “현재의 국보법으로는 재판을 못받겠다”며 재판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촉발한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국보법 개폐 논쟁이 이같이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공공연히 그리고 집단적으로 대한민국의 현행 법률을 무력화하려는 무정부적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지금이라도 국보법 개폐 논쟁을 정상 궤도로 복원시켜야 한다. 국정을 책임진 정부와 여당이 정상적 입법 논의 단계를 밟지 않은 채 대한민국의 현행 법률에 대한 모독과 공격의 선봉에 서는 것은 누가 봐도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치세
2004-09-09 13:57:57
605 번 읽음
  총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1. 갈림길 '04.9.9 3:03 PM 신고
    :-)*제발 조선일보는 나라 걱정 그만 좀 했으면 하는 소망이 있네요^^ ↓댓글에댓글
  2. 2. 깨비꼬레아 '04.9.11 1:08 PM 신고
    :-)*모독되어야 할 법률은 철저하고 산랄하게 모독해야 할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법률과 올바른 사회를 추구할 목적의 계율 등을 법리적 해석으로만 보자면 흠잡을 데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혹자들은 말합니다. 그러한 국보법으로 인해 요즘에 누가 피해를 입고 있느냐고 반문을 하는데, 피해자가 현격하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 법을 어떤 성향의 정권이 운용했는가도 상당히 중요할 것입니다. 칼을 갖고 휘두른 자의 성향이나 목적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인 것이지요.
    애초에 헌법이 미비되어 있던 시대적 상황에 의해 한시법으로 제정된 특별법이란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후 헌법이 정비가 되었음에도 폐기되지 못하고 독재정권의 영속성을 위해 자국민의 인권과 생명만을 담보로 하여 전용되어 왔던 국가보안법은 그 자체로서 쓰레기인 것입니다. 이러한 쓰레기를 박물관으로 보내자는 대통령의 언급조차도 본인은 반대합니다.
    한나라당은 극악무도한 군사독재정권인 3공과 5공에 그 뿌리를 두고 있으며 그들이 또 다시 집권한다면 국가보안법을 이용해서 전가의 보도 처럼 휘두르지 않는다는 보장이 지금에 와서도 전혀 없어 보이기 때문에라도 정치권이나 국민들의 머리속에서 완전무결하게 소각되어져야 할 악법입니다. 야당의 대표인 박근혜씨의 3공과 5공이 한나라당의 뿌리라고 선언한 배경은 실로 그 우려를 더하는 것입니다. ↓댓글에댓글
  3. 3. 건전한싸이코 '04.9.11 7:47 PM 신고
    :-)*위와 같은 글에 담긴 논리를 두고 '허수아비 공격의 오류'라고 하는 겁니다.
    조선일보는 국보법이 '폐지만' 되었을 경우를 가정해 저런 식으로 국보법 존치의 당위성을 설파하고 있지만, 대체입법이나 형법보완 들을 마련했을 경우는 배제하고 있습니다. 지금 국보법 개폐논의가 국보법 폐지 형법보완 VS 부분 개정으로 이뤄지고 있는데도 말이죠. 하여튼 조선일보 편집하나는 기가 막힙니다. ↓댓글에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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