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수언론도 안보를 생각하자 ::: :::
역설의 미학이라고나 할까, 한국 최대의 언론이라는 ○●일보의 해설을 "그대로" 옮겨서 해설해보면
이∼런(↓) 결론이 나온대요. 꽤 잘 쓴 글이라서 옮겨 실어요.
주민등록증 없으면 어떻게 될까? 사회가 무너지지는 않을까? 그거 없이 도둑을 어떻게 잡고, 간첩은 또 어떻게 잡는단 말인가. 하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은 주민증 없이도 잘만 산다. 우리나라에도 1968년까지는 주민증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주민등록증을 없애자고 하면, 다들 좀 불안할 것이다. 국가보안법도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그거 없이도 얼마든지 잘 사나, 대한민국만은 그거 없으면 나라가 무너진다고 불안해한다.
북한의 강제수용소, 중국의 공개 총살형, 사우디의 공개 참수형은 우리 눈에 야만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저마다 그 야만이 존속되어야 할 “특수사정”이 있을 게다. 우리의 국보법도 한반도 밖에서는 야만으로 보일 것이다. 인권단체와 유엔인권위는 말할 것도 없고, 오죽하면 전(前)미국대사까지도 이 법을 폐지하라고 권했겠는가? 하지만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국보법도 존재해야 할 나름의 특수사정을 갖고 있다. 소위 “한반도의 특수한 안보상황”이 그것이다.
‘안보’를 위해 대한민국 국민은 남보다 더 적은 권리를 누려야 한다. 어차피 빨갱이가 쳐들어오면 모든 것을 다 잃을 터, 그 전에 권리를 ‘조금’ 양보하는 게 낫지 않은가. ‘안보’를 위해 대한민국 국민은 남보다 덜 보호받아야 한다. 간첩을 잡는 국익에 비하면, 간첩으로 오인되어 당하는 몇 사람의 고초야 사소하지 않은가. 게다가 자유가 좀 제약되고, 권리가 좀 침해되어도, 빨갱이들 밑에서 북한주민들처럼 사는 것보다야 백 번 낫지 않은가.
언론, 특히 대한민국의 보수언론은 어떤가? 그들 역시 “한반도의 특수한 안보상황”을 고려하여 마땅히 동료 시민들만큼 그 자유와 권리가 제약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 놈의 나라 보수언론은 배가 불러 터졌다. 남들 다 자유 반납하고 사는데 혼자서 무한 자유를 누리고 있다. 이 땅이 어느 땅인가? 이북에는 대남적화를 명시한 노동당 규약이 있고, 이남에는 조선노동당이 지도하는 통일전선이 있다. 이런 위험한 땅에서 혼자서 초호화판 방종을 누리고 있다.
아무리 남북 화해무드가 무르익었어도, 북의 언론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로동신문은 미군축출과 적화통일을 주장하고 있잖은가. 이렇게 저들은 등 뒤에 발톱을 숨기고 있는데, 이 나라 보수언론은 기합이 빠졌다. 주적 앞에서 일치단결하기는커녕, 기껏 하는 일이 툭하면 제 나라 정부나 헐뜯고, 뻑하면 제 나라 국군 통수권자나 흔드는 것이다. 밥 먹고 하는 일이 오로지 하나, 주야장창 대통령 씹어대는 일뿐이다. 전생에 무슨 웬수가 그리도 처절하게 졌는지….
한심하다. 이 시간에도 북은 지도부 이하 전 인민이 똘똘 뭉쳐 대남적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 시간에도 이 나라의 보수언론은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 한 마디로 방종의 자유로써 이적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거 어디 불안해서 살겠는가. 언론자유, 좋지. 하지만 이번 대법원에서 판결했듯이 우리의 특수한 안보상황에서 그 자유를 무한히 허용할 수는 없는 일. 국가의 단합을 해치는 주둥이는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게다가 안보를 위해 약간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도 합헌이라는 헌재의 판결도 있지 않은가.
이 나라의 보수언론도 이제 무책임에서 벗어나 진지하게 안보를 생각해야 한다. ‘언론자유’ 같은 추상적인 서구의 관념을 추종하기보다는 ‘이적단체’와 맞서고 있는 한반도의 구체적인 현실에 눈을 돌려야 한다. ‘안보’를 위해 남들의 자유와 권리를 제약하자고 주장해 온 분들이 아닌가. 그럼 ‘안보’를 위해 자신들부터 솔선해서 제 자유와 권리를 반납해야 하지 않을까? 이 땅의 특수한 안보상황을 고려할 때 대략 3공이나 5공 시절에 누렸던 정도의 자유와 권리라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래도 북조선 로동신문보다야 백번 나을 게다.
‘안보’를 위해 정부와 국회의 시민사회는 ‘언론자유 연동제’의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북한의 언론은 수령 이하 온 인민을 똘똘 뭉치게 하고 있다. 그렇게는 못할망정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민을 대립시켜서야 되겠는가. 이러다가 적화라도 되면 그 책임을 누가 진단 말인가. 당신이 질 거야?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된다. 북한의 언론이 남침야욕을 버리지 않았는데, 남한 언론만 일방적으로 무장을 해제할 수는 없는 일. 언론자유를 허용하는 것도 철저히 ‘상호주의’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진중권 / 문화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