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명: 잘해
::: ::: 우리 마음 속의 북한 ::: :::
북한의 양강도 '폭발' 사고가 또 다시 세계의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용천역 폭발 사고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북한에서 일어난 이번 대규모 폭발사고(?)는 우리의 관심을 끌고 주의를 환기시키기에 충분하다.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집단인 북한 정권이 무슨 짓인들 못하랴. 그것이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우리는 북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면 거의 본능적으로 '음모'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데 아주 익숙해져 있다. 즉 북한 정권이 하는 모든 일이나 북한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에는 늘 어떤 정치적 음모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김일성이나 김정일이 며칠만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으면 북한 체제 내부에 무슨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다거나, 북한의 체제붕괴와 관련이 있다는 식으로 해석한다. 북한에서 어떤 사고만 나면 우리는 쉽게 그것을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있다거나, 반체제 집단이 저지른 파괴행위라거나, 또는 북한 군부의 반란으로 해석한다. 북한은 결코 그냥 사고가 날 수 없는 곳이다.
우리의 이런 인식의 밑바닥에는 북한에 대한 강한 불신이 잠재되어 있다. 또한 거기에는 북한은 비정상적인 일종의 사교 집단이라는 심리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북한이 정말 구제불능의 사회이기를 바라는 왜곡된 심리가 잠재되어 있다. 봐라 북한이라는 집단은 파렴치한 반민족적인 집단이다. 저들은 전쟁에 미친 사악한 집단이다. 이런 '사실'을 우리는 증명받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런 증명을 통해 우리는 또 다시 북한에 대한 우리의 적개심과 편향적인 시각을 합리화한다. 일종의 악순환이다.
북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예민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경계를 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아주 중요하다. 그리고 그런 주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것은 우리의 생존과 안전과 직결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모든 일을 음모라는 시각에서만 바라본다면 우리가 북한의 실체에 다가가는 데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우리가 북한의 실체를 정확하게 모를 때 우리는 왜곡된 정보를 갖고 북한에 접근하게 되며 그 결과 우리가 전혀 바라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우리의 편견이나 희망사항에 따라 북한을 평가하고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접근하는 것이다.
우리가 북한을 부정적으로만 인식하는 데는 먼저 6.25 전쟁의 기억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또한 북한 정권 자체가 많은 면에서 베일에 가려져 있고 남한에 대해 호전적인 행동과 언어를 쏟아 놓은데 중요한 책임이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 땅의 지난 독재정권들이 국민에게 극단적인 반공 이데올로기를 강요하면서 북한에 대해 끊임없이 적개심과 의심을 부추긴 탓도 있다. 또한 미국이 의도적으로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몰아가면서 궤멸시켜야 할 사악한 집단으로 만든 것에도 중요한 원인이 있다. 이런 것들이 복잡하게 결합해 북한에 대한 우리의 정상적인 판단을 막고 우리의 인식을 왜곡하고 있다.
우리가 언제까지나 북한을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만 여긴다면 할 말이 없지만 그렇지 않고 궁극적으로 자주적인 평화통일을 해야 할 한 민족으로 인식한다면 맹목적인 적개심과 불신은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적개심과 불신을 지닌 채 통일을 할 수는 없으며 설령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또 다른 분열과 비극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또한 과도한 적개심은 전쟁을 낳고 전쟁은 이 땅을 초토화하고 이 민족을 돌이킬 수 없는 파멸로 몰아넣을 것이다. 또한 우리가 통일 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미국을 비롯한 외세에 끌려 다닌다면 우리는 계속 전쟁의 공포 속에서 살아야 할 것이며, 우리의 통일은 요원할 것이다. 우리 외에 누가 우리의 통일을 바라랴!
다행히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독재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북한을 이용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북한이 갖지 못한 우리만의 큰 힘이다. 북한을 그냥 하나의 '정상적인' 나라로 보고 접근하는 건 어떨까? 그러면 북한이 좀더 잘 보이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마음 속에 있는 북한을 다시 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