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작품에 '국보법 사수' 스티커 부착이 애국 행위?
'마르코폴로의 길을 걷다' 일부 작품 훼손
최윤석/조호진(mindle21) 기자
▲ "국보법사수" 스티커에 훼손된 사진작가 마이클 야마시타의 작품,'성자들 - 시바신을 수호하는 수행자'. 사진의 주인공 얼굴 위에 스티커가 붙어있다.
ⓒ2004 최윤석
환경재단이 지난달 20일부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전시 중인 '마르코폴로의 길을 걷다'의 일부 작품과 전시대가 우익단체의 집회 과정에서 훼손당했다.
국보법 사수 국민대회에 참석한 '무한전진'(청년애국 우파들의 모임)의 한 회원이 4일 저녁 7시30분께 '마르코폴로의 길을 걷다' 전시 사진 가운데 '성자들 - 시바신을 수호하는 수행자'라는 작품에 '국보법 사수'라고 쓰인 스티커를 부착하다 환경재단 관계자와 경비업체 직원에게 발각됐다.
환경재단 관계자가 작품 훼손에 대해 책임질 것을 요구하자 이 단체 회원 10여 명이 몰려왔고, 이중 한 여성회원은 "좌파들은 촛불시위를 하면서 스티커를 붙였는데 아무런 책임을 지지도 않았다"며 막무가내로 대들었다.
이에 환경재단 관계자는 "촛불시위와 우리 작품 전시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 작품 훼손을 책임지라"고 재차 추궁하자 '무한전진'의 또 다른 회원이 "경찰에 신고해라. 경찰에서 이야기하자"며 일방적으로 철수했다.환경재단 관계자와 전시물 경호를 맡은 관계자들이 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시청 집회장에 들어서며 항의하자 50∼60명의 우익단체 회원 및 참가자들이 몰려와 완력을 행사하며 이들을 밀어붙였다.
이들은 또 경비업체 직원들에게 "경찰이나 안기부 끄나풀 아니냐"고 되레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환경재단 관계자는 "오늘(4일) '반핵반김시민연대'로부터 작품에 손상이 가도 책임지지 못한다는 내용의 팩스가 왔다"며 "책임보상을 묻고 싶지만 어떤 해코지를 할지 두려워 자체 처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환경재단 또 다른 관계자는 "전시대 주변에 소변을 보고 수십장의 스티커를 부착하는 등의 훼손 행위로 인해 1천만원 가량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이를 지켜보던 권오진(47·자영업)씨는 "자신들이 애국적 행위를 하는데 스티커 한 장 붙인 것을 가지고 왜 시비를 거느냐는 식의 수구적 사고가 몸에 밴 행동으로 보였다"며 "시민들이 감상해야 할 작품을 훼손하고도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에 실망을 넘어 수준 이하라는 생각조차 들었다"고 말했다.
대구가 고향이라고 밝힌 권씨는 또한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개혁을 확실하게 전개하지 못하고 흔들리니까 조갑제 등 수구 기득권 세력들이 정권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며 "조중동이 경제문제를 정부의 실정으로 몰아가는 마타도어를 사용하고 이게 먹히는 것 또한 개혁 미진이 중요한 원인"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마르코 폴로의 길을 걷다'사진전은 사진작가 마이클 야마시타가 지난 1998년부터<동방견문록>을 들고 마르코 폴로의 여정을 답사하면서 찍은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마이클 야마시타는 3년에 걸친 긴 여행을 고스란히 사진에 담아 이탈리아, 독일, 미국, 홍콩, 일본 등에서 대성공을 거두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총500여점의 작품 중에서 특별히 엄선한 90점의 작품이 환경재단 주최로 지난 9월 20일부터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24시간 무료로 전시되고 있다.
2004/10/04 오후 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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