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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영 칼럼] 대통령의 敵, 경제팀의 敵

 


이헌재 부총리처럼 적응력이 좋은 분이 고전하는 이유는 도무지 코드가


안 맞기 때문이죠.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 소위 ‘이헌재 사단’의 한 경제관료가 청와대를 지목하며


털어놓는 말이다. 불황대책을 추진하는 데 그만큼 제한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경제관료 출신들에 대한 적대감이 보통 수준이 아닙니다.


강남 사람들에 대한 적대감은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지만,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노골적인 적대감을 표시하는 것을


정말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특히 탄핵 이전보다는 탄핵에서 되살아난


후에 강도가 더 심해졌죠.” 이는 청와대를 떠난 어느 경제관료


출신의 고백이다. 현 정권에 고용된 고위 경제정책 담당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헌재 부총리, 조윤제 청와대 경제보좌관 등


외부에서 들어간 경제팀 인사들은 경기장 밖에서 겉돌고 있는


양상이다. 불황대책 방향을 결정할 권한도 위임받지 못하고,


그렇다고 대화가 잦은 것도 아니다. 대통령과 그 주변의 핵심


인사들이 단지 경제팀의 몇몇 멤버를 불신(不信)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거침없는 표현으로 적대감을 표시할 때가 잦다고


말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당신들은 과거에 잘 해먹고


잘살았던 사람들’이라거나, ‘독재 정권 아래서 등 뜨뜻하게


살았던 분들은 핍박받았던 우리를 모른다’, ‘재벌과 유착해


부정부패한 경제 관료들이 온통 다 해먹는다’라는 식의 표현을


들었다고 한다. 권력층 핵심 인사들이 경제관료와 관변(官邊)


경제학자들을 완전히 썩은 사과로 취급하고 있다고 모(某) 인사는


분개했다. “술 좌석도 아닌, 정책을 결정하는 정식 회의


도중에 그런 모욕적인 말을 들어보세요. 굴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어요”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 이런 적대감과 직접 관련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조윤제 청와대 보좌관은 최소한 두 차례


사직할 뜻을 표명했다고 학계(學界) 친구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부총리 보좌관을 거쳐 서강대에서 강의했던 경제학자다.


그는 한때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할 기회조차 잡지 못해 서면보고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명색이 대통령 보좌관으로 발탁된 그가


자기 역할에 회의를 가졌는지 지난 여름에는 IMF(국제통화기금)로


옮기려고 적극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이헌재 부총리의 경우 더 흥미롭다.


다른 장관들의 증언으로는 국무회의와 경제장관간담회에서


이 부총리만큼 현 정권과 코드를 맞춰보려고 애쓴 장관은 없었다고 한다.


“장관들끼리는 ‘저 양반이 총리 욕심이 있는 게 아니냐’는


농담도 나눴죠. 밖에서 들어간 장관 중에서 그처럼 적응하려고


애쓴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피곤하다’ ‘


머리 아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는 후문이다. ‘


내가 연말까지나 가겠어…’라며 권력 핵심부의 신뢰를 받지


못한 채 변두리를 떠도는 처지를 한탄한다는 얘기다.


5년짜리 정권에 일시 고용된 경제장관들이 자존심 상하는 순간은

핵심인사들 모임에서 부르는 운동권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지

못할 때만은 아니라고 한다. 정책이 ‘그들만의 회의’를 거쳐 번복될

때라고 어느 장관은 말했다. 예를 들어 아파트 분양원가(原價)

공개여부 문제는 대통령 주재 회외에서 공개하지 않기로

분명히 결정했지만, 나중에 일부 공개하는 것으로 뒤바뀌었다.

‘시민단체의 말이라고 해서 전부 그대로 들어주어서는 곤란하다’던

대통령의 칼날 선 결론은 어느새 사라졌고, 그 대신 장관들끼리

‘공개하자고 대통령을 설득한 게 당신 아니냐’고

다른 장관을 의심하는 상호 불신만 남았다.

결국 대통령과 그 주변의 몇몇 측근 모임이 진짜이고, 월급쟁이


장관끼리의 회의란 모양새 갖추기용이라고 장관들은 불평하고 있다.


대통령과 경제팀이 지금 이 순간 주적(主敵)으로


삼아야 할 대상은 바로 불황(不況) 그 자체이건만,


상호 불신으로 엉뚱한 과녁에 화살을 날리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석에서는 ‘분배정책을 쓴 일이 없다’


‘대통령은 시장주의자’라고 감싸고 도는


이 부총리의 처신술이 애처로워 보인다.



로또1등당첨
2004-10-08 13:06:40
784 번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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