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 의원은 지금까지 ‘시베리아 벨호얀스크 강제수용소에 갇혀 있던 독립운동가 아버지가 1954년에 보냈다’는 한 장의 엽서를 근거로 자신이 ‘독립군 가계(家系)’임을 주장해 왔다. 이 엽서 봉투에 적힌 발신인의 이름이 ‘오영일’이다. 김 의원은 “아버지 김일련의 가명이 오영일”이라고 밝혔다.
김일련씨(김희선 의원의 아버지)의 둘째 아우인 김일건(金一鍵)씨는 지난 9월23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일련씨가 ‘오영일’이라는 가명을 쓴 이유에 대해 “(김일련의) 창씨개명한 이름이 가네야마 에이이치(金山英一)”라고 설명했다.
“(이름을 바꿔서 쓴) 고건 이제 왜정시대의 일입니다. 영일이라고 그 당시에 (시베리아)형무소에 가 가지고 편지할 쩍에 진명을 쓰게 되면 무슨 우언이 될 것 같아서 그게 가명해서 편지 보낸 거라...오(吳)는 어머님 이름이고 어머님 성이고 영일이는 금산영일(金山英一)이거든. 창시명(창씨개명)할 때”
김일련씨가 어머니 이름(오병희·吳炳熙)에서 ‘오’를 따고, 창씨개명한 이름(금산영일)에서 ‘영일’을 따서 ‘오영일’이라는 가명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1992년에 발간된 의성김씨 대동보에 따르면, 김희선 의원의 아버지 김일련씨는 기미년(己未年)에 출생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기미년은 1919년이다.
유하현에 살고 있는 최모(77)씨는 유하국민우급학교 재학시절, 김희선 의원의 아버지 가네야마 에이이치를 보았다고 했다. 그의 증언이다.
“유하현에는 당시 4~5명의 조선인 경찰이 있었는데, ‘가네야마’라고 하는 조선인 경찰이 한 명 있었다. 그의 가족은 서쪽 포대(砲臺)에 살았다. 가네야마 에이이치는 가끔 경찰 정복에 칼을 차고 다녔다. 견장에는 별이 달려있었다.”
‘경찰 전사(戰史)’의 저자인 김광섭(金光燮ㆍ77)씨는 “만주국 경찰의 특무(特務)라면 일제 강점기의 일본 비밀경찰인 특별고등경찰(特高)과 같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만주국은 일본 관동군이 주도적으로 만든 국가이기 때문에 경찰ㆍ군대 시스템을 일본과 조선의 것으로 그대로 적용했다”며 “비밀 정치경찰, 고등경찰 등을 약칭해서 특고(特高)라고 불렀고, 이들은 독립운동가와 사상범에 대한 잔학한 고문으로 악명이 높았다”고 말했다.
김희선 의원은 월간조선이 지난 10월호에서 부친 김일련씨의 ‘만주국 경찰 근무’ 의혹을 제기하자 지난 9월17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친척 10여명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월간조선 보도를 부인했었다.
김 의원은 당시 “선친(김일련)은 1936년 할아버지(김성범)가 돌아가시자 작은할아버지 김학규 장군의 독립운동을 지원하다 광복 후에 한독당(韓獨黨) 비밀당원으로 작은할아버지와 함께 활동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김학규 장군의 막내딸 김은순(金恩順ㆍ75)씨는 월간조선과 인터뷰를 갖고, “아버지(김학규장군)와 우리 집안의 본관을 마음대로 바꾼 김희선 의원은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 동안 언론과의 인터뷰를 일체 피해온 金씨는 지난 10월12일 조선일보 기자를 만나, “할머니(선우순씨)가 안동김씨 집안에 재가(再嫁)해서 나은 첫 아들은 일찍 죽고, 다음에 아버지(김학규 장군)가 태어났다”고 확인했다.
김희선 의원은 지금까지 “할머니(선우순씨)가 의성김씨 집안에서 우리 할아버지(김성범)와 김학규 장군을 낳아서 안동김씨 집안에 재가를 했고, 나이가 어린 김학규 장군만 안동김씨 호적에 올렸다”고 주장해 왔다.
김학규 장군의 딸 김은순씨는 ‘김희선 의원은 김학규 장군이 의성김씨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주장한다’는 얘기에 대해 “걔들이 미쳤어. 걔들이 이상해”라고 말했다. 김씨의 딸 최모씨는 “(한국에서) 외할아버지(김학규 장군)의 본관이 논란이 된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어머니가 한참을 오열했다”며 “큰외삼촌(김학규 장군의 장남으로, 한국전쟁 때 육군 대위로 전사한 金一鉉씨)이 살아 계셨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김학규 장군의 딸인 김은순씨의 증언 외에도 의성김씨 족보, 김학규 장군의 호적과 자서전을 통해 김희선 의원의 할아버지(김성범)와 김학규 장군은 이부(異父) 동복형제임이 확인된다. 김희선 의원은 족보상으로 김학규 장군과는 남남이다. 자신을 김학규 장군의 손녀 또는 종손녀라고 부를 근거가 없다.
김희선 의원의 아버지가 일제하 만주국 경찰이었다는 증언은 김학규 장군의 며느리 전봉애 여사, 김학규 장군의 딸 김은순씨에게서 나왔다. 현지에서 만난 유하현 주민도 같은 증언을 했다. 이 증언들이 유하현 공안국의 공식 문서로 입증된 것이다.
이로써 김희선 의원이 지금까지 수십년 동안 ‘독립군의 후손’이라는 근거로 내세워온 ‘김학규 장군의 손녀’, ‘독립군의 딸’이라는 두 가지 주장은 모두 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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